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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Jan 25. 2024

스팸 연락하시는 분들에게 블랙리스트가 되고 싶다.

오피스텔 그만요...

자칭 타칭 아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전화가 올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도 사람인에 이력서를 공개한 시점에는 헤드헌터나 지원한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마련인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제깍 받으면 시작되는 말. "이번에 xx동에 오피스텔 좋은 게 나와서~". 이마에 혈관이 불끈 튀어나오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한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돈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하루에도 이런 전화가 몇 번씩은 걸려온다. 어떤 사람은 오피스텔 분양을 받으라 하고 어떤 사람은 치과 보험을 들라하고 어떤 사람은 로또 1등 번호를 알려주겠단다. 오피스텔 분양은 돈이 있는 사람한테나 하시고요, 치과 보험은 스케일링만 보장된다면 필요가 없고요, 로또 1등 번호는 그렇게 남들한테 다 알려주지 마시고 저한테만 몰래 확실한 번호로 알려주세요. 생각해 보면 연락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도 이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다. 애초에 나보다 자금이나 상황이 좀 더 나은 분들한테 연락을 하면 그중에 서로의 니즈를 만족하는 사람이 한둘은 있을 텐데 하필이면 번호를 받아도 서로 악수도 안 하고 헤어질 그런 인연을 만났냔 말이야.


스팸 메일도 하루에 몇 건씩 온다. 제일 어이없는 건 비아그라 광고다. 여성용 비아그라가 있나?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에게는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힘(?)이 넘쳐봐야 쓸데도 없고 쓰고 싶지도 않아요!!!! 타깃층이 세분화되지 않은 막무가내식의, 비효율적인 홍보의 끝판왕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다.


가능하다면 그냥 대놓고 이야기하고 싶다. 핸드폰 번호 010-xxxx-xxxx을 쓰고, 이메일 주소가 xxxx@xxxx.com인 아무개는 여러분들이 가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만한 돈이나 담보가 가능한 물건이나 차명계좌나 숨겨둔 금괴나 하여간 생각나는 그 무엇이든 간, 그 모든 게 다 없는 사람이라고. 나에게 전화주셔봤자, 이메일을 하루에 몇 개씩 쌓아둬 봤자 여러분의 손만 아플 뿐이라고. 당신에게 내 번호를, 주소를 팔아넘긴 사람이 누구 건간에 나 못지않게 전화하시는 여러분들도 그 사람을 원망해야 할 것입니다만.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그나마 정중하게 거절 멘트를 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취업이 급한 상태나 기다리는 연락이 있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온 연락에 기대에 차서 전화를 받았다 "로또 1등을 기대하시나요?"(누가 안 기대하겠냐고) 같은 멘트를 들으면 정말 기가 팍 꺾이고 스팸 차단을 힘주어 눌러도 원망이 풀리지 않는다. 가끔씩은 대놓고 진상짓을 해서 "와, 이 사람한테는 절대 전화하지 말아야지"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랴. 그저 내 마음만 찝찝하지. 전화하시는 그분들을 탓하기보단 그런 방법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기업을 욕해야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방법은 정말 구리고 또 구리다. 가뜩이나 요즘처럼 보이스 피싱이 성행하고 사람들 마음이 얼어붙은 마당에 몇억짜리 오피스텔에 구매 혜택을 주겠다고 전화로 이야기하면 그게 믿음이 가겠어요. 내가 100억이 있어도 그렇게는 안 산다. 


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힘들겠지. 매번 똑같은 멘트로 이야기하면서 나처럼 푸념 섞인 거절을 듣거나 심하면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밥 먹듯 받으실 테니. 모든 게 ai로 바뀌는 시대에 이것도 ai로 바꾸면 안 되나 싶지만 그것도 일자리 감소고, 그렇다고 그대로 유지하자니 받는 사람 입장에선 부담이고 불편이라. 무작위로 거는 게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수요가 있을만한 사람들을 타기팅하면 좋을 것 같은데 데이터 추출이나 구매에도 비용이 드니. 정말 이 관례에는 답이 없는 걸까. 언젠가 내가 굴복해서 비아그라를 사야 끝이 날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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