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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May 19. 2022

바쁜 직장인의 책 읽는 방법

정답 대신 내가 가는 길



"어떻게 그렇게 이해를 잘해? 맞네 그거네-"


열두 살 첫째를 보며 남편이 하는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남편이 5학년 첫째랑 드라마, 영화를 같이 보다가 이야기 흐름이나 장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아이에게 물었는데 그걸 첫째가 잘 이해하고 설명을 풀어서 답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아이와 나의 읽기 스타일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지식이 빼곡히 담긴 백과사전 같은 글을 읽는 것은 힘들어하고 전체가 통하는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으며 내용을 파악하는 속도가 빠른 편으로 빠르게 쓱 훑어내려가며 속독을 하는 것마저도 닮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암기하고 지식을 쌓는 것에는 약했고(게을렀고) 긴 글을 빨리 읽고 요점을 파악하는 것이 더 빨랐나 보다. 



"언제 책을 그렇게 다 보는 거야~?"


고백하자면 나는 다독가도 아니고 독서가도 아니다. 여전히 읽어야 할 책이 더 많은, 늘 시간에 쫓기는 평범한 사람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직장인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질문을 품고 읽는다


책을 읽을 때도 급하게, 빠르게 읽는 건 비슷했다. 대신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또렷하면 또렷할수록, 나의 질문이 점점 다듬어질수록 책 읽는 시간 빨라지고  재미다.


빠르게 전체를 먼저 파악하며 휘리릭 읽으면서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먼저 발견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마음에 남는 부분, 나의 질문과 맞닿아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그때부터는 밑줄 긋고 천천히 읽는다. 그렇게 읽다가 해답을 주는 페이지, 놓치기 싫은 페이지에서 문장을 만나면 노트에 적었다. 손으로 적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다.


장편소설을 읽을 때는 그대로 적용할 순 없고 순서대로 읽지만 다른 책을 읽을 때는 유용했다.



기억하고 싶은 책속 페이지



읽기만을 위한 읽기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읽는 방법이었다. 시간이 지나 나의 질문이 바뀌었을 때 책을 다시 열어보는 재미도 생겼다.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질문을 찾아가고 점차 확장시켰다. 한 권의 책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고 다른 책으로 이어 읽는 연결 독서의 과정은 능동적인 선택이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연결독서의 흔적




완벽하게 읽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어 , 글자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에게 천천히 차근차근 읽는 능력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 유독 퇴고가 힘든 일었을 것이다.


어떤 책에서는 마음이 찌릿하게 통하듯 저자와 대화가 일어나며 술술술 즐겁게 읽을 때가 있다. 계속해서 페이지가 멈추고 진도가 안 나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책을 잠시 덮어둔다. 아니면 앞의 목차를 보면서 이 챕터만 한번 더 보자고 찾아 읽기도 한다.


그래도 안 읽히면 살포시 덮어서 책장에 꽂아둔다. 지금 나랑 안 맞는 책이 있을 수 있으니까.


책을 빠르게 읽는 편이지만 놓치는 부분도 많다. 성격 탓인지 책 읽을 때도 종종 덤벙거려서 내용을 놓치기도 한다. 뭐 그렇게 조금 덜 읽어도, 내용을 좀 놓쳐도 뭐 어떤가. 시험 볼 때처럼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고 흡수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니까.


저자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 깨달음, 그것이 충분히 내게 와닿았고 마음의 이끌림, 행동의 변화를 끌어냈다면 완독 하지 않고 멈추어도 충분히 괜찮았다.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작가가 힘을 준 중요한 목차가 있고 메시지는 비슷하게 반복되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좀 더 추가한 보조 목차도 있음을 알아버리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의 메시지를 충분히 깨달았다면 완독에 연연하지 않고  넘기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만일 수도 있지만 어떨 땐 제목을 읽는 것 만으로 이미 마음에 울림이 오기도 했 꼭 책 속의 모든 페이지, 모든 글자를 다 읽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숙제처럼 하지 않는다.


나에게 책 읽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엿보는 즐거운 일이면서 나만의 질문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이다. 읽기 위해 읽지 않고 생각하기 위해서, 모르는 것을 깨닫기 위해 읽는다. 특히 나도 모르겠던 내 마음과 복잡한 감정을 섬세한 문장으로 뾰족하게 찌르는 책 속 어느 페이지를 만나면 유레카. 그래 이거였어! 하는 짜릿함이 찾아온다.


이북으로 임경선 작가님의 나라는 여자를 읽다가 내 마음이 또렷해지는 경험을 했던 스크랩 기록들 모아 본다.


임경선작가님도 처음엔 회사인간이었다니
되고싶은 나와 현재의 나 차이 역시도 ...



그만큼 놓치는 부분도 있지만



책 읽을 때 빠르게 읽는 만큼 종종 덤벙거려서 내용을 놓치기도 한다. 이제는 조금 덜 읽어도, 내용을 좀 놓쳐도 어떤가 생각해본다.




수동적인 읽기가 아닌 능동적인 읽기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책 읽기에도 정답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저 내가 즐기면서 읽는 방법 원하는 대로 읽는 방법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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