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의 감각을 느껴보기.
기상 시간 8시. 이젠 방광으로 느껴지는 모닝콜.
십자수, 바느질, 그림 그리기, 꽃꽂이, 도자기 빚기... 모두 손을 사용해 무언갈 만드는 행위다. 예전에는 이런 취미에 꽂혀 곧잘 며칠 밤을 새우곤 했는데 최근 들어선 손으로 뭘 만든 기억이 없다. 만들긴커녕 스크린 스크롤 넘기는 것도 귀찮아서 꼼지락거리는 게 일상인데요. 그나마 먹고 싶은 메뉴가 생겼을 때 요리 정도 했지만 수제비나 제과제빵처럼 반죽 성형을 하는 귀찮은 메뉴들은 스킵하고 재료만 썰어 끓이면 되는 찌개류만 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손으로 하는 일에 섬세함이 많이 죽었다. 청소를 하다가 헛손질해서 내 손톱에 내가 긁히기 일쑤고, 갈수록 급해지는 성격을 따라오지 못하는 몸짓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손으로 무언갈 할 때는 속도보다 손 끝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데, 머리나 눈으로만 하려고 하니 그 안에 디테일은 상당히 빠져있다. 본 것도 있고 생각한 것도 있으니 이렇게 뚝딱 되겠지? 하지만 손으로 만들어내는 실제와 상상으로 그려낸 그럴듯한 허구는 완전히 다르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종이 조각에 그림 몇 번 그려봐도 느껴진다. 예전에는 상상으로 채워 넣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요즘엔 눈앞에 가져다주지 않으면 손이 계속 허공에 머문다.
예전에는 심심한 마음에 일부러라도 이런 것들을 찾아다녔다. 원데이클래스가 붐일 때 대부분의 수업 내용이 손으로 만드는 것에 치중되어 있어서 가죽 공예도 해보고, 꽃꽂이도 해보고 유화도 그려보고 도자기에 그림도 그려봤다. 손에 핸드폰과 아이패드가 끈끈하게 들러붙고 OTT 서비스와 유튜브가 지평을 넓혀갈 무렵부터는 그쪽에 눈을 잘 안 주게 되었다. 손가락 하나만 넘겨도 볼 거 천지, 즐길 거 천지인데 굳이 먼 곳까지 가서 그런 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그대로 눌러앉게 된 거지. 아마 나뿐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오늘은 이 생생한 감각을 한껏 끌어올려 보려고 한다. 미션은 간단하다. 요즘 유행하는 인형 키링을 집에 있는 천으로 만들어보는 것.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믿고 한번 해봐야지. 결과물은 내일 아침 모닝페이지에서 공개할 테다. 하루간 고군분투한 결과물이 뭘지 다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