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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Feb 27. 2024

유튜브가 도움이 안 된다면,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영향력을 역이용하기.

난 김치찌개를 싫어한다(얘가 또 먹는 얘기 하네.. 하는 분들! 아닙니다! 들어보세요!). 집에서 먹는 김치찌개도 거의 손을 안 댈 뿐 아니라 내 돈 주고 김치찌개 사 먹은 일이 살면서 손에 꼽힐 정도니, 어느 정돈지 짐작이 되시나요. 그런 내가 며칠 전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글에서 이야기했던 '먹신의 계시'도 아닌 것 같고, 곰곰이 생각하다 번쩍 떠오른 기억. 아, 전날 티비에서 김치찌개 먹는 장면을 봤구나.


여러분들은 본인이 보는 콘텐츠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기에서 말하는 콘텐츠는 영상 콘텐츠가 주가 되지만 이외에도 글, 이미지, 심지어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등 다양한 항목을 포함한다. 콘텐츠의 홍수, 아니 범람이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걸 자각하기는 쉽지 않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곱씹어봐야 내 생각의, 욕망의 출처를 가까스로 알 수 있을 정도니. 김치찌개를 먹는 장면 역시 그리 집중해서 보지 않았음에도 내 뇌 속 어딘가에 씨를 뿌려 나의 욕망을 자극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충분히 더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브이로그를 보고 그가 착용한 악세서리나 옷에 갑자기 확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고, 생판 모르는 남의 브이로그를 보고 갑자기 요가가 하고 싶어지질 않나, 폭식 브이로그를 보면 식사량 조절이 안 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어쩌다 넷플릭스에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드라마를 보게 되면 공격적인 생각이 유독 강해졌다. 본인의 주관과 생활양식이 워낙 견고해서 영향을 잘 안 받는 분들도 있겠지만 홍보와 심리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웬만한 의지가 아니라면 그 영향을 물리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게임이나 폭력물에 자주 노출되면 실제 공격성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한 보따리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이걸 역이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만일 콘텐츠에 쉬이 영향을 받는다면 내가 지향하는 것에 관한 콘텐츠를 많이 보면 동기부여도 되고 참고할 점을 많이 얻겠다 싶은 거다. 요즘 내가 보(려고 노력하)는 콘텐츠, 일부러 보지 않는 콘텐츠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1. 요즘 보(려고 노력하)는 콘텐츠

- 루틴한 삶을 건강히 가꾸는 브이로그: 나 역시 루틴한 생활을 유지하지만 가끔 질릴 때가 있다. 이럴 때 복사-붙여넣기한 것처럼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도 되고 '건전한 삶에 루틴은 빠질 수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단, '갓생' 브이로그는 너무 과한 경우가 많아 오히려 자괴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할 것.


- 운동 관련 콘텐츠: 개인적으로 제일 자극받는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 같은 서바이벌 콘텐츠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신 분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들의 근성, 지구력, 열의 등을 보면 당장 체육관에 달려가서 질주하고 싶은 의지가 솟아오른다.


- 연예인 자기 관리 콘텐츠: 연예인 유튜버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보면 집에서 하는 얼굴 마사지, 살이 잘 빠지는 운동 팁처럼 은근 쏠쏠한 정보가 많다(그만큼 관리를 열심히 하고, 많은 샵을 다녀봤으니 어느 정도는 공신력이 있다고 믿는다). 최근 안소희의 피부관리 콘텐츠를 보고 얼굴 마사지를 새롭게 루틴으로 넣었는데, 시원하기도 하고 간단히 내 몸을 돌볼 수 있는 관리법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책 관련 콘텐츠: 모 아이돌이 읽는 책을 정리한 게시글, 민음사 유튜브 등을 보면 독서 의지가 뿜뿜 솟는다. '나도 책 읽는 힙한 사람'이라는 마인드도 생기고. 더불어 독서편식으로 알 수 없었던 새롭고 흥미로운 책들을 아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


2. 일부러 보지 않는 콘텐츠

- 먹방, 폭식 콘텐츠: 한때 '맛있는 녀석들'을 달고 살 때가 있었다. 살면서 먹는 양 조절이 제일 안되었던 때가 이때이기도 하다. 요즘은 먹방 유튜버들이 흔해지고 먹방, 심하면 폭식 콘텐츠들을 보는 분들도 많지만 식습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다이어트 중 대리만족을 위해 보는 경우도 많다지만 그렇게 쌓인 욕구는 언젠가 폭발적으로 터지기 마련이더라.


- 욕설 위주, 폭력적인 콘텐츠: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뜨지 않지만 가끔 쇼츠에 뜨기도 하고 넷플릭스로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공격 성향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하게 발달한다. 먹방과 마찬가지로 전혀 도움 될 게 없는 부류다.


- 명품 하울, '000 아이템 추천' 등의 소비 권장 콘텐츠: 특정 아이템을 사야 하기 때문에 검색해 보는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목적도 없이 이런 콘텐츠를 계속 보는 건 좋지 않다. 명품의 경우,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n천만 원 쇼핑하는 식의 콘텐츠가 주류인데 이런 소비가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욕구불만만 부른다.


최근 이런 방향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니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특정 부류의 콘텐츠를 제한하는 게 정보의 폭 역시 제한하지만 나에게 건강한 방법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기에. 가끔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불필요한 정보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요즘 도파민 디톡스가 유행이라던데, 아예 끊을 수 없다면 이 정도로 타협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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