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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김창성 Dec 17. 2022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

노포를 지키는 사람들 속에서

수필의 시간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

아무것도 아닌 도시의 풍경도 때론 소중히 다가올 때가 있다. 무심코 생각 없이 스치는 내 주위의 것들.

높게 하늘에 닿을 듯한 건물과 곧 쓰러져 없어져 버릴 것 같은 오래된 건물들이 공존하며 서 있다.

멋들어진 건물에 깨끗한 가게들, 오래된 가게지만 그곳을 지키는 정이 가는 가게들이 함께한다.    

 

 내 나이 오십 대 중반, 요즘 표현으로 꼰대 소리를 듣는 나이이다.

뭐 그런 게 중요하랴. 지금 내 나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40여 년 전 500원 하던 칼국수와 수제비(일명 던지기 탕)를 파는 가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의 열정과 떠난 자리의 아쉬움에 오래된 가게(노포)에 눈이 한 번 더 간다.


 그 예전의 맛을 지키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 그분들. 투박한 말투와 화려하지 않은 상차림이지만 인정이라는 우리만이 가진 최고의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을 좋은 유산일지도 모르겠다.

아지메(매)와 아재의 구수한 인사말이 그립다. “어서 오(이) 소”, “많이 드(이) 소”,“ 잘 가(이) 소” 이 얼마나 멋없는 인사인가 그래도 무뚝뚝한 경상도의 최고의 인사이다. 정겨움이 그리워지는 추운 겨울이 되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 맛보러 갈 생각이다.   

  

이렇게 오래도록 노포를 지키는 사람들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진다 해도 그 칼국수를 팔던 골목의 짙은 향은 그들이 나누는 깊은 정만큼 깊이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칼국수 한 그릇이 열 배가 넘게 올라 있다 해도 그 골목과 시장 모퉁이를 향하는 오랜 단골인 중년의 마음은 늘 그때를 그리고 있다. 친구들과 배고픔을 나누던 그 시절은 늘 소중히 남아 있을 것이다.


 처음 들리는 가게나 자주 들리지 않는 가게는 맛으로 간다. 오래된 가게는 맛도 맛이지만 사람과 마음을 맛보러 가는 것 같다. 단골이 된다는 거 역시 무언의 약속과도 같은 건 아닌지 생각한다. 다시 오라는 주인장의 말도 없고 다시 오겠다는 손님의 말도 남기지 않아도 늘 마음이 먼저 가 있는 그런 가게가 노포의 매력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편안함과 사람에게 익숙해져 간다는 거 역시 노포가 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그들만의 다짐이길 바라본다.


 멸치 육수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 나는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며칠만 지나가도 또 생각나는 그리운 맛집으로 소문이 났으면 더 좋겠다. 누군가는 우리 내 평범하고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사는 노포가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길 진심으로 또한 바라본다.

 지금까지 살아낸 나 역시 포근하고 넉넉한 노포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아버지 역시 자전거 가게를 하신다. 사십 년을 넘게 운영하고 계신다. 손때 묻은 공구와 윤활유 냄새가 요즘 정겨움이 느껴진다.

무엇인가 한 가지를 변함없이 할 수 있다는 건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게 나의 아버지이건 다른 누구이든지 간에 말이다. 수도 없이 많은 고난을 이겨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박수받아 마땅하다.

 유난히 칼국수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노포를 지키고 계신 아버지와 칼국수 한 그릇 같이 먹으러 당장 가야겠다.

노포와 같이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처럼 오래 남는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 노포를 찾는 발걸음이 많았으면 한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이었으면….     


                                                                   

   *경상도 사투리

                                                                       

   -아지매:아주머니   

   - 노포:오래된 가게   

   -아재: 아저씨

    -오(이) 소:오세요

    -드(이) 소:드세요

    -가(이소):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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