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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Jun 16. 2021

시작은 언제나 두려움이다.

프로젝트 모임을 준비하는 마음

공지글을 올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둘째가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든 일요일 밤 9시.

2~3시간 이면 공지글 한 편을 쓸 수 있을테니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넉넉해서였을까.

붕뜬 마음에 글이 써지지 않았다.


괜히 에어비앤비를 뒤지고 정리하면서 그 포스팅을 먼저 올렸다.

에어비앤비를 찾아보고 정리하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은 10시를 넘어 11시.


이젠 더 미룰 시간이 없다고 느껴지자 그제서야 제대로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요 근래 뉴타입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고

블로그 포스팅 임시저장목록에 책속 페이지 사진과 내용을 올려둔 글이 있었다.

그 임시저장글에서 첫 도입부를 가져와 공지글을 쓰기 시작했다.



-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다다다 짧고 둔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잠이 깨서 엄마를 찾아나온 둘째 수아였다.


아 마무리 신청 안내 아직 다 못썼는데...

신청방법만 적으면 되는데 ...


우선 수아 먼저 재워야겠단 마음으로 잠을 자고 있던 방으로 데려가 같이 누웠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잠이 들어서였을까 자꾸만 재잘재잘 말을 하는 둘째는 금방 잠들 것 같지 않았다.




"엄마 공부 조금만 더 하고 올게- 누워있어-"

"엄마 없으면 무서운데."


금방 울음을 터뜨릴듯한 얼굴이었다.


"그럼 엄마 식탁에 있을게. 그럼 안 무섭지?"

"응 엄마 방에서 공부하면 수아가 무서운데 식탁에 있으면 안무서워"


몇번을 더 토닥여주고 서둘러 일어나 서재방 노트북을 가져와서 식탁에 앉았다.

이젠 정말 한두줄만 마무리하면 되는 시점. 마지막 점검 중이었다.

꼬마가 다시 어두운 복도를 기어나왔다.


의자를 끌어당겨 내 옆에 앉더니 키보드 하나 둘 누르곤 했다.

몇번의 방해를 무릅쓰고 기어이 블로그 예약발송버튼까지 누를 수 있었다.


시간은 새벽2시반.

예약발행 시간은 7시30분.


3시전엔 눈을 붙이자 생각하며 둘째를 토닥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눈이 번뜩 떠졌다.

내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불안할 때 나타나는 두근거림이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7시20분.

예약발행 10분전.


서둘러 예약발행한 글을 열어보았다.

한밤 중의 감성에 젖어들었는지 역시 지나치게 내 감정에 빠진 부담스러운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그 문장을 서둘러 지웠다.


더 읽어보니 회사와 회사 사람들 이야기가 보였다.

회사사람들이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 부분도 삭제를 했다.


두어 군데를 뭉탱이로 문장을 걷어냈더니 글이 매끄럽지가 않았다.

시간은 이미 7시30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올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예약발행 대신 발행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모임을 모집하는 첫 공지글이 나의 블로그에 올라갔다.







블로그에서 퇴준생 키워드로 프로젝트 모임을 모집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불안하고 떨렸던 첫 공지글이 올라가던 순간의 감정을 기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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