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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n 22. 2022

부산에서 러시아 만둣국

부산역 차이나타운에는 러시아 상점이 많다. 화요일 오전 11시 반, 나는 러시아 식당의 첫 손님이었다. 올해 두 번째 부산 출장이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9시 기차는 2시간 10분이면 부산에 도착했다. 역시나 SRT 맨 뒷자리에서 좌석을 뒤로 젖히고 와서 편하다. 출장지인 해운대에 가기 전 점심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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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식당 Смоки гриль의 인테리어

동양인 외모의 남자 직원이 메뉴판 종이를 가져다주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 메뉴판으로, 러시아 사람에겐 러시아어 메뉴판을 주는 것 같았다. 샤슬릭이나 양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이태원 러시아 식당에 비해 많이 저렴했다.

펠메니라고 하는 러시아 만두와 만둣국은 6천 원, 샤슬릭도 5-6천 원에 고기류 요리도 만원 초반이었다. 나는  케밥을 좋아하는데 러시아 식당의 케밥은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닭고기 케밥과 만둣국을 주문했다. 메뉴 두 개에 11,000원이면 상당히 싸다.


식전에 나온 당근과 양배추 피클이 맛있었다. 아삭아삭하며 너무 시지는 않고 상큼하게 입맛을 돋워 준다. 만둣국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먹었던 만둣국이 떠올라 주문했는데 비슷한 맛이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안에는 돼지고기 다진 것이 들어있다. 만두피는 쫄깃한 수제비 같다. 국물은 닭 육수 국물인지 채수 맛인지 슴슴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여러 메뉴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두 개를 시켜서도 있지만 만두의 양이 엄청 많아서 꽤 남겼다. 샐러드도 다양하게파는데 여럿이 오면 샐러드도 시켜보고 싶다.


유럽에서 여행하다가 길거리에서 터키식 케밥을 자주 사 먹었었다. 어떤 곳에서 먹었던 게 정말 맛있었던 기억에 계속 사 먹지만 그 맛있었던 케밥 맛을 만난 적이 없다. 터키에 가야 만날 수 있을까?


러시아 식당의 케밥의 또띠아는 바삭하게 튀긴 스프링롤 같았다. 바삭하고 쫄깃해서 정말 맛있었다. 내용물은 터키식 케밥 하고는 달랐다. 토마토와 치즈, 닭고기, 양파만 들어있는데 굉장히 건강한 맛이었다. 소스는 토마토소스로 자극적이지 않았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러시아어를 쓰는 금발의 젊은 여성 두 명이 들어와 한 쪽에 앉았다. 아 러시아인들이 많이 오는 곳인가 보구나. 왠지 여행객이 아니라 여기 사는 사람 같다. 그 사람들은 갓 구운 러시아 빵을 주문하고 따뜻한 티와 러시아 음료를 주문했다. 잠시 후에 또 백인의 젊은 여성이 들어오더니 전화로 주문한 음식을 잔뜩 포장해갔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과 같이 들어온 파란색 티셔스를 입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금발의 백인 남성은 Здравстсуйте(안녕하세요), 하는 식당 직원의 말에 Да, да(네, 네) 하고 대답하고는 러시아어로 주문을 하였다. 잠시 후에는 전화를 받는데 부산 사투리로 통화를 하였다. 눈을 감고 들으면 부산 아저씨가 통화하는 소리였다. 단순히 따라 하는 억양이 아니라 체화된 억양이었다. 이건 이렇게 해주시고예~ 아이다~ 된다! 하는 억양이 확실하고 너무 유창해서 신기했다. 유창한 외국인이 아니라 부산에서 나고 자랐는데 겉모습만 백인인 느낌이었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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