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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김창성 Dec 19. 2022

스승님 전상서

너무 늦어버린 편지

선생님 전상서


 핸드폰 벨이 울린다. 

사람이란 게 참 대단한 능력을 가졌나 보다! 핸드폰에서 들리는 낮고 굵은 목소리가 누구인지 직감한다.

"여보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부르면 누구나 조금은 그랬던 것처럼 좋으면서 긴장되는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듯. 내 통화 목소리도 떨렸다.

"축하하네 김 군!, 자네가 날 잊지 않고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 줘 기쁘고 고맙네.

어떻게 시를 쓰냐고 하시며 훌륭하다고 하셨다.

제자란 늘 그렇듯 별다른 감사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짠한 우리 선생님! 나의 선생님!

문예지 등단 소식보다 , 시집 출판의 기쁨보다도 

갑자기 학창시절 무섭기만 했던 국어 선생님이 너무 뵙고 싶고 생각이 났다.


너무도 많이 늦어버린 편지


 쌤요 나의 쌤요! 선생님!

세월이 흐르고 살아가면서 정말 불러보고 싶었던 그런 호칭.

이 순간 너무나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기분, 그 기쁨을 자랑하고 싶은 선생님이 계신 것이 더 큰  행복이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낮은 전화 목소리로 제 이름 불러주신 것도 큰 영광이었고 힐링이 되었습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선생님의 칭찬의 말씀 머리부터 발끝 끼지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이렇게 시를 쓸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힘내고 또 힘내 봅니다. 


전 선생님을 그렇게 짝사랑했었나 봅니다.

전 선생님을 그렇게 그리워했나 봅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늘 제 이름 한번 불러 봐 주시길 기다렸나 봅니다,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첫사랑의 설렘처럼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의 선생님!



연락을 드리자 마자 이렇게 선생님의 퇴임소식을 직접 전해 주실줄 몰랐습니다. 

전 선생님이 교단을 떠나신다는 말씀 믿지 않겠습니다.믿기지도 않습니다. 믿기도 싫습니다.

구릿빛 얼굴, 열정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시던 눈빛

칠판에 쓰시던 글씨체 하나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수업들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 마지막 수업의 당번처럼 지우개로 제 스스로 그 모든 기억들을 지우고 그 지우개까지 털어야 한다니 너무나 가슴 아프고 슬픈 일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추억은 영원할 거라 믿습니다.

선생님의 그 강인하셨던 무서운 발톱도 가짜 발톱이었다고 믿겠습니다.

 제자들을 위해 가짜 발톱을 붙이셨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늘 강하실 것만 같았던 선생님 그래서 더 슬픕니다.

그래도 제 가슴속에는 제자들의 마음속 저 깊은 곳에는 교단 위에서의 열정적이시고 사랑 가득하신 선생님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또 남으실 겁니다.

꼭 그렇게 오래도록 남아주실 거죠?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행복과 건강 늘 기원하겠습니다.

멋진 모습, 당당하신 모습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제 기억 속에 영원히 말입니다.

축하드리기 싫은 제자의 맘도 알아주시리라 믿으며 어디에 계시든 전 항상 선생님 떠올리며 된 사람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쉬움 가득한 감사와 축하인사의 말씀을 이 부족한 글로 갈음할까 합니다. 선생님!


너무 늦어버린 이 편지로 모두 담아낼 수 없는 제 마음이 아파올 따름입니다.

이렇게 소식 전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더 없는 행복입니다.


영원한 나의 선생님 그리운 그날의 선생님께 올립니다.


           늘 짝사랑처럼 간직하고 싶은  선생님의 

                                           제자   올림


퇴임하시는 선생님께 드리는 글


* 추신: 아참 쌤! 정말 다행입니다.

가끔 소식 빠르게 전할 수 있는 똑똑한 세상이라서요 너무 좋습니다

가끔 카톡 날리겠습니다. 답해 주실 거죠?

나의 사랑 나의 스승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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