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꽃 받은 여자일세!
feat. 나만의 관례
살구빛과 연분홍색이 스며든 아름다운 두 세 송이의 수입산 장미.
꽃봉오리를 다소곳이 다물고 있는 정 가운데 꽂힌 장미 한 송이가 자태를 뽐낸다.
내가 사랑하는 리시안셔스도 "저도 있어요"라며 고개를 삐쭉 내밀고 인사한다.
투명 유리병에 사방으로 아름드리 생화가 꽂혀있다.
벌써부터 받자마자 활짝 함박웃음을 지을 그녀의 얼굴이 연상된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어떤 이의 생일이다.
나에겐 의미 있는 사람들의 생일을 만년달력 어플에 기입하고 꼭 챙기는 나만의 관례가 있다.
뭘 해주면 좋아할까?
매년 그 사람만의 취향, 상황, 기호, 성향을 다 고려해서 고민한 후, 내 사랑을 담아 축하한다.
올해 들어 내가 제일 처음으로 생일 축하를 해 줄 주인공은 '서프라이즈! 꽃배송'으로 결정했다.
집주소를 아는 이였기에 어제 근처 꽃집 중 상품 후기가 가장 좋은 곳을 골라 전화로 미리 주문했다.
내일 가능할까요?
당일 들어오는 가장 신선한 꽃으로 부탁드려요.
메인은 장미, 리시안셔스, 카라, 아... 카라는 내일 안 들어와요?
네, 서브로 하얀 물망초나 데이지도 좋아요.
그럼 사진을 보내드릴 테니 참고해서 내일 아침 들어오는 꽃으로 비슷하게 맞춰주실 수 있을까요?
음... 컬러는 white와 pale pink로 조합해 주세요.
혹시 생일 카드 문구도 간단하게 될까요?
네, 내일 저녁 7시요.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8년 전에 꽃꽂이를 태교로 몇 달 동안 배워서 (나와 정말 안 어울리지만, 푹 빠졌었다) 나름 꽃을 쪼금 아는 나. 그 이후로 꽃을 사랑한다지, 아마.
전화로 주문을 뚝딱뚝딱 진행하고, 모든 준비 끝!
내일이 기대된다.
드디어 디데이다.
꽃배달해주시기 전에 사진을 한 장 보내주셨으면 했는데, 목소리가 아리따웠던 사장님께서 센스 있게 보내주셨다.
모든 게 만족스럽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꽃 선물을 받은 이가 내게 전화로 기쁨을 외쳤다.
어머, 웬일이야! 너밖에 없구나, 리나야.
나이 들면 생일도 잘 못 챙기는데...
너는 정말 총명한 아이야.
나: 아이고, 그게 뭐라고 거창하게 총명까지 들어가니. 언니, 생일 정말 축하해! 사랑해!
지인의 감사하다는 표현에 너스레를 떨며 깔깔 웃었다.
그녀는 감동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전화 통화로도 부족한 지 20분쯤 뒤, 카톡이 날아왔다.
그녀만의 시그니처 이모티콘인 엽기토끼의 '좋아 좋아'를 날리며 행복해하는 그녀.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보지 않아도 지금 그녀가 얼마나 환희에 차 있는지 내게 생생하게 전해졌다.
기분만은 생일인 줄 알았다.
나만의 생일 챙기기 관례에 있는 지인, 가족 중 다수가 나와 성향이 반대이거나 다들 조금씩 다르다.
그렇게 다른 와중에도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존재한다.
다른 듯 비슷한 우리가 어우러져 살아간다.
꽃다발을 보면 서로 다른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과 닮았다.
꽃이 햇볕과 물로 숨 쉬는 것처럼 가장 인간적으로, 진심으로 상대에게 다가갈 때 그 마음은 그에게 닿아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늘 그렇듯 사랑하는 이가 행복하면 난 몇 곱절로 행복하다, 오늘처럼.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