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리나 작가 Aug 24. 2022

모로 가도 인천만 가면 된다-1탄

feat. 김필영 작가 in 대전

모로 가도 인천만 가면 된다


대전에서 상반기부터 계획했던 미팅이 있어서 업무차 아침 일찍 대전행 KTX에 몸을 실었다.

참고로 난, KTX초짜다.

이번이 세 번째 KTX를 타 보는 것 같다.

이런 나에 대한 주제 파악을 하고 있었기에, 역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허둥지둥 기차 플랫폼을

찾아 헤매고 있을 끔찍한 상상을 하며 평소보다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광명 KTX역은 지하철, 버스 역과 통합된 건지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다.  

일찍 도착한 나는 다행히 여유롭게 승차를 했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전역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묵 식당'이 보였다.

언뜻 보아도 유명한 맛집의 아우라가 풍기는 그 어묵집을 향해 난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온갖 다채로운 맛의 어묵들이 즐비했고, 나의 시각으로 들어온 그들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은 내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평소 아침 식사를 파우더로 때우고 마는 나는 과하지 않게 두 가지 맛을 선택했다.

내가 사랑하는 치즈와 청양고추맛.

'음~~' 5분 순삭으로 적당히 요기를 끝내고 슬슬 커피숍을 찾아 나갔다.

나처럼 먼저 도착한 김필영 작가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녀와의 첫 만남은 아니다.

우리는 겉으로 보나 대화를 해보나 이래저래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난 그녀와 대화가 잘 통한다.  

아마 우리에게 강한 공통 분모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바로 '글과 책'이다.
둘 모두 '글쓰기'에 진심이고, 책을 사랑한다.


그녀와의 대화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한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리는 편안한 티키타카의 여행길로 들어선다.

적당한 배려와 글과 책에 대한 열렬한 애정이 서로를 마치 자석의 음와 양처럼 끌어당긴다.

먼저 도착한 나는 커피숍에서 글을 쓰다가 필영 작가를 만났고,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같이 움직였다.






대전역 주변의 길거리 풍경은 정겨웠다. 첨단 도시와 개발 도상 국가의 중간 느낌(?)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 냄새가 폴폴 풍겼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70년대로 타임캡슐을 타고 온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옛 중고서점을 발견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책을 좋아하는 우리의 시야에 그 자그마한 책방이 포착된 것이다.

홀리듯이 우리의 발길이 그 안에 들어섰고,  우린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깊숙한 서점에 있는

오래된 책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 책 냄새...'
있다, 그 특유의 빛바랜 종이 내음.



퀴퀴하지만 결코 구리지 않은, 과거의 시간들을 꾹꾹 구겨 넣은 것 같은 그런 냄새.

작지만 빽빽하게 책들이 꽂혀있는 다소 산만한 서점의 저 상단 꼭대기, 구석진 칸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유일하게 있었던 동아 백과사전 세트가 눈에 띄었다!


'내가 저 동아 백과사전 때문에 책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았었지...'


하는 씁쓸한 옛 추억이 회상되었다.

이 공간에 있자니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낯선 장소에서 35년만에 조우한 그 백과 사전을 보고 있자니 요새 아이들 책은 정말 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제도 다양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다.

잠시 거기서 넋을 놓고 구경하는 우리를 보시던 주인아저씨 같아 보이는 분께서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으셔서 난 인천에서 왔다며 답인사를 드렸고, 둘이서 뭉기적거리다가 거리로 나왔다.






난생처음 보는 크디큰 스터디 카페 건물에 들어섰다.  

반가운 얼굴들...!

상반기부터 만나기로 구두로 이야기만 해왔던 분들과 직접 마주하니 어찌나 반갑던지...


아무리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요즘이지만 역시 사람은 이렇게 직접 만나 온기를
느껴야 하는 것 같다.


오후에 주어진 회의와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KTX 3번 플랫폼에서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내 자리에 버젓이 누가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요즘도 이런 일이 있는 거야? 설마...'라고 생각하며 앉아 계신 분께 본인 자리가 맞으신지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그런데 정말 표가 똑같은 것이 아닌가!

순간 불길함이 엄습하기 시작하고,  나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설마.. 나... 기차 잘못 탄 거야? '



여기서 상대방분이 아닌 나를 바로 의심한 건, 왠지 그럴 확률이 높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이 기차가 광명행이 아닌지 여쭤보았고 모두 안타깝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서울행'이라고

이구동성 답해주셨다.

난 애써 미소 지으며 예의를 갖추어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답했으나...

돌아서면서 속으로는



'이런 제기랄! 내가 나 때문에 못 살아!
난 대체 왜 이 모양일까?
꼭 낯선 곳을 가면 이렇게 한 번은 실수를 한단 말이지!'



라고 자책하며 역무원분께 SOS를 청하기 위해 입구 쪽으로 황급히 움직였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살짝 창 밖을 쳐다보았으나 이미 내가 탄 KTX 기차는 정말이지 KTX 스러운 광속도를

뽐내기라도 하는 듯, 출발과 함께 곧바로 쌩쌩 달리고 있었다.

대단하다, Speed 한국! 역시 속도에서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빈 틈을 찾아볼 수 없구나.




영화 속 주인공마냥 당장이라도 기차에서 뛰어내려 대전역으로 역주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To be continued...



매거진의 이전글 울고 싶을 땐, 맘껏 울어도 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