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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Jan 26. 2024

저기요, 혹시 음식중독이세요?

이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 많아

돌려 말하지 않으련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한다. K-고봉밥을 먹던 선조의 피가 어디 가지 않은 건지, 다른 건 몰라도 밥 먹는 거 하나엔 진심인 나라에 살아서인지 음식을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한다. 한 가지 조건을 달자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안 그러겠냐만.


먹는 걸 좋아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삼시세끼 중 뭐 하나 챙겨 먹는 일이 없고 밥상만 들이대면 싫다고 펄쩍 뛰어다니던 골골이가 키가 클 때가 되자 무섭게 모든 것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대화하다가 아직도 회자되는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1.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자 라지 4조각을 먹은 것 2. 중학생 때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다 혼자 1근은 족히 넘는 양을 먹은 것. 이 두 가지다. 아마 그때부터 먹는 것에 맛을 들여서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것 같은데 그냥 먹는 걸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지 이게 뭐가 문제냐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먹는 게 진짜 먹는 걸로만 끝나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다.


먼저 '먹는 것'에 집착할 때가 있다. 먹는 것에 집착한다고 하면 자기 거 손에 들고 남의 음식을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린다든가 식욕이 아닌 식탐으로 번져서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 배려않고 맛있는 것만 쏙쏙 골라먹는다든가 하는 도시 괴담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요.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하루 중 최소 12시간 이상은 위장이 쉴 수 있도록 단식을 하다 보니 남은 12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뭔가에 쫓기듯 '이번 끼니는 이걸 먹고 다음 끼니는 이걸 먹어야겠다'는 식의 먹플랜이 계속 생긴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신경과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두 번째는 '맛있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내게 주어진 2끼의 기회가 있다면 나는 맛있는 걸로 이걸 채울 거야'하는 마인드가 너무 강하다. 물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이 팍팍한 세상에 스트레스와 화를 풀어줄 가장 빠르고 확실한 것은 음식이라는 걸 알지만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만 이 갈증을 해소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 기대했는데 맛이 없으면 썽이 나고(맛있으면 비싸도 돼, 근데 맛없으면...) 계속 더 맛있는 걸 찾아 떠나게 되는 것도 이 이유다.


그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소식좌'나 똑같은 닭가슴살을 (정말 안 질려서) 매일 먹을 수 있는 분들이 부럽다. 모 연예인처럼 '먹는 행위 자체가 귀찮다'는 분들은 아예 넘사벽이고.. 엥겔지수가 1000%에 달하는 나에게 먹는 지출을 빼면 진즉에 집을 사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아니다) 매번 먹을 것에 굴복해 나가는 돈도 아쉽고, 조금만 절식하면 더 가벼운 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욕심, 먹을 것에 기대했기에 더 크게 느껴지는 실망감 등이 조금씩은 존재한다. 그렇다고 몸에 좋은 음식들만 먹는 것도 아니고 과식이 몸의 노화를 촉진시키는 일이라고 하기도 하니. 조금만 조절을 해봐야지. 이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 많다는 게 원통하고 원통하구나. 허이.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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