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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26. 2023

고풍스러운 기차 타고 알록달록한 여행

달랏-짜이맛

@Da Lat railway station

달랏 기차역은 아름답다. 심지어 <우연히 웨스앤더슨(Accidentally Wed Anderson)>라는 전시에서도 나왔다. 색감이 만화처럼 예쁘고 대칭이 맞다. 달랏이라는 알파벳 글자와 색깔도 예쁘다. 작년에 성수동에서 열린 우연히 웨스앤더슨이라는 전시는 웨스앤더슨 감성의 장소를 찍은 사진들로 구성되어 색감이나 구도가 예쁜 사진이 많았다. 웨스앤더슨 영화 팬으로서, 또 색감 예쁜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달랏에 간다면 무조건 가보고 싶은 곳!


역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기차도 있다. 이 기차는 짜이맛이라는 곳까지 짧게 운행해서 타볼 수도 있다. 기차를 배경으로 옷을 맞춰 입고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아오자이를 사려다 실패한 나는 여분으로 챙겨간 괌에서 산 원피스를 입고 몇 장 찍었는데, 베트남 감성이 아니라 아쉬웠다. 오히려 정장 같은 걸 입어도 개화기 감성이 들 것 같다.


기차역에는 카페도 있고 기념품을 파는 곳도 많아 기차 시간까지 지루하지가 않다.

내가 탄 기차. 고풍스러워
마음에 드는 빈티지한 사진
기차를 타고 짜이맛으로

짜이맛, 이라는 표기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짜이맛으로 가는 기차 내부는 한국인, 베트남인으로 가득하다. 한국인 패키지 무리도 기차 체험은 코스에 들어있는지 패키지 버스는 따로 가있고 약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기차를 타고 가볼 수 있다. 에어컨이 없어 나무로 된 창문을 옆으로 밀어 열고 간다. 밖 풍경이 재미있다. 색색의 이국적인 집들과 자연이 끊임없이 나온다.


기차 앞 칸으로 살짝 나오면 바로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고, 이국적인 풍경에 그대로 노출되니 나오자마자 와~ 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짜이맛의 거리
린푸억사원으로 가는길

짜이맛에 온 목적은 린푸억사원을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돌아가는 왕복편의 기차도 약 40분 뒤에 스케줄이 잡혀있다. 기차역에 내려서 딱 린푸억 사원을 갔다 오면 대략 시간이 맞다. 린푸억 사원이 어딘지 모르지만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해 있다. 짜이맛역에 도착하면 음식점과 식료품점, 카페 등 이런저런 사람 사는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 시내보다 현지 감성이 넘쳐서 여기 더 머물다 가면 좋겠다 싶다. 카페도 감성 있고 지나가다 만난 옷가게도 들어가 보고 싶고 그렇다. 이래서 여행은 너무 계획성 있게 빠듯하게 짜면 안 된다. 막상 그곳에 가면 더 있고 싶은 곳도 있고 예기치 않게 좋은 곳이 많은데 한국에서만 여행 계획을 짜면 정보도 제한적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정보에 의존해서 짜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극J랑 여행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숨 막힌다.

린푸억사원

여행하면 사원, 절, 성당은 잘 안 간다. 별로 재미가 없다. 그런데 린푸억사원은 알록달록 아기자기해서 보는 재미도 있고 사진 찍기도 좋다.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이 말라서 라임주스를 마시고 싶었다. 음료를 파는 노점상 쪽으로 다가가 슬쩍 보는데 라임은 없는 것 같다. “씬짜오, do you have lime?” 하고 혹시나 싶어 물었는데, ”No lime. Orange.” 하고 방긋하고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여자가 대답했다. 오렌지는 주황색이 아니라 초록색이다. 멀리서 보고 초록색이어서 라임인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크고 동그랗다. 달랏은 라임이 많이 없나 보네, 시장에서도 잘 못 봤다. 2만동(약 천원)에 오렌지 두 개를 갈라 직접 짜준다. 다 짜고 무언가 넣으려 하길래 어어어, “No sugar” 하고 말했더니 넣으려던 걸 멈추고 건네준다. 설탕을 넣지 않아도 과일 자체로 새콤 달달하다. 자연의 건강한 맛. 정말 맛있다.


고풍스러운 기차를 타고 싼 가격에 교외로 나가는 재미가 있는데 그 마을에 가니 감성 있는 거리에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사진을 찍기에도 화려하고 재미있다. 짜이맛으로 가는 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국적인 풍경을 구경하던 게 계속 생각이 난다. 여행을 다녀와서 대학원 지원을 위한 영어 시험을 봤는데, 한번에 원하는 점수를 넘었다. 그래도 시험이라고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 시험을 안 봐도 되니 좋고 3일 연휴가 다가오니 좋은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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