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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r 15. 2024

선생님, 일어나보세요 세이프존에서 벗어나실 때에요

성큼성큼 나아가보자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한다. 운동을 시작할 무렵 받았던 20회의 PT 이후엔 혼자 운동을 하고 있다. 관장님에게 배운 기구가 아니라도 유튜브를 보고 곧잘 따라 하며 새 기구를 익히기도 한다. 만일 정말 이상한 자세로 하고 있으면 관장님이 말벌 아저씨 마냥 헐레벌떡 뛰어와 "그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알려주니, 이 방법도 나쁘진 않은 듯 후후. 이처럼 기구를 익히는데야 방법이 있지만, PT를 받지 않아 생기는 진짜 단점은 바로 중량을 높이는데 소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관장님과 함께 있을 때는 내 아웃풋에 맞춰 중량을 적정히 증량해갈 수 있지만 혼자서는 어쩐지 들던 무게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것도 성격에 따라가는 게, 누군가는 컨트롤해줄 사람이 없으니 더 팍팍 무게를 올려나가는데 나는 이런 점에서는 영 소심한지라. 만일 내가 오늘 45kg를 들었다면 다음번에도 그 무게를 들고, 컨디션이 전보다 낫다 혹은 오늘따라 무게가 가볍다 하면 50kg를 슬쩍 들어보는 식이다. 굳이 그런 이유를 꼽자면 '무리하다가 다치기 싫어서'.


사실 '무리한다'는 개념은 굉장히 애매하고 추상적이다. 하다가 허리가 삐끗할 정도인지, 근육이 덜덜 떨릴 정도가 무리하는 건지 스스로도 기준을 잡기가 모호하다. 나는 최소 12개를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중량을 잡아하는 중인데, 관장님 말로는 같은 중량을 12개쯤 했을 때 해당 부위가 부들부들 떨린다면 그 무게가 본인이 해야 하는 무게라고 한다. 데드 리프트처럼 고중량으로 하는 운동의 경우엔 4개 정도가 그 기준이 된다. 하지만 그 기준을 무시하고(!) 항상 8개 정도 할 수 있는 무게를 쳤는데, 그게 50kg였다.


그러다 최근 나온 인바디 결과(참고 글: https://brunch.co.kr/@writerlucy/117)를 보고 근육량이 생각보다 너무 늘지 않는다고 푸념하자 자칭 헬린이, 타칭 헬짱인 친구 한 명이 중량을 늘려보라 조언했다. 마침 그때 데드 리프트를 하고 있을 때라 "그럼 55kg 정도 해볼게"했더니 "70kg도 가능하니 해보라"는 것이었다. 관장님에게 배우길 일반 성인 여성의 경우 본인 몸무게 정도 데드로 들 수 있다고 했는데, 70kg는 내 몸무게보다도 훨씬 높은 무게라 망설여졌다. 결국 나름의 타협점으로 60kg를 벌벌 떨며 들어봤는데 어라? 들리네? 들기 전 60kg의 느낌은 시지프스의 돌 마냥 죽기 살기로 끌어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전에 한 반복 운동으로 손에 힘이 풀려 4개가 최선이었지만 이후 운동할 때 시도할 기준점을 높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고, 내가 늘 머무르던 '세이프존'을 벗어난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인생도 어느 정도에 이르면, 다소 무모한 도전을 통해 세이프존을 벗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차근차근 단계별로 나아가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고, 퀀텀 점프 역시 이런 반복으로 기반이 만들어진 후에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도약하려 마음먹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게 익숙해진다면, 만족하게 된다면 큰 성장은 어려워지고 권태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게 될까?'싶은 마음이라도 대범하게 두들겨봐야, 다리를 찢어봐야 다음 다리로 건너갈 수 있구나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요 근래 무료가 일상이었다. 뭘 해도 딱히 감흥이 없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굳이 일찍 일어날 이유가 있나' 싶은 날들. 하지만 친구 덕분에, 그동안 쌓아온 노력 덕분에, 그 힌트를 무시하지 않고 시도한 덕분에 또 다른 경험의 장이 열린 것 같다. 운동 말고 적용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은 뭐가 있을까? 오늘은 그걸 한번 찾아봐야겠다.


아자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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