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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May 27. 2021

기억을 지우는 차 한잔

다독다독(茶:차 다, 讀:읽을 독)세 번째- 페퍼민트에 얽힌 이야기

오늘 함께 할 차 한 모금은 "페퍼민트 차"입니다.


우리 말로는 박하 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페퍼민트(Peppermint)는 박하 종류에 속하는 허브식물입니다. 


후추(Pepper) 향이 나는 민트 식물로 차부터,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껌 등에 들어가죠.

편안한 게 차를 즐기시면서 차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 하데스가 있습니다.

멘테(Mente)라는 요정은 가끔 지상에 온 하데스를 보고 반해 그를 따라 저승까지 갑니다.

그리고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문제는 하데스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부인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분노에 찬 아내 페르세포네는 멘테를 풀로 만들어 버리고, 짓밟아 버립니다.

이때 멘테는 밟으면 밟을수록 향기가 더 짙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하데스>  출처 : weiscenter.blogs.bucknell.edu


이러한 페퍼민트는 1750년경부터 영국에서 재배되어 이후 차로 널리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차(Tea)"는 귀족 부인들이 즐기던 고급 취미였습니다.


차 한잔에 녹아들어있는 이야기와 그 당시 영국 귀족부인들의 향유를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페퍼민트는 "과민성 장 증후군"에 효능이 있다고 연구된 만큼 

속이 불편한 날, 스트레스받는 날에도 함께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정신적인 피로와 우울증에 효과가 있고, 

함유한 멘톨이 뇌를 자극시켜서 집중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혹시 속 상한 일 있으신가요?

따뜻한 페퍼민트 한잔 하시면서 편하게 글 읽으시면 어떨까 합니다.





오늘 함께 할 글 한 줌은 "혼자 만의 기억"입니다.


유치원에서 하룻밤 자는 야영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자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했습니다. 선생님을 깨웠지만 선생님께서는 귀찮은지 일어나지 않으셨습니다. 몇 번이고 용기를 내어 화장실을 가고 싶었지만 새벽에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화장실을 가는 길은 공포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서 가져온 이불에 실례를 했습니다. 몇십 년 동안 간직한 비밀의 상처였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오줌 싼 옛날이야깃 거리가 되었을 뿐입니다.


초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자리에서 같은 실수를 하고 울던 여자아이가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 아이 이름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나는 내가 오줌을 싼 기억을 하고,
그녀는 그녀가 오줌을 싼 기억만 한다.

나의 실수는 나만이 기억하고
그녀의 실수는 그녀가 가장 오래 기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무조건 그렇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긍정합니다.

긍정은 무조건 좋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름 오랜 사회생활에서 터득한 생존 방식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입니다. 

머릿속으로 스위치를 상상한다. 그 위에 잊고 싶은 기억이 쓰여 있다. 손으로 탁 끈다. "탁"
자고 있다가 생각이 난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훽 돌린다. "훽"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 장소, 소리, 냄새 함께 했던 사람
순식간에 다른 생각으로 빠져든다. "풍덩"


우리가 남을 의식하는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남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을 의식하는 것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타인을 신경 씁니다. 


하지만 실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 생각밖에 안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더해서 남의 실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시간도 흐르고 관심도 흐릅니다.

설령 해명하기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당장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해봐야 사람들은 믿고 싶은데로 봅니다.

우리 실수에 왔던 관심은 금세 다른 데로 이동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실수에 2차 가해를 3차.. N차 가해를 스스로 하지 말았으면 해요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 생각, 보내기만도 엄청 엄청 짧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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