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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May 24. 2021

시작은 결핍과 두려움이었다.

직장인과 직업인 그 사이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고서 책을 예전보다는 많이 읽는다. 작년에는 책쓰기에 도전을 해보았다.

책쓰기 도전은 도전으로만 끝나고 멈춘 상태인데 그 멈춤의 시간이 제법 길어진 이후 브런치를 시작했다.


아직 글쓰기가 나의 루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며, 띄엄 띄엄 육아와 직장 사이의 빈틈에서 이런 글, 저런 글을 써보고 있는 중이다.


가끔 나 스스로도 글 한편 올리는 것에 2시간씩 걸리는 일을 왜 계속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블로그에 글을 발행하기 위해 나의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기도 한다. 직장에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쓰기를 할 수는 없으니, 내가 일상을 내려놓는 시간은 대개 퇴근 이후 저녁밥을 먹은 후, 아니면 아이들이 잠든 이후의 밤 시간이었다. 그만큼 남편이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걸 보면, 난 분명 가족,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퇴사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바였다면 나는 지금 이 시간을 내려놓고 반대로 스쳐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평범한 나의 일상에 시간을 더 쏟았어야 앞뒤가 맞다.



"본업에 집중해봐요."

갑작스러웠지만 다정했던 말 한마디였다. 2년전 어느 날 어딘지 모르게 눈빛이 죽어있던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본업, 즉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면 분명 길이 보일것이라고. 다른 사람이 가진 빛나는 재능,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을 바라보며 부러워하지 말고 본업에서 나의 컨텐츠를 뽑아내는 것이 맞다고 말이다.


물론 내게 다른 이를 부러워하지 말라는 말을 직접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초라함을 느끼고 있었으니, 분명 상대방에게도 그것이 보였을 것이다.


휴직중에 나는 부러웠다. 눈빛이 반짝이는 사람들이.

회사 안에서도 그렇게 눈빛이 반짝이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지만, 이렇게 부러운 적은 없었다. 같은 팀 사람이, 같은 일을 하는 나의 동료나 선후배가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일에 푹 빠져있을 땐 너무 열심히 하는것 아닌가 싶어 괜한 부담을 느꼈을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나의 일에 푹 빠질 자신이 없었으니까.


나의 모습은 회사에서 맡은 일을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좀 더 잘하기 위한 애씀과 성과를 냈을 때의 뿌듯함함께였다. 평생 먹고 살 거리로 삼고 해나갈 직업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아니 하고 싶긴 한 건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을 떠나서도 잘 살기 위해 직업인으로 거듭나고, 그러기 위해 노력을 쏟는 다는 것이 나에겐 논리가 맞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도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와 달리 잘 해내는 사람들을 보며 찾아오는 열등감.


그런 내게는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시대가 변했으니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다. 마땅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이상과 나의 현실 사이에 괴리감더 크게 느껴졌다





이도저도 아닌채. 몸은 회사에 묶여 월급을 받으면서 마음은 나도 모를 저 어딘가를 꿈꾸던 와중 내게 찾아온 책이 한 권 있다.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 시대.


이 책은 말한다. 급격하게 찾아온 변화 복잡성의 시대에 돌입하여 더이상 예측이 불가능한 지금. 한 길만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파는 것이 더이상 맞지 않다고. 올드타입 인재상과 달라진 인재상, 뉴타입에 대해서 비교하며 설명한다. 과거에는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인재가 우수한 인재였지만, 지금은 정답이 넘쳐나는 세상이기에, 오히려 문제 그 자체를 발견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역량, 조직관리, 비지니스, 다양한 면에서 뉴타입으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올드타입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서글프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에서 얻은 한가지의 희망은 책 속 제2종 레이어의 노력이라는 말이었다. 노력으로 될 것 같지 않은 길을 될때까지 꾸준히, 끝까지 노력하기보다는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 물론 지금 가진 것을 포기만 해서는 안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해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렇다면 나는 안될 것 같은 길에서 빠른 포기를 선택하되, 포기하기 전까지 내가 가진 능력으로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직장에서 느낀 결핍과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 동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핍과 두려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동기는 더 강해졌다. 그러면서 나는 본업에 집중한다는 말을 내 삶과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의 일을 순수한 욕망으로 선택했더라면... 달랐을까. 월급과 껍데기를 보고 선택했던 것이 조금 더 비중이 컸기에.


순수하게 내가 가진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을 나는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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