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상담사의 어느 날
가족상담 석사과정을 마치고,
상담 수련을 어디서 할까...
기관을 물색하다가 대학교 안 상담센터를 선택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캠퍼스의 정취를
조금 더 누리고 싶다는 게 큰 이유였다.
그들 중 확연하게 늙은이(?)겠지만
청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웠고,
그들 속에 있는 나도 조금은 젊어지는 기분이랄까.
상담도 하고, 학식도 먹고,
학교 카페서 커피도 한 잔 할 마음으로
서둘러 출발한 수련 첫 날.
그런데,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올 무렵 마음은
아침과는 달리 꽤 무거워졌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스무살 청년들이
꺼내놓은 이야기는 너무 아프고, 안쓰럽고,
힘든 것들이었다.
수능이, 학교가, 경쟁이, 비교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이 청년들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가
어디까지 주저 앉힐 수 있는가...
어떻게 다치게 만드는가...를 들었던 시간.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기다움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온 서사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나 먹고 살기 바쁘고, 내 집안 일만 돌보기 급급하고, 나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나지만...
힘없는 어른이라 미안하고,
어떻게든 좀더 힘있는 어른이 되고 싶은
작은 충동(?)이 느껴졌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들을 위해
수련기간 동안 내가 아주 많이 유능해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