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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Jan 21. 2023

뭘 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 전국1등을 찍을 수 있어요?

제 비법을 공개합니다

아... 힘들어...



최근 들어 '힘들어'를 입에 달고 산다.

엊그제 걸핏하면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나를 보았다.

원고 마감을 코 앞에 두고 있는지라 초조하고, 심적으로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부렁일 것이다.

3주 전부터 하루 종일 앉아서 글만 쓰는데 아홉 시간 육체노동을 한 것처럼 몸이 금새 피로하고 지쳤다.

며칠 전부터 남편에게 내 증상을 호소했다.


나: 자기야, 나 이상해. 요즘 들어 너무 피곤하고 지쳐.


김 작가: 당연하지.


그는 예견한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김 작가: 자기 오늘 밖에 나간 적 있어?  없잖아.  요 며칠 계속 안 나갔잖아. 운동부족이야.


뭐야, 뻔한 답이잖아.

처음 한 두 번은 그 말을 흘려들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서 움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아침 그가 나에게 일침을 놓았다.


김 작가: 일본 그 누구냐, 그 유명한 소설가 있잖아. 그 사람이 말하길 글쓰기는 '마라톤'과 같은 거라고.

그러려면 체력을 키워야 할 거 아니야. 그 작가는 하루 3시간씩 달렸다더라.


바람처럼 휘 말하고 스쳐 지나간 남편.

근데 그가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라톤'이 귓가에 맴돌았다.


'안 되겠다. 이제 진짜 운동을 해야겠어.'




내 이름은 최리나이다.

심리상담사에 영어 교육을 23년째 하고 있다.

작년 4월에 출간작가이자 브런치 작가를 동시 등단한 신예 작가이며 글로성장연구소와 교육회사 맘에스밈을 운영 중이다.

40대 초, 호기심에 발 들였던 북큐레이터, 휴대폰 영업 등에서 실적 전국 1등을 한 특이한 이력도 지녔다.


진짜 꿈은 댄서였으나 개탄스럽게도 시대보다 앞서 태어나서 그 꿈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대신 재작년부터 취미로 배우며 위로 삼으며 산다.  

'막말로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난 아마 지금의 허니제이를 능가하지 않았을까?' 나만의 상상에 빠져본다.


평소에는 바람이 꽉 찬 풍선처럼 자신감이 빵빵한데 ( 위에 허니제이를 언급한 것만 봐도...)

반면 개선해야 할 문제를 인식하면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처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평가한다. 그리고 필요성을 느끼면 즉시 실천에 옮긴다.



그러나 난 안다.

이 겨울 아침 운동만큼은 칼과 방패처럼 우위를 점칠 수 없는 치열한 도전이 될 거라는 걸 말이다.

쌩쌩 바람 부는 겨울 아침에 조깅을 그냥은 못 나갈 거라는 거.

운동화를 신기까지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듯 질질 시간을 잡아끌 거라는 거.

그 사이에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못 나가게 되는, 우연 같은 요행을 바랄 거라는 거.

사계절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엄동설한 겨울 아침에 꽁꽁 언 바닥을 달리는 걸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하다.




이때 문뜩 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하는 <빨간 머리 앤>의 열혈 팬이었다.

앤은 나와 닮은 점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하루의 절반을 공상으로 채우고, 감성이 가득 차다 못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빨간 머리 앤.

평범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활짝 웃는 얼굴에, 어떤 날은 기뻐서 혹은 슬퍼서 눈물범벅이 되는 게 일주일에 두세 번인 그녀의 일상까지 나와 너무 똑같아서 도플갱어를 발견한 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앤은 자유분방한 영혼으로 자연에 젖어 살았는데, 마흔의 중턱에 서 있는 나는 도심 속 어느 아파트 건물 15층 모퉁이에 위치한 집에 박혀서 글만 쓰고 있다.



한동안 앉아서 글만 썼더니만 찌뿌둥하고 허리가 불편한 건 부인할 수가 없다.

이틀 전 밤, 글 한 꼭지를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누워 멍 때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다 간 빨간 머리 앤이 아니라
게으름의 대가로 삽시간에 소피할머니처럼 되겠는 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마녀의 저주에 걸려 하룻밤 사이 할머니가 되어버린 소녀


정답이 진즉 나왔으나 바깥에서 들리는 칼바람 소리에 내적 갈등이 요동쳤다.

고민 끝에 다음 날 아침, 운영하는 '글로성장연구소 & 맘에스밈' 단톡방에 공표를 했다.

내가 내뱉은 말에 무게와 책임을 두는 내 성향을 알기에 일부러 다수 앞에서 선언했다.




이제 빼도 박도 못 한다.

난 분명 나가게 될 거다.

솔직히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꼭 '글쓰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작가의 태도'만이 아니더라도, 그냥 우리는 건강히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건강을 잃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는 걸 경험해 본 나이기에 단톡방에 저렇게 써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운동을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오늘이 그 첫날.

느지막이 나갔다.

약간의 스트레칭을 해주고(1월에 댄스 수업도 멈춰놔서 그간 몸이 많이 뻣뻣해졌다.), 원래 경보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추워서 무작정 달렸다.

참고로 난 매년 9월부터 4월 초까지 전기담요를 깔고 잘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다.

(이 사진을 보고 필영작가가 내 눈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단다. 필영이는 예리한 구석이 있다.)


집에 겨울철 운동복도 없어서 패딩을 입고 뛰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아침 조깅이라면 믿겠는가?

그만큼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


에라, 일단 달려 보자!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옆 아파트 대단지를 돌고, 내친김에 붙어 있는 작은 공원까지 찍어서 크게 한 바퀴를 돌고 왔다.

15분 동안 뛰었는데 헉헉거리며 내쉰 거침 호흡 때문에 마스크에 침이 잔뜩 묻었다.

집에 돌아오니 20분이 지났고, 오자마자 '제시의 Zoom'을 오랜만에 신나게 춰 주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공표했던 거 다 지켰다.

막상 다 하고 나니까 몸이 좀 더 가뿐해진 느낌이다.

늘 그랬듯이 한 번이 어렵지 막상 실행하니 내 각오가 더욱 공고해진다.




최리나의 인생 신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을 하던 어떻게 다 그 분야 top을 찍을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도대체 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었느냐며 비법을 내게 묻는다면,

마음먹은 일은 해내고 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딱 한 단어로 답할 수 있다.


'진심'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어휘 하나로 통한다.

나의 신념은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다르지 않다.

나는 매 순간, 옷깃이 스친 모든 사람, 하기로 마음 먹은 어떤 일에든 진심을 다한다.

일을 할 때는 본질을 파악하려 진심을 쏟아 일했고, 사람을 대할 때에는 그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인지 느끼기 위해 내 진심을 먼저 꺼내 보여주었다.


이를 테면, 글쓰기강의를 지도할 때는 수강생 분의 니즈, 즉 실력 발전에 집중한다. 

수업을 하는 동안 수강생분이 글쓰기의 진면모를 느끼고 글쓰기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 나의 소망이다.

수강자가 강의로 원하는 건 실력이 향상된 작가로서의 모습이지, 듣기 달콤한 칭찬만을 바라며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을 거라 여긴다.

그들의 목표에 글쓰기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되는 내 바람까지 살포시 얹어 한 분 한 분의 글을 세심히 정독하고 진심을 담아 첨삭해 드린다.  


이렇듯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진심'이기에 진심을 다해 내 생에 임한다.

그것이 내 인생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나의 진심은 깊고도 깊다.

속도가 느리던 빠르던 언젠가는 상대방에게 내 진심이 스며들 것이라고 믿는다.


2023년 진짜 새해가 밝았다. (지각생이라 찌그러진 음력의 위상에 슬쩍 기대 본다)

진심으로 커뮤니티에 달리기를 맹세했고, 나답게 진심을 다해 달려 볼 작정이다.

함께 하는 우리 작가 여러분도 올 한 해 자신의 건강을 온 마음 다해 돌보며 나아갔으면 한다.

풍파가 휘몰아치는 인생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돌아왔을 때 내가 깨달은 게 있다.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삶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배어 있는 소소한 행복도 알아보고 느낄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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