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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r 12. 2024

근육량은 높이고 체지방량은 낮게요, 변화 폭은 크게요!

이런 욕심쟁이 같으니라고.

오늘 아침,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울린 알람을 잽싸게 끄고 후다닥 향한 곳은 헬스장이었다. 갓생 살기를 다짐했냐고요? 아니요, 인바디 재러 다녀왔습니다.


운동을 한 지 8개월 차. 인바디를 마지막으로 잰 건 지난 10월이었으니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지난주부터 일주일에 4번 이상 운동을 했고, 어제도 운동 완료. 공복으로 잰 몸무게는 평소보다 더 낮았고, 눈에 보이는 체형도 상당히 달라졌다. 인바디를 쟀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감에 가득 차 관장님의 평가를 기다렸는데, "예전이랑 크게 달라진 게 없네요". 아니, 관장님 이게 무슨 소리요...


결과를 보니 5개월 전보다 체지방량은 0.2kg가 줄었고 근육량은 0.3kg가 늘었다. 분명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맞지만 변화 폭이 미미해도 너무 미미하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나를 보고 관장님은 위안을 담은 설명을 해주셨다. 애초에 체중, 체지방량이 높고 근육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운동을 했을 때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오겠지만 나의 경우는 해당이 안 되고, 여기에서 더 확연한 결과를 얻고 싶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싶다면 체지방량이 늘어나는 걸 감수하고라도 먹는 양을 늘리고, 유산소 운동은 줄이되 고강도 웨이트를 해야 한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유산소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늘리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제한하는 식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근력 감소는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걸 선택하든 반대편에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기대에 못 미친 검사 결과를 듣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근력은 늘고 체지방은 감소하는 건 안되나'하는 생각을 했다... 가 이내 욕심임을 깨달았다. 지금도 원하는 방향대로 되어가고 있다만 그 양이 미미한 것뿐이고, 양이나 방향 모두 내 뜻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신경을 운동에 투자해야 한다. 어떤 걸 원하고, 그것을 얻기로 결정했다면 나머지 선택지가 주는 혜택과 결과는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평소처럼 욕심을 부린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것에 미련을 두다 보니 지난 5개월간 노력해서 얻은 300g의 근육이 세상 하찮아 보였다. 300g이면 내 체중에 비했을 때 적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무거운 양인데 말이다.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 역시 조금씩 나아지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됐다는 마음으로 정진해야겠다. 마음이야 영화에서 나올법한 메이크오버 장면처럼 '변화'가 아닌 '변신' 수준을 꿈꾸지만 그러려면 또 무언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럴 바엔 지금처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으니 그 길을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 결과지 아니에요?" 싶을 정도의 결과가 나오겠지. 제발 그랬으면!


언젠가 너를 I자로 만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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