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 글을 안 읽었으면 좋겠다
feat. 잊고 있던 그 남자
남편이 이 글을 안 읽었으면 좋겠다
어제 나는 묘한 설렘을 안고 잠에서 깼다.
두 눈을 떴을 때, 방 한쪽의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고개를 삐죽 들이밀며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어찌나 눈부시고 화창하던지 엊그제의 비바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하다.
지난밤, 따사로운 햇빛 같은 그 남자가 갑자기 내 꿈에 나왔다.
잠에서 깨어 눈꺼풀을 슬며시 들었을 때, 정신은 잠시 몽롱했고 내 입꼬리는 이미 양 끄트머리로 한참을 올라가 있었다. 꿈을 꾸면서도 난 웃고 있었던 모양이다.
살다가 잠시 잊혔던 그 남자는 내게 그런 존재이다.
그래도 양심 머리는 있어서 순간 남편에게 다소 미안함도 들었지만, '뭐 이미 한참 지난 일인 걸...' 하며 애써 털어내 본다.
갑자기 그는 왜 내 꿈에 나왔을까?
그동안 그렇게 좋아했어도
단 한 번도 꿈속에 나온 적이 없건만...
그 남자에 대한 나의 대단치 않은 사랑은 이러하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음...
'지고지순, 일편단심'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하면 찰떡이겠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까지도 순진해 빠진 날 보는 듯했다.
난 언제나 한 사람만 바라보는, 앞서 말한 '사랑에 지고지순하고 일편단심인 상 맹꽁이'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가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좀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왠지 모를 우리의 비슷한 면에 호감 비스무리한 것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가 사랑하는 이 앞에서 한결같은 애정을 호소하며 아파할 때, 내 뺨에도 뜨거운 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그 심정이 어떨지 나 역시 너무나도 잘 아니까.
뭐야... 남자들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내 나이 서른 살에 '남자도 마치 소나무처럼 우둑하니 한 사람만 바라보며 끊임없는 사랑을 줄 수 있구나'를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당시 10년간 사랑했던 나의 애인은 중간중간 눈을 돌리며 '틈새 마음 나들이'를 오고 가기도 했기에 난 나에게 첫 남자였던 나의 연인에 의해서 남자라는 사람에 대한 개념이 세워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지 않았다.
그 나이 먹도록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서 고 정도인 사람을 시종일관 사랑하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난 참으로 미련했구나' 싶다.
적절한 연애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다.
이런 나에게, 이 남자가 새로운 남자상을 보여주었다.
'아... 나도 진짜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를 볼 때마다 이런 마음이 들었고 이 새로운 남자를 접하며 내 안에서 그에 대한 사랑이 스멀스멀
싹트기 시작했다.
나름 남몰래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그와 관련된 서적을 구입하는 등 평소 하지 않던 과감한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그가 무언가 한다고 하면 멀찌감치서 그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애인이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은 딱 여기까지였다.
슬프게도 그는 이런 나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른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상대가 꼭 나의 마음을 알아줘야 할 이유는 없으니 이런 관계도 뭐 나쁘지 않다.
내 삶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면서 그를 대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에 대한
애정의 농도도 서서히 옅어져 갔다.
물론 간혹 그의 소식이 궁금해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감사하게도 무엇이든
알 수 있는 초록이 네이땡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제야 날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난 그를 정말 많이 흠모했나 보다.
내 꿈속에서의 그는 나에게 호감이 있었다(정확히 꿈이다, 꿈이라는 걸 강조한다), 비록 이것이
꿈일지라도 상관없다.
꿈에서라도 소원을 이루었으니. 훗~
꿈속 가상 스토리에서의 배경은 뜬금없이 큰 종합 병원 안에 자리한 이름 모를 카페.
난 그곳에서 상주하여 일하는 직원으로 꿈에서 조차 열일을 하고 있었다.
망할, 꿈에서도 어찌나 근면 성실각으로 일하고 있던지... 난 평생 노동을 할 팔자인 것인가!
난 분주히 고객들을 대하며 친절하게, 단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 커피 머신을 현란한 솜씨로 만지면서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때, 바쁜 와중에도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후광이 비추고 있으니까.
터벅터벅 무심히 내게로 걸어와 카페 의자에 멋스럽게 걸터앉은 그는 내게 눈부신 미소를 날렸다.
그 환한 미소는 내가 좋아하는 그의 시그니처이다.
난 두근대는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평정심을 유지한 채 일하려 노력했다.
흐뭇한 눈빛으로 지긋이 날 바라보고 있는 그의 강렬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은 나는 그에 대한 나의 사심, 애심 등 온갖 심심이들을 진정시키느냐 무던히도 애썼다.
내 분주한 속사정과 달리 난 무심한 듯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바쁘셨나 봐요?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꿈속에서의 우린 이미 아는 사이었나 보다.
네... 그간 잘 지냈어요?
내게 답을 주는 그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아놔... 더 멋있어졌다.
시간의 순리대로 그도 세월을 탔을 터인데 이제 중후한 매력까지 보너스로 더해졌다.
아... 어쩜 좋아...
그 사이 더 멋있어졌네!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럼에도 쥐꼬리만 한 존심은 지키고 싶었는지 난 꽤나 담담하게 그를 대했다.
정신없이 바빴죠~. 늘 드시던 거 드릴까요?
'늘 드시던 거?' 자주 온 단골손님으로 설정됐나 보다.
나의 무의식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건지 이쯤 되면 나도 내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난 돌아서면서 감추어 왔던 잇몸 만개 미소를 이내 씩 하고 드러냈다.
그리고...
이게 내 꿈의 끝이다.
겁나 아쉽다아.
아쉽지만, 많이 아쉽지만 꿈에서 만나지 않았는가. 꿈에서나마 그와 직접 대화하지 않았는가!
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이건 엄청난 대박 꿈이야!
내 인생에 로또 같은 요행은 없는 거 같고...
도대체 얼마나 기막히게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는 걸까?
요즘 나의 삶을 곰곰이,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하게 될 일들.
그러다 이내 접었다.
아무렴 어때~.
그냥 난 지금 이 순간이 무지 행복해!
그 남자랑 직접 대화했어, 여전히 그의 눈빛이 선연해.
심지어 그는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 꿈 하나만으로도 나를 웃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제의 꿈을 회상하면서 이 글을 써 내려가는데 헤벌쭉 입을 벌리고 있는 나를 본다.
헤헤거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침 흘리기 일보직전의 내가 이상한지 자꾸 날 흘깃흘깃 바라보며 '뭘 쓰는 건데 저러지...? ' 하는 표정으로 내 동태를 살피는 남편도 이제서야 의식된다.
아차! 남편이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지. ic...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
갑자기 침이 꼴깍 넘어가지만, 용기 내어 이 글을 그냥 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왜? 내 브런치니까. 이건 나의 소확행이니까!
이리 큰소리치고 곧 소심해진 마음 저 한 편으로 기도해본다.
'부디 남편이 이 글을 못 읽게 해 주세요'라고.
질투심이 1도 없는 쿨내 뿜뿜, 나의 남편은 아마 내가 그를 이 정도로 좋아하는지 몰랐을 테다.
같이 살아도 이렇게 서로의 속내를 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난 '부부'인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모했던 그는,
내 꿈에 나와서 하루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싱글벙글거리게 하는 그는,
바로 이 남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덕여왕'의 '비담'이라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장면에서 난 꺼억꺼억 대며 오열을 했다.
정말이지... 음... 멋... 있... 다, 이 남자.
To. 김남길 배우님
찐팬입니다.
너무 좋아합니다. 또 제 꿈에 나오셨으면 좋겠네요. (수줍수줍)
덕분에 제가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그런 캐릭터의 남자를 볼 수 있는 현안을 갖게 되었고,
그리하여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남길님.
언제나 님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오래오래 활동해주세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직접 뵙고 사진 한번 같이 찍고 싶네요. (꿀꺽~)
- 아직도 마음만은 소녀인, 어느 40대 워킹맘 작가 드림
마지막은 그래도 혹시 몰라 기름ㅊ, 아니 사랑하는 남편을 위하여 이 말을 꼭 남겨야겠다.
내 사랑은 오직 당신뿐이야, 진짜루!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