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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Feb 25. 2021

하원의식(下圓意識)

노란색 스타렉스를 정히 맞이하는 경건한 자세











정말이다.

나는 육아하는 모든 양육자들이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줄 알았다.













아기님이 하원하기 2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암막커텐을 치고, 방 온도를 따뜻하게 올려놓고,

복부를 압박하지 않는 가장 편한 잠옷을 입고

속옷은 대부분 벗는다.




이불을 가슴까지 올려서 덮고

휴대폰을 들고 기사와 메시지,

그리고 기타 SNS 댓글들을 확인한 후

큰 숨을 충분히 몰아쉬고

하원 15분 전 알람을 맞추고

방해금지모드로 경건하게 바꾼다.

전자파가 걱정되니 머리맡에서는 멀고

팔을 뻗어도 닿지 않는,

알람을 끄려면 게으른 내가

애써 무조건 무릎을 한 번 써야 하는 거리에

휴대폰을 둔다.




잠이 잘 올 것 같으면, 아무런 음악도 켜놓지 않고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으면

‘잠 잘 오는 음악’

‘자기 전에 듣는 잔잔한 노래’

등으로 검색해서 최대한 데시벨이 낮은 음악을 골라 재생시켜 놓고

무음으로 되어 있는지 다시한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마음껏(불안해하며)

체력을 보충한다(고 마인드컨트롤 한다).





만약 깜빡 잊고, 무음으로 해놓지 않거나

잊고있었던 일이 생각나더라도

이미 늦은거니 다음에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한시간 사십분 정도를 제발 잘 쉬었길 기원하면서

수면중도, 수면중이 아닌것도 아닌 그 상태를 보내고

알람소리에 맞춰서 화들짝 깬다.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차 키를 주머니에 넣고

마스크를 챙기고,

강아지에게 기저귀를 입히고,

(배변훈련이 아직 완벽하게 되지 않음)

쓰레기를 최대한 손에 들고

(아기가 아직 어려서 아기를 두고 혼자 쓰레기를 버릴 수 없음)

아기님을 맞이하러 나간다.

최대한 발걸음을 천천히 한다.

혹시라도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많이 타면 괜히 더 반갑다.

시간이 더 오래걸릴테니.

(난 정말 나쁜엄마다.)

그리고 이윽고 어린이집에 도착하고

어린이집의 익숙한 궁전모양 기둥을 보면

갑자기 아기가 보고싶어서 설레기 시작한다.

(세상 이런 변덕이 따로 없다)




무의식적으로 신발장을 본다.

오늘도 다 텅텅 비어있고,

우리 아기 신발만 나란히 두 짝 있다.

마음이 미어진다.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었을까.

실제로는 딱 한 켤레. 그것도 맨 아랫줄..




하지만 또 동시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막막하지만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마트에 가거나 놀이터에 간다.

가깝고 아담하지만 살짝 비싼 동네마트를 가면

최대 한 시간,

더 크고 저렴한 마트를 가면

최대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까지 버틸 수 있다.



 


날씨어플과 미세먼지 어플을 보고 얼마나 야외에서 버틸 수 있을지 찾아보는데,

아쉽게도 날씨와 미세먼지 둘다 좋지 않으면

(요새는 보통 날씨가 주요 변인이다. 겨울이니까)


아기를 데리고 드디어 집으로 오는데,

같이 탄 분이 나보다 더 아래층에 사시면 내심 반갑다.

그분이 내리시는데 1여분 정도 더 걸릴테니.





그리고 만약 나보다 윗층에 사시면 살짝 불안하다.

1층에서 출발할 때 닫힘버튼을 누르지 않으시길

살짝씩 바라다가


드디어 우리집.

번호를 최대한 천천히 누른다.






아 오늘 하루 드디어 시작이다.

아기가 잘 때까지

나는 아기의 맞춤형 놀잇감이 된다.


“같이 가자”

“안아줘요”

“이거줘요”


영상노출과 휴대폰노출 둘다 허용하지 않는

유난한 엄마 때문에

엄마만 바라보는 아기의 눈이 더욱 더 예쁜데

부담스럽다.

나만 이런 걸까.


아기가 너무 예쁜데,

너무 버겁다.

언제까지 이 삶이 계속되는 걸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김아기, 나의 베이비.











오늘도 나는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동시에 나의 이런 이기적인 면모가 너무나 밉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

이 사랑은 정말 찐인데


엄마의 이상한 사랑을

이해해주기 전까지,

엄마는 죄인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crowdpic.net/photo/%EC%96%B4%EB%A6%B0%EC%9D%B4%EB%B3%B4%ED%98%B8%EC%B0%A8-%EC%96%B4%EB%A6%B0%EC%9D%B4%EC%A7%91%EB%93%B1%EC%9B%90-%EC%96%B4%EB%A6%B0%EC%9D%B4%EC%A7%91%ED%95%98%EC%9B%90-%EC%96%B4%EB%A6%B0%EC%9D%B4%EC%A7%91%EC%95%88%EC%A0%84%EC%82%AC%EA%B3%A0-schoolbus-192265

-http://m.medigatenews.com/news/2079522847

-https://www.edaily.co.kr/news/read?galleryno=&newsId=02732246625700696&mediaCodeNo=257

-https://news.lawtalk.co.kr/2410?ba2=a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onmb1114&logNo=220735161837&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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