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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Sep 19. 2022

휴직 그리고 시작한 이것.

휴직을 하고 수영 강습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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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수영장에 종종 놀러 갔던 기억이 있다. 자유수영 레인에서 물장난을 치고 잠수를 하면서 놀았나 보다. 환한 대낮에 버스를 타고 다녀온 기억이 선명한 걸 보면 방학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수영은 할 줄 몰랐지만 물에서 둥실둥실 떴다가 물안경을 쓴 얼굴을 물속에 쏙 넣었다가 빼면서 장난치고 노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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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하려면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수영을 배우려면 수영장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이동 동선 중간에라도 있어야 한다.

수영장이 멀다면 내가 가진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

 

남편과의 연애시절에 물놀이를 갔다가 남편이 수영을 할 수 있다며 가르쳐준다고 했을 때부터인 것 같다. 나도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그 당시 바쁜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 잠시 여유가 생겼을 때 수영장 강습을 등록했다. 그때 등록했던 수영장은 시설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주차나 교통편 모두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퇴근 후에 수영장으로 가는 과정도 번거로웠다. 주차장이 좁아서 차를 가져가기 힘들었고, 매번 퇴근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거리와 동선이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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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부지런한 사람들만의 선택지였다.


이미 수영을 배워 자유수영으로 혼자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겐 새벽 수영이라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분들 중에 새벽 수영을 하고 출근을 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기억난다. 나는 시간 맞추어 일어나 출근을 하기에도 바빴는데, 그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서서 수영장에 들러 수영을 하고 왔다니, 나와는 너무도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느껴졌다.


마침내 집 근처 가까운 곳, 걸어갈만한 위치에 수영장과 체육센터가 생겼다. 새로 생겨 시설도 깨끗했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딱이었다. 하지만 몇 년을 살면서도 그 센터에서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구립 체육센터이다 보니 쾌적한 시설 대비 비용마저 저렴하여 등록하려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특히 수영 강습 등록은 초급반이 가장 치열했다. 매월 말, 등록일이 되면 새벽 5시 무렵 센터에 가서 줄을 서서 번호표를 뽑아야 했다. 미리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아도 중급반, 고급반은 자리가 있다는데 초급반은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았다. 매월 등록을 미리 챙기지 못하면서 시간이 흘렀고 수영장이 옆에 있어도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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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비싼 운동이다.


수영은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은 아니지만, 시간을 많이 쓰는 운동이다. 가장 먼저 수영장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데 헬스장이나 요가 필라테스 센터만큼 집에서 가깝기는 어렵다. 운동 전후 탈의와 샤워시간까지 더해야 하니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운동이다. 수영강습은 50분이지만 수영장까지의 이동, 전후 샤워와 탈의, 드라이 시간까지 더하면 2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휴직을 하고 월급을 대체할 만한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째서였을까, 월급의 빈자리를 충당할 수입원을 만드는 일보다도 내게 생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일을 선택했다. 공식적인 휴직 시작일 전 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수영장을 찾아 등록을 문의했다. 구립 센터는 월별로 강습비를 결제하는 데에 반해 사설 스포츠센터 인 이곳의 등록 방식은 회원제였다. 6개월 또는 1년.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6개월 등록비와 1년 등록비의 차이가 십몇만원 밖에 나지 않는 아리송한 상황. 십몇만원을 더 지불하고 1년을 결제하는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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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산다는 것.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휴직 1년 그리고 수영장 강습 1년 등록.

그간 책임과 해야 할 일에 몰두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내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농담 반으로 얼마 전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샤넬백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 그 물건 하나를 소유하는 것이 내게 강렬한 욕망이 아님을 알고 있다. 클래식한 명품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우아함이 물들어 있는 사람이기를 원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먼 상상 속 이상향에 가깝다.


모두가 수입원을 늘리고 더 일하고 자산을 늘리는 것을 향해 달려갈 때,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돌아섰다. 멈추고 싶었던 일을 멈추는 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돈이 얼마 있으면, 얼마를 더 벌고 더 투자를 하면, 이라는 조건을 걸어보았고 대략 가까워진 상태에서 결정했으나 여전히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많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계속해서 그 이상을 원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함께였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고자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을 하기. 그것에 몰입해보기. 오로라를 보는 것과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캠핑하는 것은 언제나 나의 보물지도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보물지도에 사진 한 장을 새로 넣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겁내지 않고 수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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