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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Sep 03. 2021

파이어(Fire). 나는 관심이 없다.

퇴사를 꿈꾸지만 파이어는 아니야.


파이어.

조기 은퇴.


유행처럼 한동안 인터넷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휩쓸었던 그 단어. 지금도 여전히 그 추세는 유효한 것 같기도 하다. 파이어를 꿈꾸는 사람들, 파이어에 성공한 사람들도 인터넷 신문기사나 매거진 책에서 여전히 자주 보이곤 한다.


나는 퇴사를 희망하고 계획하지만 파이어를 꿈꾸지 않는다.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파이어의 전형적인 방법.

1. 현재의 소비패턴과 현금흐름을 파악한다.

2. 상황에 따라 소비를 더 줄이기도 한다.

3. 퇴사 이후, 일을 그만둔 후 살아가는데 필요한 월 생활비를 계산한다.

4. 그 생활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당형 투자를 한다. 미국 주식 배당주나 ETF가 해당될 것이다.

5. 배당수익으로 생활비를 만들 만큼의 목돈이 부족하다면 거주지를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50세 60세에 하는 일의 멈춤, 퇴사보다 3040 조금 더 젊은 때에 하는 퇴사, 파이어는 그러면 과연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인가? 일상을 더 관찰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10년 20년 일찍 일을 멈추고 쉬고 싶은 마음?


3040의 파이어와 5060의 은퇴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좀 더 일찍. 아이들이 어릴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몸이 건강한 만큼 여행을 더 다닐 수 있다?


요즘은 50세도 60세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노인이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늘 하던 이야기가 있다. 나이는 먹었지만 마음만은 그대로라는 말. 40살이 된 내 마음이 20살 때의 내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관절이나 건강상태가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60세도 마음만큼은 여전히 젊다. 몸 상태도 큰 병이 없다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활동 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


그 전제대로라면 건강한 5060도 은퇴를 하고 기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회사를 나가서 조직을 벗은 후에는 어딘가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느껴야만 하는가 말이다.


퇴사 후 필요한 것이 돈, 현금흐름이 전부인가. 그에 대한 내 생각은 여전히 물음표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소소하게 텃밭을 가꾸고, 원하는 때에 산책을 하고 마음껏 책을 읽는 기쁨도 누리고 싶지만 일주일 내내, 한 달, 일 년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그런 연유로 퇴사를 꿈꾸지만 파이어를 꿈꾸지 않는다.

나는 회사를 나간 이후에도 자본주의 안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적인 하나의 경제적 주체로 살아가고 싶다. 경제적 보상이 왜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봉사활동이나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서 나 스스로 만족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면 경제적 보상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해보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금 허전할 것 같았다.


회사를 떠나도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

굳이 다시 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나 스스로 그 소속을 만들 수 있다.

내 능력으로 기여를 하고 보상을 받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상태.

주고받는 마음과 유대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까지 갖추어진다면.


파이어족이 온다 책의 마지막 목차는 "파이어 친구 찾기"였다. 어쩌면 그것이 퇴사 이후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라이프스타일과 삶에 대한 철학을 교류할 연대가 있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책이나 글, 영상으로 전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내가 꿈꾸는 퇴사의 모습과 닮아있다. 단지 파이어, 현금흐름을 만들고 회사를 나가는 것만이 결코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떠나서도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원한다. 내가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필요로 한다. 그에 대한 보상과 커뮤니티까지도 필요하다. 참으로 욕심쟁이 같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끼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솔직한 내 마음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계속- 지금까지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여유로운 시간은 빼곡한 일상에서 누릴 때 더 달콤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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