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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글을 읽을까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by 치유언니


과연 누가 내 글을 읽을까?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지만 내가 쓸 줄 아는 건 혼자만 볼 수 있는 글이다.


슬프다. 비가 와서 짜증 난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내가 우습게 보이냐. 온통 감정만 나열해 놓았더라. 고민과 걱정 한가득이다. 반성하고 다짐하고 신세 한탄한다. 출처 없는 감정에 하소연만 가득한 글 읽다 보면 맥 빠진다.



나 같은 사람도 작가 될 수 있을까?

횡설 수설하는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나도 그랬었는데 하며 공감하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과정을 응원하며 읽어줄 독자들을 원했다.



2019년 7월, 브런치 작가 신청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 계속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브런치는 분명히 내 글을 기다린다고 했다. 꾸준하게 글을 쓰라며, 왜 작가 신청 안 받아 주는 거냐며 구시렁거렸다.


심사받을 때 저장한 글들이다.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열정적으로 사는

블로거들이 너무 많다.

난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을까.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도

자꾸 주눅이 든다.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내 블로그에 대해

매일 고민 중이다.

글 하나 올리는데도 하루 종일 걸리는 느낌이 든다.

점차 나아지겠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건 항상

어렵고 힘들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

매일매일 연습하는 거야

언제나 열심히 하다 보면 느는 거야

괜찮아.

좀 더 나를 들여다보고

지켜봐 주자.

그럼 무언가 보일 거야.

라고.. 토닥토닥~





처음으로

그림을 배우네.

그림을 그리네.

모니터 앞에

바짝 다가앉아

무한 되돌리기

친절한 유튜브 선생님

피곤케 하네.

처음 그린

내 그림

감격스럽네!

부끄럽지만 괜찮아.

너무 행복하네!



자기 위안글을 써놓고 작가 되겠다고 생떼 부리는 거나 다름없다. 꾸준하게 좋은 글을 쓸 수 없어 보인다는 것도 이제는 이해한다.



#과메기 #굴 #금주작심삼일

금주 한지 삼일 만에

작심 3일 만에 나는 또 꽐라 되었다네...

그래도 3일은 넘겼다네

월, 화, 수, 3일

일주일은 지키려 했다네

주중이라도 지키려 했다네

정말 그러고 싶었다네

방어와 과메기와 굴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네

어찌 안 먹을 수가 있으랴

나는 또 꽐라 되어서 집에 왔다네

동생네 초대받고

과메기와 굴을 싸들고 룰룰랄라

방어도 우릴 반기고

내 겨울 코트랑 똑같이 생긴 '콩알이'도 격하게 반겨 주고

콩알이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 커버렸지

떠난 우리 아롱이 생각에 눈물 찔끔...

한 잔 두 잔 꺾으며 도란도란

묵은지에 회 한점

쪽파 얹은 과메기 한 쌈

고기에 굴 얹어 한 배추쌈

생굴 초장 찍어 호로록~

먹기 바빴네~

우린 그렇게 먹어대며 정신을 잃어 갔다네

집에 올 때는 어찌 왔는지 가물가물 하다네

다시 오늘부터 금주 시작한다네 ㅠ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공개하는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이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글쓰기 관련글을 쓰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림에도 타고난 재능이 있듯, 글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쓴다는 건 어렵다.


돈을 벌기 위해 물건을 팔 때도, 글을 쓸 때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단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들이 뭘까? 친구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은 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들이 읽어도 될만한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나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 사람들에게 도움 되도록 해야 한다는데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소하고 평범한 나의 글을 누가 읽을까?


글을 잘 쓰려면 글 쓰는 법을 배우면 된다. 책을 쓰려면 필요한 구조를 기획하고 글을 쌓으면 된다.


나는 글공부하면서 내 글을 쓰고 있다. 작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책내기 위해 매일 아침 초고 쌓고 있다.


누가 내 글을 읽을지는 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순전히 독자의 마음에 달려있다.

나는 그냥 글을 써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누가 내 글을 읽을까 고민하는 대신,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내려놓기

독자가 많을 필요는 없다. 소수라도 공감과 위로를 느끼고 겪고 있는 문제에 조금이라도 도움 될 팁을 얻어가면 좋다. 내가 책에서 소소한 것들 얻어 내 것으로 만들었듯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기쁘다. 누가 내 글을 읽을까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 답은 이미 나왔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신.


진심 전하기

나의 말과 글에 힘이 생겨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뻔한 이야기라도 나와 타이밍이 맞으면 감동이 된다. 어느 순간 내가 쓴 글 한 줄이 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고 살아갈 용기를 얻고 문제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는다면 좋겠다.



즐기기

독자가 나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글쓰기 자체를 즐기는 것뿐이다. 독자는 글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얼마나 몰입해서 썼는지, 글쓰기를 진심으로 즐기는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았는지 읽을 수 있다. 즐기는 마음을 그대로 녹여내는 게 내가 할 일이다.



나를 기억하고 깨닫고 치유하고 성장하는 삶을 솔직하게 쓰고 의미와 교훈을 메시지에 담아 글로 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페퍼민트 에센셜 오일 한 방울 입안에 떨어뜨려 양치한다. 거울 보며 머리를 질끈 묶는다. 정수기 물 받는 동안 밤새 찌뿌둥한 몸 스트레칭 한다. 주전자에 물을 가득 채우고 책방으로 간다.

물 한 컵 마신다. 에센셜 오일 한 방울 손바닥에 떨어뜨린다. 크게 심호흡한다. 마음이 즐거워진다.

책상에 앉는다. 노트를 펼친다. 메모해 놓은 키워드를 보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다. 타타타타탁, 타타타탁.

인적 드문 아침의 고요함을 깨고 달리는 내 손가락 달음질 소리가 경쾌하다.


이 모습이다. 어릴 때 다락방에서 상상했던 모습.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누가 내 글을 읽을지는 독자의 선택에 맡기고 나는 그냥 계속 쓰면 되는 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감사합니다.


자기 치유 성장, 치유포유

치유성장 에세이스트, 라이팅 코치 최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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