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자연인 답사 기록
전기도 수도도 없어 해가 지면 주무시고, 해 뜨면 일어나고, 집 옆 개울물이 생수라 했다.
4륜차도 올라갈 수 없어, 미끄러운 돌길, 작은 계곡, 흙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한다 했다.
'불편함이 행복이 되는 곳' 이라고 원고를 쓰면서도
약간의 편리함과 타협하는 자연인을 찾아가는 게 더 수월한 건 사실이다.
'70세가 넘으셨다는데 너무 깊은데 사시네...'
이끼가 가득한 돌길에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한참을 걷고서야
반가운 개소리(?)가 들린다.
묵직한 진돗개가 외부인의 입장을 알리는 소리.
치아가 약간은 무너진 듯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마치 정수기 물을 한 잔 건네듯
낡은 플라스틱 바가지로 수원지에서 끌어온 계곡물을 주시는 자연인.
참외, 개복숭아, 돌배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맛없을거라며 먹어보라는 말씀에 개복숭아 하나를 씻어 물었는데 웬걸?
'딱복이 정석' 처럼 가득 딱딱하고 달다.
집을 웬만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설명을 듣고 개울옆에 옹기종기 앉았다.
'여기가 고향이시냐?'
'언제부터 여기 사셨냐?'
'불편한 건, 가장 좋은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멈칫했다.
아내가 작년에 돌아가셨다했는데, 막내작가가 잘못 취재를 했나보다.
불과 석달전에 아내가 돌아가셨단다.
'아니야 얼마 안됐어... 두달인가, 석달인가...'
아차 싶다. 내내 어린애같이 웃던 얼굴이 굳어지고 별 말이 없으셨다.
뇌질환으로 20년 가까이 반신마비로 고생한 아내를 홀로 수발하셨다고 했었다.
그런 아내를 보냈다.
"그래도, 20년 가까이 홀로 병수발 하시려면 너무 힘드셨겠어요.
이 불편한 산골에서.
마음은 아프시겠지만, 이제는 좀 몸도 편하고 자유롭지 않으실까요?"
잠시 뒤 어렵게 말을 꺼내신다.
"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내가 아무 것도 할 기운이 없어.
지금도 자다가 옆에 있나 싶어서 손을 더듬어 봐...
내가 견디다 견디다 힘들어서 따라 갈까... 나쁜 생각까지 했어"
검버섯 가득 마른 거죽같은 어른의 피부가 파르르 떨리고
금세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가득 고인다.
무례했다.
20년 넘는 병수발로의 자유라니...
그건 내 생각이지...
다녀오고나서도 내내 그 질문 하나가 따갑다.
오늘부터 촬영 시작인데 며칠이라도 힘든 마음에서 가벼워지길.
그리움에 덜 괴로우시길.
혹시라도 '방송국놈들'의 무례함에 또 마음 다치지 않으시길
진심을 담아 무사촬영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