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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23. 2021

승진 탈락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정기인사 승진 발표의 순간,

저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린다.


믿을 것이라고는 노력밖에 없었다. 

나에게 노력은 종교였다.


그 노력이 날 배신한 날,

누군가로부터 감사편지가 도착했다.




승진 탈락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오늘 회사에서 승진시킨 사람만이 열심히 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승진자보다 더 열심히 했어도 승진이 안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승진의 누락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며,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승진은 각 회사와 조직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 연공서열, 선입선출 등 저마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승진은 표창이나 상장처럼 어떠한 증서를 주거나 받지도 않습니다. 연봉 상승의 의미를 두고 있지도 않습니다.
 
결국 승진은 눈에 보이는 자격증도, 돈도 아닌 헛 것에 불과합니다.
허상을 쫓음은 마음이 허할 때 생기는 증상이고,
마음이 허하다는 것은 본인의 스스로에 더욱 관심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계속된 승진은 약물을 계속 맞아 가며 힘을 내게 되는 것과 같고, 그러면서 정작 본인의 기는 허해져 갑니다. 본인 스스로는 잊은 채 "회사의 성공 = 나의 성공", "회사 내에서의 내 모습 = 나의 모습"이라는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헛 것에 홀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점점 더 쫓아가다 보면, 그것이 언제가 됐던지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끝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쫓다가 60이 되고 퇴직을 하게 됩니다.




이번 기회가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족, 취미, 직장동료와 업무에서 느끼는 즐거움,

소소한 것에 대한 행복의 새싹이 다시 자라날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회사가 발전하도록, 또 지속 가능하도록 한 것은 승진자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승진 탈락자를 포함한 회사 직원 모두가 이뤄낸 것입니다.
 
지금의 회사가 아픈 시련을 겪고 있지만, 세계 각지에서 흘린 땀을 동료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어려워지고 있는 산업경기에 회사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뛰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인사평가와 승진자 순위를 매긴 부서장에게, 또 그 위의 임원에게, 또 회사에 화가 나기도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들과는 달리,

자리가 만들어낸 리더십이 아니라

동료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리더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아픔을 책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이번에 불어온 비바람이 여러분의 뿌리가 뽑히지만 않았다면, 여러분들은 경험의 부자이고,
잘 나갈 때 받지 못한, 가족들로 부터, 동료들로 부터의 진심 어린 위로 또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성과주의, 현장중심과 같이 눈에 보이는 기준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속아주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회사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애사심이란 말은 애초에 잘 못되었습니다.
회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감정을 느낄 수 없으며, 여러분을 사랑해줄 수 없습니다.
짝사랑은 언젠가 상처 받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고 가꿔가는 것이 회사를 위하는 길입니다.
회사의 주인공인 여러분의 마음이 편안해야지만 일이 잘 흘러갑니다.
여러분의 몸이 건강해야지만 회사가 활기가 넘칩니다.
 
중요한 단 한 가지, "원칙과 정의",

이것만은 우리 스스로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나와 우리를, 우리 가족을 지켜줄 것입니다.
 
한 해동안 정직하고 성실하게 묵묵히 역할을 다해주신 동료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두 뺨에 따뜻한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누구에게 한마디 말로, 한 장의 편지로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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