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정말 무더운 여름이 한창이다. 작년보다는 덜 더운 것 같긴 하지만 별 위로가 안된다. 한낮에 거리를 걷는다면 긍정적인 사람도 속수무책일 것이다. 더위에 부채질을 하면서도 이러다가 금방 쌀쌀해져 가을이 오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다가올 것 같다.
친구와의 약속장소인 카페로 가기위해 안국역 거리를 걸었다. 바로 옆은 창덕궁이다. 일반적인 상점거리를 걷다가 멀리 고궁이 보이니 새삼 신기한 풍경이다.
길을 걷다 배고픈데 마침 팟타이가 먹고 싶어 들어온 곳. 홍콩의 한 뒷골목에 있는 적당히 깔끔한 식당같은 느낌이다. 중국스러운 음악이 크게 나와 분위기를 형성한다. 홍콩에 가보지 않았지만 왠지 홍콩이 그리운 기분이 든다. 이름은 화양연화이지만 타이음식을 판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직접 가져다 준다. 첫 인상은 양이 정말 많았고, 빨리 땅콩가루를 비벼서 먹고 싶다! 라임도 골고루 짜서 비빈다. 팟타이의 면은 불지 않고 쫄깃했고 현지와 비슷한 무언가 자극적인 맛이 난다. 나에게는 음식이 너무 짰다.
오랜만에 서울을 온 것이어서 전시를 보고 싶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넓고 항상 볼 게 많다. 더운데 갑자기 비가 내려 머리는 젖고 습해졌는데 쾌적한 실내에 들어오니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색감이 주는 영감은 없었지만 그 일생과 철학을 잠깐 구경한 것은 괜찮았다. 특히 아스거 욘의
“시대의 흐름을 따르되 차별화하라(Be up to date, and distinguished at the same time)”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안 걸어 본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색감과 분위기가 주는 희열.
일상 속 관광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동남아 저녁같은 날씨의 잠 못 이루는 밤,
티비를 틀다 우연히 나온, 한 코미디언의 건강원 아저씨가 붕어즙의 효과로 최면에 안 걸리는 표정(요즘 나의 웃음버튼, 희극인들은 정말 존경스럽다)을 떠올리며 잠을 청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