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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pr 06. 2018

이슬비, 담배냄새 그리고 프랑스 영화

<맨 오브 마스크>



어제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바람이 비를 흩뿌리는 바람에 우산을 쓰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그런 비였다.



편의점을 지나갔다.

우산을  직장인 무리가 점심을 먹고  앞에서 담배를 피우나 보다.숨을 들이쉴  인상적인  담배 냄새가 쑤욱하고 들어왔다.  비와  담배 냄새의 조합은 어디서였더라? 다시 맡고 싶은 냄새였다. 나는 흡연자도 담배를  번도 펴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몇몇 담배 냄새를 좋아한다.


어떤 담배 피우세요?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산을 쓰고 있었기에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전달될  같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담배인지 안들  어쩌겠는가.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의 향수 냄새가 너무 좋아서 물어본 적은 있다.)


나는 오늘따라 핫핑크색 레인코트를 입고 여린 핑크색 립스틱을 손에 조금 묻혀 볼에 바른 채 약간은 음울하면서도 맑은 봄비를 맞이했다.


열린책들에 응모한 영화 시사회에 당첨이 되었다. 요즘따라 당첨이 잘되는  같다. 제목은 < 오브 마스크>.영어 제목이 Man of Mask이지도 않은 한글 표기 제목의 프랑스 영화였다. (스포 없음!)


미장센이 아름다운 영화라는 정보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1919년도 프랑스 파리 배경인데, 카메라 무빙은 매우 현대적이어서 세련되게 느껴졌다. 색감이 화려한 건 아니었지만 얼핏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스럽기도 했다. 얼굴을 엄청나게 클로즈업하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면들, 직접 둘러보는 듯한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이었다.


1919년도라는 시대적 배경을 듣자 순간적으로

세계 1 대전,

파리 평화회의

윌슨 몇 개조,

독일 빌헬름 2세와 티르피츠 해상,

제국주의의 팽창과 야욕,

세력균형의 붕괴,

비스마르크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우리나라는 3.1 운동이 떠올랐다.


교과서 활자로 읽은 시대  파리를 구경하고 미시적으로  시대의 사회 , 그중에서도  인물을 중심으로 들여다본다. 정말 담아내자면 담아낼 것이 한도 끝도 없이 많은 시대이나 과감하게 쳐낸 부담 없는 영화이자 명작이었다. 적절한 코믹 요소가 있었고, 감동도 예술성도 있었다. 당시를 재현한 세트장 같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다 보니 주위에 프랑스어   아는 사람은 많지만 나는 프랑스어는 전혀   모른다. 다른 언어에 비해 유달리 아름답게 들리지도 않지만(나는 발랄한 북부 스웨덴어가 아름답게 들린다) 역사 속에서 프랑스어를 보고 듣자니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 졌다. 역사가 있는 언어 같아 보인다. 특히 영화 속의 프랑스어로  신문의 글자가 아름다워 보였다.  글자를 읽을  다면!


집에 가는 길에도 역시나 추적추적 비가 내렸고 쌀쌀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집까지 내려가는 동안에 나는 상상을 했다.


내가 프랑스의 고풍스러운 아파트를 한 달 빌려서 산다면? 아니면 오래된 호텔에서 지낸다면 어떨까.


상상 속의 나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밤 비를 맞으며 걷다가 편의점에 들려 와인 한 병을 산다. 와인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냥 대충 가격에 맞춰서 검붉은색 와인을 산다.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어 골목은 어둑하다. 나는 높고 단단한 아름다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유학할 때 Social science 학부 건물에 깔려있던 융단 같은 소재의 검붉은색 바닥과, 높은 천장을 가진, 커다란 침대가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적당히 아담한 방을 상상한다. 몸이 피곤한 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높은 검정색 하이힐을 팽개치며 벗는다. 싸구려 와인잔을 가져와 낮은 탁자에 놓고 바닥에 그대로 앉아 와인잔에 와인을 콸콸콸 따른다. 영화에서 나왔던 와인병이 잔에 닿는 소리, 따르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나 보다. 검은 스타킹의 올이 융단에 부대끼는대도 그냥 마신다. 와인 병째로 마시기 시작한다. 입술도 검붉어진다. 머리는 비를 맞아 뒤엉켜있고 자주색을 바른 눈은 번져있다. 코트를 아직도 입은 채로 바닥에 그냥 대자로 눕는다.


상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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