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했던 방향인가’
‘내가 안내할 수 있는 모임일까’
‘잘 할 수 있을까...’
한동안 긴장과 설렘으로 기다렸던 시간을
어젯밤 드디어 만났다
두 시간 반가량,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9명이 모인 온라인 공간.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어떤 삶을 내어 보여줄지
내내 기대했던 순간.
정호승 시인의 ‘내 그림자에게’
시를 패러디 해보는 것으로
천천히 시간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시간은 기대 이상으로...
이제는 나를 안아주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열망,
그런 서로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겠다는
따뜻하고 잔잔한 약속들로 충만해졌다.
‘나를 안아 준다’는 자기 돌봄이
지나치게 신파적인가?
너도나도 유행처럼 번지는 감정 과잉인가?
우려했던 내 생각은 다소 틀렸다 싶었다.
자신의 그림자에게 보내는 시를 낭독하며
누군가는 울컥했고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조금 가벼워지는 듯 했다.
그 모습을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양적인 성공으로, 타인의 평가로 떠밀려온 우리들에겐
자신에 대한 감정과잉이 차고 넘칠때까지
좀 쏟아져도 되는 것 아닐까?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나고도 달뜬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밤산책을 했다.
그녀들이 써낸 시의 구절들이 마음속에
둥둥 떠다니는 산책을.
사그라든 것 같지만 그 자리에 있는 나로,
존재 자체로,
나다운 나로,
용기내지 못해 미안했다 사과하는 나로,
더 가벼워지고,
자신만의 파도를 탈 수 있기를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바라며
꽤 긴 시간 걸었다.
*상단의 작품 소개
작가 난다신
하단에 쓰여있는 문자는
‘아뜨라베르시아모’ 라는 이태리어
‘함께 건너 가자’는 뜻.
‘우리 함께 건너가요‘라는
작가님의 메시지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