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담 Dec 14. 2020

흔들리는 직장생활의 의미.

불편하고 불만족스럽다면 때는 바로 지금.



직장 생활 16년.

평범한 조직 구성원으로 긴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왔다.

16년 중 2년 반은 두 번의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회사를 떠나있기도 했다.


주어진 일을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일정 내에 마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조금 더 일의 본질에 집중했다면 그 시간 동안 쌓인 경력으로 다른 일에도 도전해봤을 법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늦게 느끼고 있다.


나에겐 일보다 더 신경써야 할 어린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그저 버티기에만 급급해온 진짜 이유였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일하는게 즐겁고 좋아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는 말이다. 그래도 내가 일을 조금 더 사랑했더라면 나에게 더 많은 경력이 남지 않았을까.






"괜찮아요. 나에게도 회사가 1순위는 아니니까."


같은 팀 여자책임님과 대화를 나누며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찌릿했다. 소탈하게 이야기를 뱉어내시는 모습에 나는 아니라는 듯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 마음을 그대로 들켜버린 것 같았다. 내게도 회사가 1순위는 아니었다. 회사가 1순위였다면, 모두가 바쁜 시기에 육아휴직을 두 번이나 연달아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사원의 출산에 연이은 육아휴직은 당연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다 해도 나의 휴직 선택은 나에겐 내 가정이,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는 내색을 했던 것이 맞았다. 실제로 내 마음도 그러했다.


그런데 요 근래 내 마음은 왜그랬을까.

상황에 대한 설명은 내가 다 이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조직을 이동하게 된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조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안도감과 우월함을 느껴왔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늘 떠나고 싶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떠나게 되자 묘하게 섭섭하면서 한편으로 싱숭생숭했던 그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휴직을 하고 복직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지만. 복직해서도 편안해보이고 진급을 못하고도 웃고있냐며 여유있다 말했지만 나의 회사 생활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최소한 겉으로 만이라도 어린아이 돌보느냐 정신없는 모습을 지우려 노력했다. 뒤로 옆으로 뻗친 내 단발머리 뒷모습까진 숨기지 못했지만 앞모습만큼이라도 제법 잘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복직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불안했던 내 마음을, 그렇게라도 채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견디다 못해 나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휴직을 하고, 복직을 하여 적응하지 못해 힘들었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흔들리는 회사 생활은, 안정적이고 편안하지 않았던 나의 시간들은 그렇게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예전 처럼 인정받던 내가 되고 싶은 나의 성장 동력이 되어주었다.



지금 한번 더 회사 생활이 불편해지려고 한다. 이런 저런 탓을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아직은 조직안에서, 시스템 안에서 급여를 받고 있으면서 이익과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회사 시스템의 구조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게 쿨하게 고백한 책임님처럼 나에게도 언제나 회사가 1순위는 아니었다. 나 또한 내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솔직해지려 한다. 주어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사실 뭘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내 스스로도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원망하며 주저앉아 있고 싶지 않다. 글쓰기를 시작한 내가 언젠가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글로 쓸 때 가장 괴로울 것은 결국 내가 될 것이다.



흔들리는 회사 생활은 개인에게 기회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성장 기회.


이 순간의 불편함은 나를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 불편해진 나는 한번 더 크게 성장하기로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내 자존감을 메꾸기 위한 다이어트 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