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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너무 어두워서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빛

by 치유언니

"제 글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두 번째 원고 퇴고 할 때였다. 내 글이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아예 다른 글로 다시 쓸까 생각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스승 이은대 작가에게 전화했다. 내 글이 너무 어두운 것 같다고, 이대로 책을 내도 될까 물었다.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글 쓸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만 기억하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 내가 하고 싶은 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쓰려면 나의 어두운 과거가 필요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과거와, 잊고 살았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야 했다. 미운 아버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순간들을 회상해야 했다. 글 쓰다가 몇 번이고 멈췄다. 어렴풋한 기억을 세세하게 쓰려면 나의 과거로 깊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장면씩 끄집어낼 때마다 고통이었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심장이 뛰고 눈물이 흘렀다.

쓰기 싫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빼버리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온전한 내 글이 아니게 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나처럼 힘든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도 용기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를 쓰려면 솔직해야 한다. 글이 어두워서 글쓰기 힘들다고 하는 건 나의 글을 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솔직한 작가가 되지 않겠다는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쓰는 사람이다. 나를 인정하지 못하면 내 삶을 쓸 수 없다. 넘어서야 했다. 불편하고 어둡고 아픈 과거의 나 자신을.


어두운 면도 나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글을 쓰면서 회피하고 외면했던 감정을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마음이 풀어졌다. 어둠이 어디부터 시작되었는지 근원을 찾게 되었다. 내 안의 어둠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기 생겼다.


회피만 하던 감정을 솔직하게 쓰면서 진실한 나를 만났다. 감정을 글로 쓰는 법을 배운다. 억울하다, 슬프다, 화났다는 애매한 표현을 글로 보여주는 법을 배운다. 감정을 글로 풀어쓰면서 잊고 있던, 외면했던 나를 만났다. 그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글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분하고 억울했던 감정들이 사그라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두운 과거를 만나야 지금의 내가 빛이 난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지금까지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마음이 외롭고 힘들 때마다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달랬다. 과거 어두운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매일 좋기만 했다면 글도 쓰지 않았을 것이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을 거다. 피하기만 했던 과거의 나를 현재로 데리고 와보니 내가 얼마큼 성장했는지 알게 되었다. 내 글이 어두워서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덕분에 이렇게 치유성장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되었지 않은가.




세 번째 책 <나는 힘들 때마다 글을 씁니다> '일곱 살, 죽음의 기억'에서 첫 번째 동생의 죽음과 두 번째 엄마의 자살 이야기를 썼다. 내가 죽기 전에는 꺼내지 않겠다 다짐하고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다,


어느 날 밤, 울부짖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내가 자는 곳 반대편에 엄마가 엎드려 있었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엄마 쪽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동생을 부르며 울고 있었다. 어린 눈에도 뭔가 큰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동생은 엄마등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동생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는 젖가슴을 내놓고 동생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동생은 눈을 위로치켜 뜬 채 움직이지 않았다. 코와 입에서는 젖이 넘쳐 있었다.


이별뒤에 무엇이 남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 슬픔의 근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의 원천이었다. 엄마가 준 사랑이 마음에 자라고 있었고, 덕분에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다.



초고 쓸 때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꺼이꺼이하며 썼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퇴고하는 횟수만큼 글이 담담해졌다. 마음도 더 단단해졌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아픔이 글을 쓰면서 완전하게 치유되었다. 일곱 살에 겪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꺼내 글을 쓰면서 알았다. 지금 내 마음속에 피어있는 사랑의 씨앗이 바로 그때부터 생겼었다는 걸.




내 글이 어둡다는 이유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어두운 과거는 이제 단점이 아니다. 아픔을 이겨내고 살아냈고 성장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증거다.


작가마다 글의 분위기나 문체가 다르다. 어두운 글이던 밝은 글이던 의미와 가치는 분명히 있다. 어둠이 있어야 밝은 빛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듯이. 진짜 나의 이야기를 쓰려면 나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품어야 한다. 마음속에 어두운 면을 어떻게 글로 풀어야 할지 모른다면 그때 내가 했던 행동들을 쓰면 된다. 덤덤하게.

아픔과 상처를 글로 풀다 보면 지금 나에게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게 되더라.


이제는 내 글이 너무 어둡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어둠의 끝에는 빛이 있다. 내 모든 어둠은 내 성장의 씨앗이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오히려 더 찾아내려 기억을 더듬는다. 지금 나를 빛나게 한 어둠을.




자기 치유 성장 치유포유

셀프 치유법을 전하는 치유언니

치유성장 에세이스트 최미교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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