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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Oct 21. 2021

불안장애는 나의 흑화 된 에너지

불안장애라서 좋은 점, 생각보다 많다고요


 




불안장애는 나의 흑화 된 강력한 에너지

 앞의 불안장애의 구체적인 증상과 내 삶에서 영향을 끼쳤던 일화들을 나열하니 더욱더 비참하고 우울해졌다. 왜 하필 나야, 왜 내 부모는 내 이름으로 된 건물은 주지 못할 망정 (호래자식이 따로 없구나) 하필 나에게 이런 걸 줬어?

(많은 불안장애는 선천적, 그리고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영향을 받은 후천적인 원인으로 생김)

그래서 앞의 징징대는 나에게 다시 제대로 반박하고 싶어졌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와 꾸역꾸역 가정 만듦을 당한 우리 가족, 그리고 내 아기에게 너무 많이 미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불안장애도 꽤 쓸 만하다.

 일단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나처럼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개인의 안전점검 또한 늘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사고가 확실히 덜 난다. 실제로 내 남편은 나와 아주 정 반대로 늘 긍정적이고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는 사람인데, 안전 점검에 있어서도 나와 상극이라 내가 늘 더 곤두서 있고 저쪽은 늘 태평하다. 한 번은 남편이 열심히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도중 너무 기분나쁜 불길한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나는 거다. 심지어 나는 낮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다. 불쾌하게 잠에서 깨 냄새의 근원을 찾고자 나는 코를 벌렁거리며 여기저기를 찾아봤다. 가끔씩 밖에서 무언가를 태울 때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세대주는 밖에서 나는 냄새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문을 닫고 냄새가 약해지는지 좀 봤는데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서 다시 냄새의 원인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오래된 멀티탭 한쪽 구멍이 다 타서 불이 나기 직전이었다. 연기도 좀 났던 것 같다. 심지어 나는 같은 방에 있지도, 문을 열어놓지도 않았다. 싸한 느낌에 내가 그때 미리 감지하지 않았다면, 더욱더 적극적인 의심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늘 매사에 싸하지만 이렇게 얻어걸리는 싸함의 알파 값은 유의미해진다.


 내가 둔감한 사람이었다면 살면서 가장 자주 두려워하는 화제, 폭발 뭐 이런 단어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무서운 날이 되었을까?









인명피해는? 재산피해는? 보험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토록 불안장애가 있으면 매사에 조심하기 때문에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낮다. 위험을 감수하는 크고 작은 모험을 하느니 내가 30분 더 일찍 나가서 여유 있게 안전운전을 하는 쪽을 택한다. 돌발상황에 맞닥뜨리느니 모두 미리 알아보고 동선을 정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안한다. 그래서 실수를 덜 하고 하루의 일련의 스케줄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큰 이변이 없는 이상 계획과 맞아떨어지는 꽤 단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늘 불안하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습관의 꽃은 여기서 다시금 빛을 발한다. 많은 불안장애 친구들은 사실은 일을 매우 잘한다. 생각도 빠르고 상상도 척척 자동적으로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범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부터 치명적인 오류까지 피라미드식으로 올라가면서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실수할 상황을 다 막아놓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실수의 실 횟수도 적다. 또한 본인이 자체적으로 실수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동료나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업무 성과도 좋은 편이다.


 한편, 자신이 불안에 늘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의 공포와 불안함 등에 대한 공감도가 현저히 높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각각 다른 색이 있다고 치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중의 일곱 가지 색깔 중 보통의 사람들은 빨간색과 주황색의 공감 지수가 보편적으로 맞아서 그 색깔에 대해서만 크게 반응한다. 이를테면 많은 영화에서 다루는 보편적인 감정, 그러니까 엄마에 대한 가슴저린 사랑,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사건과 감정, 이별과 배신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아련함, 반려동물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의 것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고전소설의 소재로도, 막장 드라마로도 큰 거부감 없이 쓰일 수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는 감정선.

  한편, 불안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나머지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까지 포함해 일곱 가지 색깔 모두에의 반응선이 살아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교집합이 폭넓게 걸쳐져 있어 더욱 깊고 넓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다른 사람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불안에 대해서도 쉽게 폄하하거나 비웃게 되지 않을 수 있다. 주변에 여린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고민을 공유해보라. 아주 높은 확률로 깊게 공감하고 당신을 즉시 어루만져 줄 것이다.










 


 추가적으로 말과 행동이 빨라서 일의 처리속도가 신속하다. 말이 빠른 것은 사실 크게 장점이라고  수는 없지만 필요에 의해 훈련받고 스킬이 붙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행동이 빠른 것은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장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니 거 왜 자료를 이렇게 빨리 줍니까?” 하고 화내는 사람은 없다.  땅에서  처리가 빠른 사람에 대한 선호도는 거의 불문율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는 아니지만 두려워하는 생존을 위한 다크 에너지로  많은 것을 이룰  있다. , 물론 당사자는 힘들다. 그래서 마냥 봄빛처럼 반짝반짝한 보기 좋고 건강한 에너지는 아닐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훌륭한 결과물을 산출해   있는 잠재력을 응축하고 있다. 이렇듯 불안장애는 어디에서도 거부당할  없는 치명적인 인간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애잔하다)

(나 새끼 파이팅)

(그래도 좀 기분이 나아지긴 한다)

(오늘의 내 기분에게 치얼스)










그러나 위안도 잠시

기나긴 습관성 불안은 다음과 같은

신체적 변화도 야기시켰다.





불안장애가 바꿔놓은 나의 몸 안팎,

이 곳 저 곳

  지금에서야 다한증이 많이 알려져서 땀을 구성하는 성분은 그렇게 더러운 것이 아닌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전에는 데이트라도 할라 치면 큰 흉으로 자리 잡았던 때가 있었다. 땀은 이온과 분비물이 섞인 물인데 막 분비된 후레쉬한 땀은 오줌도 그러한 것 처럼 그렇게 지저분하지 않다. 배출되고 난 후 습기를 비롯한 밖의 환경에 의해 세균이 번식하면서부터 오염된다.

 많은 다한증 환자들은 부교감신경의 고장으로 땀이 시도 때도 없이 자꾸 분비된다. 심하면 손 뿐만이 아니라 겨드랑이나 허벅지, 엉덩이, 목 등 민망한 부분에 땀이 많이 나서 대인관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게다가 실생활에서 불편하기까지 한데 특히 시험을 볼 때 너무 긴장해서 시험지가 땀으로 젖어 찢어지기도 하고 연필을 잡은 손이 미끄러져서 크고 작은 시험을 치르는 데 큰 영향이 있다.최근에는 운전을 하면서 핸들이 미끄러지는 경험도 왕왕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땀에 대한 생각을 하면 감정과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땀이 분비된다)

제 손입니다만 ^^;;;;;






 이렇게 과도하게 늘 긴장하고 있으면 나이가 들수록 다른 질병들을 줄줄이 비엔나처럼 끌어 모은다. 긴장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는 가장 먼저 생식호르몬에 큰 영향을 준다. 여성들이 흔히 겪는 스트레스 증상 중 하나는 생리불순이나 부정출혈인 이유가 이곳에 있다. 이를 다년간 아무 조처 없이 방치하면 다낭성 증후군이라는 질병으로 다시 돌아온다. (사실 산부인과에 가도 딱히 해주는 건 없다. 임신계획이 있다면 난포 터지는 주사-8만원-, 계획이 없다면 피임약 처방-비만, 피부 여드름 등의 부작용 동반 가능성) 다낭성 난포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후군이 있으면 배란이 힘들어지고 사람에 따라서 온 몸에 털이 많아지기도 한다. 나 역시 다모증으로 고생했지만 빛나는 현대 의학과 의느님들의 기술로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영원히 없어지지는 않지만 일반인(?) 수준으로 숱 치기는 가능하다. 그대신 돈은 백만원 가량 들었다.





감사합니다.

의느님들 이시어.







 한편 몸과 정신이 과도한 긴장상태를 오래 지속하면 코르티졸을 비롯한 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을 과다하게 분비해서 곧이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은 불면증, 긴장성 두통, 기분장애 등등을 초래한다. 여기까지는 늘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최근 들어 새로이 알게 된 다른 기능적 특징도 있었다. 화가 나거나 무섭거나 긴장할 때 가장 흔히 일어났던 신체 반응이 과호흡이었다. 빠르게 숨을 들이쉬기만 하고 충분히 공기를 내뿜고 벌어진 갈비뼈를 제대로 닫지 않아 흉곽이 열린 상태로 굳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새로 옮긴 필라테스 선생이 자꾸 나에게 말한다.





“긴장하지 마세요. ”


“긴장 푸세요”


“저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숨 내쉬세요.

긴장을 내려놓으세요”


“운동 처음이세요? 혹시 너무 많이 긴장되세요?”






선생님.. 저 지금 긴장 안 하고 있어요.

그 어떤 때보다 평온하고 평화로운 상태인데.....

숨을 아무리 내쉬어도 어깨와 흉곽이 내려가지 않자


“아니 이렇게까지 늘 가슴을 내밀며 살았어요? 왜 이렇게 흉곽이 벌어져있어요?”


“본인 몸이 작은데 왜 이렇게 크게 부풀리고 있어요?”


마치 적을 만나면 잔뜩 몸을 부풀리는 야생동물처럼 아마도 계속 이렇게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해, 더 정확히는 겁먹은 내 모습을 숨기기 위해 가슴을 부풀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마음대로 나대는 심장에 당연히 무리가 간다. 관련된 질환으로는 부정맥, 뇌졸중 등의 중대질환으로도 발전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억울하다.

늘 불안해 하는것도 모질라서

이거 때문에 이런 질병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거야?







이 죽일 놈의 불안장애


내가 너를 어쩌면 좋을까

























어쩐지 경쟁이 된 그날의 불안경진대회

 이겨도 기분 더러운 건 차라리 지는 게 나을까?

아니 지는 건 또 싫으니까 차라리 정히 이겨서 동정을 받고 그날 식사 한 끼, 안되면 커피 한 잔이라도 얻어먹는 게 나을까?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의 불안을 숨기기 위해 더 유쾌하고 재미나게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끌어왔던 행동을 일부러라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20대, 아니 30대 초반 때만 해도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굳이 그 적막을 깨는 엔터네이너 역할을 자처했다면 30대 중반부터는 왠지 그렇게 에너지를 써서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진짜 내가 숨어서 멍 때리고 쉬고 있을 때 나대는 가짜 내가 또 정신 차려보면 마치 면접관에게 잘 보여야 하는 시한부 개그맨인 양 여러 사람 앞에서 웃고 떠들고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그럴 때 다시 또 이성 줄을 붙잡고 조용히 차분하게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고 전두엽을 깨운다.


너 지금 오바하고 있는거야.

불안하지?

적막과 침묵이 불편하지?

저 사람의 기분과 표정이 신경쓰이지?

그래서 억지로 그러는거야.

이제 그만하자. 그만 할 때도 됐어.





 일상을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자연히 나의 불안 때문에 제한되는 나의 행동반경이 탄로 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하지만 최대한 끝을 얼버무리며 부드럽게 흐려야 한다. 절대 종결어미를 정확하게 해선 안 된다.



“제가 사실 불안이 좀 있어서..”


(이 앞 문장에서 ‘좀’이라는 부사를 제외하면 절대 안 된다. 이를 뺀 문장은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비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통으로 물 흐르듯이 발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 뭐 있잖아요,

남들 다 있는 거 저도 좀 있어요

이런 뉘앙스로)





차마







"제가 사실 불안장애가 있어서

상담도 벌써 두 해째 간헐적으로 받고 있고 오늘 여기도 어젯밤에 동선을 몇 번이고 예습해서 되게 큰맘 먹고 운전하고 나온 거예요. 물론 운전대 잡기 전에

심호흡도 세 번 야무지게 했어요.

손에 땀도 많이 났는데 모르셨죠?

ㅎㅎㅎㅎ"








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럼 본인들도 다 불안도 있고 우울도 있단다. 사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8-9할로 주부고 육아를 하거나 했던 엄마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아마 거짓말은 절대로 아닐 거다. 공황과 우울은 아주 높은 비율로 주부에게 나타난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아마 나 정도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들어 서글프고 우울한데 그래도 최대한 밝게 이야기한다. 평소의 내 모습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충 흘리며 불안 증상의 경중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그럼 나도 질 수 없기에 과호흡 이야기까지 꺼내고 또 그것도 안되면 공황발작 이야기, 그리고 더 못 이기겠으면 심리검사 결과까지 깔 요량이다.


(아직 깐 적은 없긴 하다)

 그 정도로까지 꺼내면 갑자기 상대의 눈빛이 갑자기 따스해지면서 나를 눈으로 안아준다. 애써 그렇게 설명했으면서 또 동정받는 건 왜 이렇게 싫은지. 그렇게 갑자기 온갖 안쓰러운 감정을 눈빛으로 보내주면 꼭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살짝 아주 살짝 씁쓸하다.


오늘도 내가 타인을 이겼기 때문이다.









불안장애로 말이다.  































이미지 출처

1. https://cdn.pixabay.com/photo/2017/09/17/16/08/boxer-2758887_960_720.jpg

2. https://content.v.kakao.com/v/600f6a428c31e10ed1c88d33

3. [유니툰] 중 캡처

4. [유니툰] 중 캡처

5. https://bonlivre.tistory.com/907

6. https://bestdoctors.ebs.co.kr/bestdoctors/main

7. https://dutydr.com/blog/how-to-reduce-anxiety-disorder

8. https://goodenglishhabit.tistory.com/m/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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