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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Apr 07. 2021

팀장은 팀원에게 어떻게. 어디까지 말해도 될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

1년 몇개월 더 지난,

과거 시점의 글입니다.




복직하고 몇달을 투명인간처럼 지내다

연말에 몇가지의 일과 주어진 프로젝트로

이전 대비 아주 약간 존재감이 생긴 요즘이다.


내가 느끼기로는 0과 1의 사이의 존재감에서

그전에는 0.001 이었다면,

지금은 0.1 에서 0.2 는 되는 느낌.


직장인에게 존재감이 조금 생겼다는건  

상사에게 자주 불려간다는 것이고

그만큼  자주 까인다는 뜻.. 이기도 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아무도 나를 안찾는 때는

그게 그렇게 편하면서도  

한도 끝도 없이 자존감이 떨어지곤 했다.


반대로 일이 많아지면서

몇 번 불림을 당하고  보고를 하고

업무 일정과 문제 수정으로 푸쉬를 받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다.

......





마감이 시급하고 중요했던 업무는

1월에 마무리가 되었다.


12월 1월에 매일 매일 이어지는

오늘까지(내일 아침까지) 이걸 수정해야해

의 압박이 있었다가, 그게 정리된 요즘은 사실 적당히 편안했다.


몇가지 쉽사리 해결이 안되는 문제들이

계속 걸림돌 처럼 남아있긴 했으나...


언제나 나보다 똑똑하고 빠릿빠릿한 후배들이 일을 잘 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사실 대부분..  맡겨두고 있었다.

역시 같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건 위임이야, 라며 ...

알아서 잘하는 후배들을 보며

눈치가 보이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맡겨 두고

일이 커지고 커져서 저어~기 아주 높은 선의 보고자리까지 말이 나온 상황이었다.

그 자리에서의 말은 팀장님의 일이 되어 내려왔다.


ㅇㅇ문제 금주내로 수정할 것


으로 짧게. 업무 지시가 내려온 ...


회의에 다녀오신  팀장님이 자리를 지나가며

약간 높고 빠른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박ㅇㅇ선임, 와보세요.


얼른 자리로 가서 서니

다시 빠르고 높은 목소리로 물으셨다.


이 문제. 이번주까지 수정 하라고 하는데,

어떤 문제인지 아나요?


아 네 그거, 아마도 ㅇㅇ에서 ㅇㅇ발생하는

그 문제 인것 같은데요.

하고 대답을 하려는중,...


아니 그래서,

그게 어떤 문제인지 아냐고요,


네네? 네 방금 말씀드린 건데,

그게 두 가지 케이스가 있고요.. 하나는...


아니 그러니까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아느냔 말이지요

그걸 여기서 해볼 수 있냔 말이에요.


아..

그건 여기서는 테스트는 힘든데요...


그 후에도 한두번 더 대답 중간에

말문이 짤리고 나서야 눈치를 챘다



진짜 아는지 궁금해서 물으시는게 아닌것을 ...

몰라서 물으시는 것도 아님을...


반복된 질문속에는

왜 제대로 미리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냐는 질책이 담겨있었다.


침묵으로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다른 부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서 다시 상황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했다.


팀장님, 문제 두 가지 중에 한 건은 저희가 회피 대안을 전달해놓았고요.

다른 건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네 확인해보세요.


그제서야 대답을 듣고 자리로 돌아왔다.


일종의, 니가 더 진즉 잘했어야지 라는 간접적인 문책에 대해

그것을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할 지 선택이 가능한 쪽에 집중하고 싶었다.

공개적으로 일종의 까임을 당하긴 했지만 ...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하는게 먼저였다.


해야 할 내 일을 하고났더니

소심하고 소심한 내 마음에 생겼던 작은 상처는 이내 회복이 되었다.


동시에 어떤 태도라도 모두 수용하고

네네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직속 부하직원이고 질책받아 마땅하다 하더라도

마음이 괜찮지 않다는 것은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후배들을 생각하면 의무이기도 했다.


알면서도 질문을 받으면 순간 얼음이 되버리는 소심하고도 겁많은 성격 탓에 그런 어필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 게다가 그 후에 또 금방 아무렇지 않게 네 하고 대답하며 웃어버리기도 하곤 한다.

마치 어떤 말을 해도 나는 참을 수 있어요 라는 듯이.


웃고나서는 내가 왜 웃었지 후회하면서도

몸에 배인 습관적인 반응이라 저절로 나오곤 한다.


상사고 리더라고 해서

언제나 너그럽고 배려심이 있어야한다는 건 과도한 기대심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감정과 다그침이 담긴 정도라면

팀장도 사람인데, 그럴수 있다 생각했다.


뾰족한 말을 할 수도 있는거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말이 좀 세게 나갈 수도 있다고.


나 역시 항상 네네. 대답하며 어떤 일처리라도 빠르게 잘 하는 완벽한 부하직원이 아닌 것 처럼 말이다.


그 말의 단어와 뉘앙스만 곱씹지 않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 할 수 있을지

내가 선택하는 내 몫 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또한 나 역시 기분이 상했다면,

그것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그렇게 해야만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글은 이렇게 써놓고..


이내 곧

ㅇㅇ선임하고 부르면

웃는 얼굴로 얼른 달려가서


네~ 하고 대답할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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