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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Sep 16. 2022

맞벌이를 선택한 이유

시간이 부족한 삶을 왜 선택하느냐 묻는다면.

두 아이의 육아휴직을 모두 썼다. 한 아이당 출산휴가 90일 그리고 육아휴직 1년, 365일을 모두 사용했다. 더 이상 법정 육아휴직은 남아있지 않았다. 늦둥이 둘째가 있어 남편의 육아휴직은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남아 있다. 가끔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해, 3개월이나 6개월 사용하고 쉬어봐도 괜찮을 거야.라고 말을 꺼냈다. 오래도록 일을 하다가 적지 않은 나이에 늦둥이 둘째를 낳고 휴직을 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만으로 경험했던 내 삶의 변화가 컸기 때문이었다. 더 깊이 변화의 이유를 파고들자면 휴직 이후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었지만,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블로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휴직으로 생긴, 직장에서 노동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시간들이 변화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해보라고 말을 했지만 다시 휴직을 한 것은 이번에도 나였다. 이번 휴직은 이전의 휴직들과 딱 한 가지의 차이 점이 있었다. 육아휴직급여가 나오지 않는 무급휴직이라는 점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해 한참 피부가 뽀얗고 볼과 턱이 모난데 없이 동그스름하던 그 시절부터 만 서른아홉 살인 지금까지 매월 25일이면 통장에는 월급이 찍혔다. 몇 년 차인지 계산을 하려면 두 손의 손가락을 모두 접었다가 편 뒤에 다시 몇 번을 더 접어야 한다. 작년부터는 입사 햇수를 세지 않았다.



휴직을 하고 딱 한 달이 흘렀다. 25일, 통장 입출금 거래 내역이 허전했다.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도 없을 것이다. 이제 당분간 내 급여 통장에는 25일이 되어도 회사 이름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에는 휴직 날짜에 따른 급여 계산이 일부 되었는지 이십만 원 남짓한 금액이 들어오긴 했다. 이제는 회사 이름으로 돈이 더 들어올 일은 없다.



몇 년 전 어느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맞벌이하면 돈을 더 못 번다면서요? 많이 쓴다던데, 버는 거보다 나가는 게 더 많다던데요 그렇죠 별로 남는 거 없죠?라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어느 직장 동료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돌보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맞벌이는 진즉 관뒀어요. 라며 친절한 보충 설명도 더했다. 설마 그렇게 대놓고 직접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게 직접 물어본 말이 맞았다. 그 분과 내가 잠시 둘만 있었을 때, 가까이에서 나를 보고 나에게 물었으니. 우리 부부는 사내커플이었다. 그 사실도 알고 있는 분이었다.





"아... 

에이, 아니에요. 둘이 벌어서 손해가 생긴다면 벌써 그만뒀겠죠. 

맞벌이 힘든데, 힘들어도 어쨌든 돈이 남으니까.. 계속 일을 하는 거죠."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신문 기사 속 통계자료처럼 가계부에 마이너스가 생기지는 않았다. 통계란 언제나 평균치를 보여주기에 오히려 오차가 많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맞벌이면 많이 쓴다던데- 라는 통념과 달리 우리 부부는 수준 이상의 소비는 하지 않는 편이었고 내 주변 맞벌이를 하는 분들이나 나와 비슷한 경제사정의 사내커플 부부도 대개 비슷했다. 만약 특별히 소비 수준이 높다면 그건 맞벌이를 해서가 아니었다. 가족 또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아이들이 자라 사교육비가 한참 많이 나갈 중고등학생이 되면 교육비 지출이 치솟는다고 한다. 통계는 그 연령 대의 높아진 사교육비까지 합친 지출의 평균값이다. 아이 교육비를 집중적으로 쓰는 시기에는 남는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커지면, 다시 그 사교육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은 적도 있었다.



부부 모두가 평일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참 바쁜 삶이다. 매일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휘몰아치는 일상이 이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사무실에 출근을 한 후에야 비로소 잠시 숨을 돌리고 모드를 전환하여 일을 시작했다.


일이 즐거운 사람,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일이 즐겁다 하더라도 맞벌이 생활로 빈 틈 없이 빼곡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돈도 남지 않는다면 어떨까.

나라면 어땠을까. 그런 상황에서도 직장을 다니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삶을 선택했을까?



나의 지난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대체로 모든 중요한 선택의 중심에는 돈이 있었다. 물론 내가 돈 때문에 일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일을 통해 배웠고, 경험을 쌓았고 언제나 조직 속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면서 나를 키워온 것도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내가 출근을 하는 이유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하나인 것도 분명했다. 일을 하고 급여를 지불받는 평균적인 규모의 삶. 그리고 다시 그 평균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의 반복. 그것은 아주 정확하게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의 사고방식이었다.



살면서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온 삶 그 선택의 중심에는 언제나 돈이 있었다. 사회에 나오고 직장 생활을 해온 이후로는 더 정확하게는 월급이 기준의 중심에 있었다. 


두 명 분의 월급을 내 삶의 중심에 두는 일이 그만하고 싶어졌다.




몇 년간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직장인에게 재테크와 투자는 필수 중에 필수로 갖추어야 하는 항목이 되었다. 그동안 본업에 집중하면서 살아왔온 직장인들은 갑자기 투자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 집을 산 사람과 안 산 사람의 격차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아차 싶어 이제 막 투자를 해볼까, 공부를 해볼까 하며 투자 공부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자 이제는 금리가 올라가고 긴축경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오던 직장인들은 더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짬짬이 신문기사를 읽고 유튜브를 봐야 한다. 국내 주식의 시황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 시황도 같이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된 지도 오래이니 미국 장도 동시에 체크를 하면서. 회사에서는 업무 능력을 키우고 개발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는다. 기업의 성장 곡선이 둔화된 지금, 능력이 뒤쳐지면 조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너무 당연한 현실이 된지 오래다. 진급 시기에는 영어 공부를 하고 스피킹 시험을 쳐서 레벨을 높여야 한다.



먹고 살고자 하는 일이니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해야 하고 주말이면 좋은 곳을 찾아서 외식도 하고 놀러도 가고. 굳이 적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직장에서 일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선 퇴근길에는 멍하게 앉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 날, 다음 주 다시 출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전이 되니까. 안볼 수가 없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고 남들도 다 비슷하다. 떨어진 주식 가격을 보며 한탄을 함께하고, 떨어졌다곤 하더라도 몇년 사이 갑작스럽게 높아진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다시 한숨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이제는 떨어진다 떨어진다 말해왔지만 정말 떨어지는 가격을 보고 있자니 시장에 참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머리 아픈 부동산과 주식은 뒤로 밀어놓고 가벼운 뉴스와 가쉽거리를 읽고 대화를 나눈다.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를 다녀온 일을 말하고 맛있는 식당을 발견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제일 즐겁고 기분도 좋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이었다. 모두가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데 혼자서 베스트셀러 책이야기, 투자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들이 중요시 하는 그 기준을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하면서 현재의 삶을 유지하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이 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가 노동자의 삶이라는 쳇바퀴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일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월급을 기다리며 일을 하고, 다시 일을 해서 월급을 받고 소비를 하는 삶에서 벗어나려면,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주식투자를 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면 삶이 확 달라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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