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 대충대충

준비물은 선택이지만 이것 하나만

by 쌈마이작가
생장의 일출

산티아고 순례길 1일 차 생장을 출발하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가 얼마나 준비물을 대충 챙겼는지 온몸으로 느꼈다. 원래 대충대충 챙겼지만, 이건 출발점이 다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지만 내 배낭은 작다. 그래서 주렁주렁 매달았다.

그럼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 어깨에 전해지는 통증이 더 한 거 같다.


간식(특히 물, 물은 생명수다)의 중요성을 첫날에 바로 알았다. 도착하고 나서의 만찬도 중요한 걸 알았다. 첫날인데. 첫날이라 이렇게 유난을 떠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유난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져서, 나도 뭔가 전문가처럼, 다 필요 없다. 옷만 있으면 된다. 에코백으로도 가능하고, 백팩으로도 가능하다고 할 줄 모르겠지만, 나는 초보다. 최소한 나 혼자 걸을 것이고 혼자 가야 하는 길에 먹을 게 없다는 건 엄청난 문제다.


라면이나 즉석요리는 쟁여 놔야 한다. 배낭에 여유가 있다면 생장에서 사야 한다. 나는 넣을 곳이 없어 안 샀지만 다른 분들은 라면이며 즉석요리며, 롱세스에서 잘 드신다. 롱세스바예스 알베르게는 켜지만 슈퍼는 없다. 정보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다행히 저녁은 예약을 했지만 당장 내일 점심과 간식이 막막하다. 물에 물론 가는 길에도 살 곳이 있을 것인데, 배낭에 넣을 곳이 없다. 무겁다는 생각을 한 게 한심하다. 걷는다는 것은 곧 먹어야 한다. 먹어야 걷는 것을 오늘 알았다.


집에서 들고 오는 준비물은 대게가 비슷하고 없으면 여기서 구입이 되지만 배낭의 크기는 절대적인 거 같다


출발 전 유튜브에서 그론즈를 참고하여 필수적인 것을 이야기했고 상해 공항에서도 확인을 했지만

내가 등한시한 건 배낭의 크기다.


배낭은 자기가 챙겨 가는 짐 보다 여유공간이 더 있어야 한다. 꼭 중요한 것만으로 배낭을 채웠다면

버릴 게 없다. 아직 32일이나 더 남아 있으니 말이다. 신중히 생각 한 만큼 버릴 게 없다. 넣을 수도 없다. 온전히 보내지도 못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상황에 나는 웃음이 났다.

롱세스바예스.png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배낭

배낭의 크기와 침낭도 중요하다. 계절에 맞는 침낭은 필히 있어야 하며, 스틱도 중요하다. 난 스틱을 사용할 줄 몰라라고 한다면, 한 시간만 걷다 보면 알게 된다. 진짜다.


내 정신 상태는 배낭에서도 깨졌지만, 이미 노트북 충전기를 파리에 두고 왔을 때부터 박살이 났다. 노트북이 죽으니 영상 편집도 글도 쓰지를 못 할뿐더러, 하루 만에 휴대폰 배터리도 낮아지고, 카메라 배터리도, 마이크 배터리도 낮아졌다. 생장에서 충전기를 사려고 했지만 없다.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C핀 충전기가 없다. 나는 금단현상에서 오는 급박함과 이것도 어쩌면 내 길이 아닐 거라는 운명에 수긍하며 유튜브와 글은 잊고 온전히 산티아고를 느끼자고 다짐했지만, 어디 그게 그리 쉬울까.

그래도 꾸역꾸역 전력이 낮은 충전기로 충전하며 순례자의 눈치를 보며, 아. 이렇게 까지 꾸역꾸역 해야 할까라는 생각 속에 다시 마음을 잡는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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