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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28. 2023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를 읽다.

책으로 읽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여물지 않은 초보 직장인 시절, 회사 지원으로 컨퍼런스에 다녀온 적이 있다. 과거의 내가 기특하게도 기록한 것을 보니 2018년 11월 7일 열린 제20회 차세대 여성리더 컨퍼런스였다. 어쩌다 회사에서 직원을 여기에 보내겠다는 생각을 한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행사에 흥미를 보인 게 나뿐이라 혼자 쫄래쫄래 다녀왔었다. 그리고 그때, 송길영 작가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그 당시 언급한 내용들이 현재도 적용되는 것을 다수 볼 수 있다.

당시는 코딩도, 개발직군에 대한 관심도 전무했고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 아니 데이터라는 게 뭔지조차 다들 생소해할 때였다. 그럼에도 송길영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데이터에 기반해 사회적 현상으로 풀이하는 걸 보고 '와, 저런 일은 대체 어떻게 하는걸까'하며 놀라워했었다. 만일 그 때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컸다면 저기에 미래가 있음을 알았을텐데, 그 땐 행사 후 며칠 간 데이터 분석에 관해 알아보다 흥미를 잃어버렸다.


몇년이 지난 2023년, 유튜브 채널 비오의 콘텐츠를 보다 그를 다시 보았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졌기에 놀랍진 않았다. 영상에서 그는 핵개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메시지가 담긴 그의 책을 홍보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읊었다.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요구됩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함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핵개인의 삶을 살고 있던 사람으로서 고민하던 지점에서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 길로 서점에 달려가 이 책을 샀다.


깔끔한 겉표지가 마음에 든다!

책을 구매한 후, 이틀 정도만에 책을 다 읽었다. 문단도 짧고 문장도 간결한게 단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요즘 사람들을 이해하는 투였다. 책의 중심이 되는 '핵개인'이라는 키워드 또한 그랬다. 새로운 개념인듯하나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만들어야하는 2030에게 핵개인이란 생소하지 않다. 독립적으로 각자 먹고 살길을 선택하거나 선택지를 만들어가는 우리에게 핵개인은 이미 발현되어버린 포텐셜과 같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든 사람들조차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창조하길 요구받는다. 기존 가치관의 붕괴와 기대 수명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꾸려본 적 없는 삶을 상상하고 실현해야하는 것.(나는 이전 브런치 글에서 이처럼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새로운 삶의 모습을 꾸려야하는 세대를 '전환기 세대'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그런 자유이자 의무를 지게 되는 것. 핵개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 역시 핵개인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삶을 온전히 내가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 세상의 시류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기보다는 '이건 왜 이런거지?', '꼭 이렇게 해야하는건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 독립하지 못한 성인으로서 삶 전반을 온전히 내가 꾸리지 못한다는 것이 컴플렉스로 작용하는 부분 또한 핵개인으로 가지는 특징이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앞서말한 고유성과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는 차분한 위로로 와닿기 충분했다.


내용 출처: 시대예보 내용 중 일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윗세대 부양에 관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점차였다. 나 역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며 나이듦을 지각하는 요즘, 특히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윗세대가 후세대에게 부양을 책임지라는 이야기는 매우 무책임하고 뻔뻔하게만 들린다. 윗세대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라곤 현재 (혹은 미래까지) 생산되는 자원을 현 시대에 전부 소비'해야하는' 것처럼 탐욕에 물든 모습일 뿐이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려는 욕심은 모두에게 바이러스처럼 퍼져있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미래의 삶을, 미래의 자손을 포기한다. 그러면서 아이를 더 낳으라고? 씨알도 안먹힐 소리다.


내용 출처: 시대예보 내용 중 일부

교육에 관한 부분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인상적이었다. 최근 출산률 감소로 인해 교육대상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손꼽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았다.



현 시대는 이전처럼 노동력의 '양'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사회는 이른바 '몸을 갈아가며' 일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인간 개체 수가 매우 중요했지만 지금은 단순 노동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로 대체가 가능하다. 현재는 노동력의 '퀄리티'가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어, BTS는 멤버 7명으로 구성된 집단이지만 그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인구 몇백만명이 밤낮 없이 근로해도 창출할 수 없을만큼 큰 규모다. 이는 결국 노동할 수 있는 인간의 수보다는 노동할 수 있는 인간 개개인의 질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한국의 노동 시간은 거의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생산력은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기사 역시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런 노동력의 문제는 저출생으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현 교육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언급한대로 '어떻게 좋은, 질 높은 노동력을 만들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면 저출생 수에 집중하기보다는 '낳은 아이들을 얼마나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최근 학령 인구 감소로 많은 학교들이 폐교되며 임용고시를 합격한 예비 교사들 또한 발령 대기를 받는 경우가 다수라 한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계속 '교육할 학생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이미 낳은 아이들의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어떤 장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놀이 활동,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것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발령 대기 중인 교사들을 방과후 체험 학습에 투입시키되 과목과 전문성을 다양하게 하여 남는 인력이 없게끔하고, 동시에 아이들이 교과목과 상관없는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다는 판단이다. 


매해 저출생에 관한 우려가 쏟아지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이야기가 나오지만 자기결정권에 의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택한 젊은 세대에게 아파트를 준다고 아이를 낳을까? 지원금을 많이 주면 낳을까? 그럼 그 세수는 또 어떤 세대에 의해 충당할 것인가? 결국 지금 변화하는 시대관에 맞춰 지금이라도 정책 및 프로세스를 바꿔가는 게 필요하다. 다른 세대에 기대어 연명하는 삶은 모두에게 좋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아무리 해봤자 제일 중요한 건 그런 변화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시대가 그랬지만 현 시대는 유독 ‘이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만 좋아하고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실제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대예보는 핵개인 시대의 도래로 인한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준 책이고, 일말의 방향까지 제시해주었기에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다만 핵개인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을 포괄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모든 것들이 핵개인으로 수렴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키워드간의 연결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제 더이상 시대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모든 것들에서 핵개인이 주도하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고인 물, 썩은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는 사람만이 전체 바다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는 핵개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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