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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pr 25. 2022

눈을 계속 보는 게 나는 인사예요

“넌 내가 봐 본 사람 중 제일 특이한 거 같아.”


오늘도 들은 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특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아니면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낯설고 다름을 느꼈다는 것이 확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특이하는 표현이 좀 그렇다면서 다르다거나 유니크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리 부서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는 스스로 그리 특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 사람마다 개성이 다 느껴진다. 한 명 한 명 관찰해보면 정말 재미있다. 사람마다 불만도, 비뚤어진 포인트도 다르고 옷차림도 말투도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근데 나는 하고 싶은 말을 거의 다 하는 편이라는 게 도드라져 보이는 걸까. 근데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자기주장이 강하진 않다. 나는 오히려 우유부단하고 선택하는 게 느리고 설득을 잘 당해서 리더십이 부족하다. 할 말을 하고 사는 배경에는 별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사표를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니는 사람 같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뭐 사장이나 부장이나 차장이 나를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할 말을 못 하고 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무례하게 굴거나 지위를 이용해 불편한 언행을 하는 걸 참고 살 필요도 없다. 앞에선 한 마디도 못하고 뒤에서 신고해서 공식적인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그 사람의 행동 변화를 원한다면 차라리 앞에서 말하고 푸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무례한 것이 아니라면 나도 재미있고 애교 있게 할 말을 하면 된다. 사람들은 오히려 귀여워하고 재미있어한다는 걸 안다. 무뚝뚝하게 컴퓨터 앞에서 자기 할 일만 딱 하고 동료들하고 대화도 거의 안 나누고 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이들보다 인간관계가 넓고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실력과 콘텐츠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누군가는 나의 장점을 알아줄 거라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뭐 사람들이 하도 특이하다고 하니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그렇다.


나는 민폐 끼치는 걸 꽤 싫어하는 편이다. 규칙이나 기한은 가급적 지키려 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부탁하는 걸 오히려 좋아한다. 뭐라도 도움이 되는 게 좋다. 개중엔 사소한 것도 물어보면 싫어하고 짜증 내는 사람도 꽤 많다. ‘자료는 읽어보고 질문하시는 거예요?’ 하고 날카로운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 무던하지 않은 사람에게 ‘쟨 마이웨이야’라고 이기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동일시해서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사람이 있다. 물론 손쉽게 낙인찍기 좋지만 해명을 하자면 난 어릴 때부터 손해 보며 사는 삶을 살도록 교육을 받고 자라 무지막지하게 이기적이고 자기 실속만 챙기는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싶다. 근데 이렇게 말할 기회는 없다. 사람들은 속으로 낙인을 찍거나 뒤에서 수군거리기 때문이다. 그냥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수밖에.


나는 사람을 어려워하며 대하지는 않는다. 처음 본 사람과도 대화를 잘한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하고도 스몰 톡을 잘 나눈다. 나는 사장이든 부장이든 나보다 늦게 입사한 직원이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똑같이 대한다. 윗사람이어서 잘 보이려 하고 굽신거리고 대접하고 존중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것일 뿐이다. 소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직 관계로 따지자면 오히려 나보다 먼저 입사한 사람들에게 할 말을 하는 편이다. 윗사람에게 굽신거리고 밑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정신 폭력적으로 대하는 사람을 보면 싫어서(당하면 누구나 싫겠지만)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짬도 안되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냐고 한다. “전 일관성이 있잖아요. 짬이 있는 사람은 그래도 된다고 하는 게 꼰대 아니에요? 왜 사람들은 앞뒤가 다르고 가식적으로 살아요?” 하고 말한다.


몇 달 전쯤엔 내가 어떤 부서에서는 인사를 안 하는 애라고 소문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눈을 마주쳤는데도 인사를 안 하길래 뚫어지게 쳐다봐도 인사를 안 하더라, 윗사람이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다더라, 지나가다 봤는데 인사를 안 하더라, 원래 인사를 잘 안 한다 등등. 그 얘기를 듣고 난 인사를 안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고 존중하지 않으려는 뜻이 없어서 억울했다. 그리고 내가 인사를 안 해서 싫으면 그 앞에서 인사를 하라고 하든지 뒤에서 욕하는 윗사람도, 그리고 인사는 서로가 하는 건데 꼭 인사를 받으려고 하는 그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인사는 늦게 입사한 사람이 ‘먼저,’ ‘허리를 숙여서’ 해야 하는 거지?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기보다 높았으면 허리 수그려서 했을거면서 내가 먼저 안한다고 수그릴 때까지 기다린 거야? 자기들은 일상에서 다른 방식으로 무례하게 굴면서 인사 안한다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뒤에서 까내리는 것 같아 싫었다. 이 에피소드를 전해 준 동료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인사 안 한다는 소문은 나에게 좋지 않고, 지금은 아쉬운 게 없겠지만 아쉬울 때 언제 화살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며 노력해 보라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눈을 마주치면 눈을 더 오래 쳐다보는 게 인사이다. 아니면 고개를 굳이 숙이지 않고 말로 “안녕하세요” 하는 편이고 그 사람이 반가울 때는 인사를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묻는다. 나는 말투에 반가움을 담아 바로 말을 하는데,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쳐다보는 눈빛에 그 사람을 봤다, 존재를 인식했다는 확인으로서 눈을 더 깊숙이 쳐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컨택이 길어지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인사의 범주를 고개나 허리를 수그리고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를 내는 것으로 좁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내 인사는 인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인사를 안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내 나름의 인사를 한 것이며, 오히려 누구에게나 큰 소리로 기계적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사 안 한다고 사람들이 말해도 신경 안 쓰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하며, “인사를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하면 “사회생활이지! 유치원 때부터 안 배웠어?”라고 동료들이 답답해하며 말한다. “사회생활을 왜 해야 하는 건데요? 내가 무의식 중에 하는 걸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굳이 고치기 귀찮아요.” “우리가 사회에 사니까, 같이 사는 거니까 따라야지.” 하면 나는 “그걸 누가 정하는 건데요? 굳이 왜 따라야 하는데요?” 하면 옆에 사람이 싸우지 말라고 말린다. 나는 싸우려는 게 아니라 질문을 통해 내가 설득되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납득이 되면 또 쉽게 고치고 내가 생각하는 그 ‘가식적으로 고개 숙이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다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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