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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Nov 15. 2023

소중한 저녁시간 상사와 술 마시고 싶지 않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소중하다. 가족과 집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며 함께 하고 싶고 편하게 누워 책을 읽고넷플릭스를 보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통화를 하거나 멍 때리고 싶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직장 상사(=50대) 아저씨와 술자리를 갖고 싶지 않단 말이다. 관리자들은 흔히 착각한다. 소통을 하려고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관심가지면 좋아한다고. 우리는 가만히 놔두는 걸 좋아한다.


“내 할 일 하고 칼퇴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나이 많은 사람들하고 퇴근 후에도 술 마시는 자리 이런 거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공공기관 입사한 건데 저렇게 부장이 자꾸 저녁에 술 마시자고 해서 너무 짜증 나요. 나이 많은 아저씨랑 술 먹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하고 친한 동료에게 메신저로 하소연했다.


부장이 몇 달 전부터 계속 서무가 특근 매식비가 남는다고 하자 그걸로 특근식당에서 소주나 마시자며 저녁회식을 하자고 했다. 이런 걸로 뭐 신고하거나 하는 거 아니지?라고 말하는데 갓 입사한 서무가 뭐라 답을 하겠는가. 처음에 저연차 직원들인 나와 대리들은 못 들은 척하기도 하고, 퇴근 시간이 다 달라서 어렵지 않을까요? 과장님들은 애기 있어서 빨리 가셔야 하고 여기 술 마실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인데요?라고 철벽을 쳐도 수시로 다가와서 제안한다. 그것도 자기 돈으로 사겠다는 것도 아니다. 특근매식비 달아 놓은 돈으로, 법인 카드로 먹자는 거다.


듣다 못해 어제는 내가 부장님 그러시면 블라인드에 오를 것 같은데요, 하고 말하니 그래? 하며 머쓱해하더니 그럼 자율 참석으로 하면 어때? 하고 말하는 거다. 부장이 말하는데 저는 불참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하겠지만 신입 직원, 눈치 보는 직원, 평판이 중요한 직원, 승진을 앞두고 있어 인사 평가가 중요한 직원은 거부하기 어렵다. 부장과의 퇴근 후 저녁 식사 자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부장과 먹고 싶다면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같이 먹자고 할 것이다.


문제는 저녁 식사가 아니라 술판 벌이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자기 돈을 안 내려하는 것,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비도덕적으로 예산으로 술 마시려 하는 것, 다들 점심 회식을 원한다고 말해도 저녁회식을 종용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윤리경영에도 조직문화에도 역행한다. 개인적으로는 나이 든 아저씨가 20-30대와 술 마시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별로다. 나이 먹고 또래끼리 놀든지 해야지 입장 바꿔 자기한테 기관장이 계속 술 마시자 하면 좋겠는가. 그렇게 술판 벌이고 싶으면 자기 돈 내고,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즐기면 된다. 집에 가고 싶은 젊은 직원들한테 술 타령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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