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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Nov 06. 2022

규칙 파괴자, 갈등 유발자의 숙명

그리고 힐링푸드, 칼국수

자동으로 돌아가는 팬을 꺼내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냉장고에서는 고메 버터를 꺼내 빵칼로 길쭉하게 잘라 넣는다. 팝콘 옥수수를 한 움큼 쥐어 팬에 넣고 팬을 돌리는 손잡이를 껴서 전원 버튼을 누른다. 지난번에는 이 손잡이를 끼지 않고 튀겼는데 이제는 불 조절부터 소금을 넣는 것까지 팝콘 튀기는 노하우가 쌓였다.


팝콘이 튀겨지는 동안 차를 우리는 작은 티팟에 재작년에 프란지가 독일에서 보내준 크리스마스 티를 넣는다. 2년 됐는데 괜찮을까, 하는 1-2초의 감정은 뭐 어때, 하는 생각에 묻혀 끓는 물을 붓는 내 행동을 막지 못했다. 아 맞다, 하고 마른 사과대추도 몇 개 넣는다. 마른 사과대추는 우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맛이 엄청 달달하다. 계피도 넣을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사과대추가 우러나지 않아 아직은 새콤한 맛이 강하다. 조금 놔둬야지.


티비를 틀었다. 바퀴 달린 집이라는 게 하는데 제주도 우럭으로 감자를 넣어 매콤하게 찜을 해 먹고, 흑우 스테이크를 해 먹고, 한 마리에 10만 원은 족히 넘을법한 특상의 두툼한 제주갈치를 잘라 구워 먹는다. 다음에 제주에 가면 흑우를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건조하다. 세수를 하고 각질을 제거하고 보습을 다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귀찮아서 그대로 둔다. 티엠아이겠지만, 집에만 있을 때는 가려울 때까지 머리를 안 감는다. 평일에 회사에서 신경 쓸 일과 정신없는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포근한 이불속에 있는 것이 좋다. 이브자리에서 모달로 된 덮는 이불을 새로 샀는데, 얇은 겨울 이불인데도 둘둘 말고 있으면 정말 포근하고 따뜻하다. 전기장판이 없이도 따뜻하게 몸을 감싸줘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다.

영화 크루엘라

깊숙하게 한숨 자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일에 나를 괴롭히던 모함이 음소거되듯 내 일상에서 죽어버렸다. 회사에서 반대의견을 냈더니 내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모함을 받았다. 비판적 의견에 반성과 발전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들의 잘못이 드러날 것이 두려운지 비판한 사람을 후드려패는 모습이 저급해 보였다. 한 부서가 나를 모함하며 집단으로 악의적으로 행동했다. 나와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전 나는 친한 동료로부터 그들이 악의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다.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리라. 이 조직을 언젠가 나가게 된다면 큰 피해를 입히고 나가리라 결심했고, 선언했다. 나 자체가 걸어 다니는 리스크다, 조직이 리스크 관리를 이렇게 한다면 경영평가든 뭐든 큰 피해를 끼치고 나가겠다고 우리 부서장에게 선언했다. 내가 그런 인성의 사람이 아닐 거라는 식으로 말하길래 내가 그런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었다. 리스크를 유발하는 사람을 처리하든 나를 어떤 방식으로 잠재우든 그건 조직이 택할 일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조직에 할 말을 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응원하지만 당사자로서는 억울함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아쉽다. 우리 부장은 임원 분들이 오해하고 승진이나 회사 생활에 불리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난 그런 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직에 비판적 의견을 냈다고 훌륭한 실적을 내서 마땅히 승진을 해야 할 사람을 누락시키는 수준의 그런 조직은 내가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한쪽 말만 듣고 나를 오해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오해를 해소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 사람의 그릇과 분별력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은 일단 더 일을 키우지는 않겠지만 복수는 분명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을 들은 우리 부서원 중 한 명이 내가 크루엘라 같다고 했다. “아니, 크루엘라는 달마시안 괴롭히는 할머니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영화를 봐 보라고 나랑 비슷하다고 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젊은 여자 버전의 크루엘라 영화가 있는데 패션을 좋아하고 당당하고 멋있다. 뭔가 마음에 든다. 복수를 하는 내용도 좋아서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나의 모습이 보여 아, 이래서 나랑 비슷한 것 같다고 한 거구나, 했다. 어릴 때 남자애들을 두들겨 패서 퇴학을 당하는 모습이 태권도장에서 한 살 많은 오빠와 대련 중에 급소를 발로 찬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온천칼국수, 대전
일산칼국수 본점

이번 주는 일산에, 지난주는 대전에 다녀왔다. 대전에서는 유성호텔에서 온천을 하고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면서 온천칼국수라는 곳이 나오길래 갔더니 11시 오픈 전에 길게 줄을 서있다. 아니 무슨 칼국수 오픈런도 있단 말이야? 일주일 간격으로 타 지역 칼국수 맛집을 다녀왔다. 줄은 일산칼국수가 더 길었지만 일산칼국수는 음식이 바로 나왔다. 이렇게까지 줄을 서서 먹어야 되는 거야? 했지만 먹어보니 정말 맛있어서 먹으면서 혹시 서울이나 다른 경기도 지역에 분점이 있나 검색했다. 와, 여기는 또 오고 싶어, 칼국수를 먹으러 일산까지도 오겠어, 미슐랭 쓰리스타 정도 되려나.


닭칼국수인데 국물은 맑고 진했고, 손칼국수 면도 씹는 맛이 도톰하니 좋았다. 라오스 까오삐약처럼 더 찰기가 있으면 어떨까도 싶었다. 닭고기는 가슴살인지 좀 퍽퍽했지만 국물, 고기, 면, 김치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잔뜩 들어있는 썬 파를 같이 씹으면 아삭아삭해서 좋다. 국물이 좀 짜서 물을 조금 넣어 먹으면 간이 맞았다. 닭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국물을 계속 떠먹었다. 이런데는 스프를 넣거나 하나? 되게 감칠맛이 돈다. 으아아악 또 먹고 싶어.


바지락 칼국수를 좋아해서 기대하고 간 온천칼국수는 물총 조개가 잔뜩 들어있다. 물총 조개를 처음 먹어보는데 쫄깃해서 맛있는데 알이 조금 더 크면 좋겠다. 김치가 많이 매우니 조금씩 드세요, 하는 말이 벽에 써있다. 김치를 조금 잘라 한 입 먹었더니 인상이 써질 정도로 매워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다. 아니, 칼국수는 김치랑 같이 먹어야 제맛인데 이렇게 맵다니, 대전 사람들은 매운맛에 강한가? 옆 테이블 사람들은 다들 맛있게 잘 먹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칼국수는 국물이 맑고 시원한데 이 역시 매웠다. 해장에는 좋을 것 같지만 속이 무척 쓰렸다. 역시 대전은 성심당을 가야 하나, 하고 성심당에 가서 달달한 빵으로 속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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