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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20. 2023

고산도시에서 구름 사냥

베트남 달랏에서 꼭 해야한다면 이거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렸다. 전날 일찍 잠들었더니 바로 일어나졌다. 4시 반까지 택시가 오기로 했다. 달랏에는 새벽비행으로 도착해서 피곤해서 9-10시에 잠들어 버릇했더니 한국보다 빨리 일어나 진다.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봤더니 하루를 길게 쓰는 느낌이다.


마사지샵 사장님이 연결해 준 택시기사는 알고 보니 자기 조카다. 20대 초반의 어려 보이는 마른 남자가 왔다. 영어는 못한다고 하기도 하고 아침이라 피곤하니 대화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구름 사냥을 하기에 좋은, 시내에서 20킬로 넘게 떨어진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검색해서 나왔던 싼마이라는 곳이다. 네이버로 검색해도 나오는 곳이어서 한국인 모녀와 한국 아저씨 몇몇을 보았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의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승차감도 좋고 운전도 안정적이어서 편안하다. 점점 올라갈수록 구름 속으로 들어가 길이 뿌옇다. 싼마이까지 왕복 차비는 70만 동, 35달러 정도.


약 40분 정도 달렸을까, 카페 같은 곳이 나왔는데 자기는 주차를 할 테니 내리라고 했다. 관광객들이 일제히 내려 카페로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 카페를 통해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곳으로 가는 거였다. 운전기사들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손님들이 한 시간 반정도 사진도 찍고 즐기는 동안 차를 마시면서 기다린다. 입장료를 내야 했다. 12만 동. 6~7천 원 정도.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달랏은 관광지라는데 베트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해가 뜨기 전, 구름이 짙고 풍성하게 깔린 산을 내려다본다. 해가 뜨기 전이 오히려 멋있다. 우측 하단에서 해가 뜨기 시작하면 온통 해에 시선이 집중되어 다른 풍경은 감흥이 줄어든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맑은 황금빛으로 대기가 가득한, 너무나 기쁜 아침이었다. 인간의 마음에는 이 얼마나 귀중한 순간이란 말인가!

이 아름다운 세계의 공간들을, 이 멋진 세계의 공간들을 언제나 배회하고 거닐 수만 있다면.

그냥 떠나버리는 거다.
-D.H. 로렌스, <바다와 사르디니아>
무섭다
밤의 자줏빛이 용해되어 사라져 가고 옅은 주황빛이 천정을 향해 몸을 떤다.

하늘은 온통 황금빛, 기쁨에 들뜬 불타오르는 황금빛이었다.

애기똥풀 같은 노란빛의 아침이 유난히 감미로운 푸르름을 향해 울타리를 치고 있다.

내가 이 생동하는 말 없는 세상,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공간만이 기쁘게 비상하는 이 세상을 목적 없이 배회하게 해 주시길.

-D.H. 로렌스, <바다와 사르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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