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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r 08. 2024

듄2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며 생각해 본 개선점

개인적인 오답노트 겸 여러 생각들.

며칠 전 듄2를 보고 후기를 썼다.(참고: https://brunch.co.kr/@writerlucy/112) 이전에 파묘 글이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작정하고 쓰긴 했지만, 운이 좋게 다음 메인에 또 오르면서 조회 수가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조회 수가 1.3만 회가 넘었으니,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다. 예상하지 못한 일도 생겼는데 바로 수많은 댓글들이었다. 영화평론가도 아닌 일개 관람객인 내가, 혼자 글을 쓰며 이 정도로 '피드백'을 받아본 것도 처음인데 댓글 중 상당 수가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여러 모양으로 달린 댓글을 보며 내 글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았다. 그 결과 스스로 개선할만한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었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이 글에 일종의 오답노트를 한번 적어보려 한다. 이 글은 향후 글을 쓸 때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한 글이기도 하다.


문제점 1. 표현이 부정확했다.

해당 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가장 많이 나온 부분은 '영웅 서사'에 대한 이야기다. 정확히는 '듄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웅 서사가 기본 틀이다. 공작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전쟁에 휘말리며 '리산 알 가입'이라는 예언자이자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 '폴'을 중심으로 세계관 내 적을 물리치고 사랑을 찾는,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스토리다.'라고 썼다. 이걸 보고 많은 분들이 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 제대로 이해한 게 맞냐는 반응을 하셨다. 듄이 영웅'주의'에 대한 경계를 이야기한 점은 알고 있다. 듄2를 본 직후 쓴 일기에 '광신도들과 베네 게세리트에 의해 원치 않는 리더 자리에 올라야 하는 폴을 보는 게 고통스러워 슬프다', '개인적으로도 절망이 찾아올 걸 알면서도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이는 누굴 위한 영웅인가, 그게 영웅이라 할 수 있나'라는 글이 적혀있다. 다만 브런치 글을 쓸 때는 '폴이 (표면적) 영웅이 되는 과정과 고뇌'를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스토리 전개가 영웅 서사와 동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렇게 표현했고, 그게 보는 이들에게 '폴이 영웅이 되는 게 중심이다'로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다. 압축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쓴 내용이 오해를 불러일으켰기에 향후 글을 쓸 때 의도하는 바가 명징하게 표현되었는지 다수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점 2. 일반화의 위험성을 가벼이 여겼다.

해당 글 초반에는 듄2의 흥행 부진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런 반응은 비단 나뿐만의 것은 아니었는지 한국 관객들의 호응 역시 뜨뜻 미직지근하다. 파묘에 밀려 힘을 못 쓴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럴까? 파묘도 보고 듄2도 본 나로서, 듄2가 왜 한국에서 영 기를 못 펴는지 개인적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다.'라고 썼다. 글 말미에는 '확실히 한국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이번 작품이 여러모로 아쉽다는 생각은 든다.'라고도 썼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다. 해당 문장을 쓴 건 듄1 개봉 당시 용아맥에서 3번 관람하고 유튜브 반응을 보며 느꼈던 큰 반향이 듄2 관람 이후에는 느껴지지 않기도 했고, 듄2의 관람 추이와 엮어서 글을 쓰기에도 편리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 관점'으로 한정 짓는다 해도 이런 일반화는 위험할뿐더러, 나와 의견이 같지 않은 이들이 경계할 수 있는 워딩이다. 일반화가 주는 무게감을 되새겨야겠다.


추가로 내가 '듄친자'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아마 그건 문제점 1에서 말한 대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 짐작한다. '듄친자'가 되는 기준이 따로 있는지는 몰라도, 나는 듄을 통해 행복함을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를 듄친자라고 명명했다. 또 듄2를 보고 감동받은 점들이 많았으나 글 주제에 부합하기 위해 쓰지 않기도 했다. 미쟝센이 훌륭하다는 것도, 특히 폴이 각성 후 모래사장 위를 걸어오는 장면과 샤이 훌루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느낀 쾌감도, 마지막에 가슴이 빠듯하도록 슬펐던 감정도 다 좋았지만 글에서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덜어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가 있다. 이전 글에서 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상세히, 최선을 다해 댓글을 달아준 분이 계시다. 그분의 태도를 보며 진정한 대화, 토론에 임하는 성숙한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날 서고 공격적인 댓글만 있었다면 나 역시 상처만 받고 다시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을 텐데, 의지를 갖고 본인이 생각한 바를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놀라워 내 글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마 그분은 듄 덕후 입장에서 내가 쓴 글이 정말 분통 터지도록 답답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시겠지만... 그분이 보여주신 모습에 감사를 표한다. 이외에도 상냥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의견을 나눠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며칠간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울지만 않았을 뿐 상처는 받음) 이번 경험을 통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 점은 기쁘다. 앞으로 조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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