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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19. 2023

19세기말 서양인들이 머물던 여관으로 시간 여행

비행기 탄 복장 그대로

달랏은 숙소비가 싸다. 5성급 호텔도 고풍스럽고 예쁜데 10만원대고 고급 리조트도 10만원대면 간다. 싼 가격에 호캉스를 할까 싶기도 했는데 뻔한 인테리어인 곳 말고 특색 있는데서 자고 싶었다.


“와아~ 무슨 중세시대 여관 같은데 같아요.” 내가 보내준 사진에 동료가 말했다. 압도하는 외관부터 체크인을 하러 들어간 로비의 분위기가 시간여행자가 된 듯 흥분되었다. 중세는 아니어도 100년은 된듯한 느낌이었다. 1890년대 동남아의 시원한 휴양지를 찾은 프랑스인 관광객이 된 듯 시간여행을 떠났다.

창과 조명과 벽돌과 느낌있는 금색 수도꼭지

빨간색 벨보이 옷을 입고 늘 호텔 앞에 앉아있는 벨보이 할아버지는 캐리어를 방 안에까지 들여다 주었다. 팁을 줘야 하니 우리가 하려고 했는데 결국 빈캐리어 두 개 들고 몇 걸음 걷는데 5만 동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매일 오고 가고 만날 때마다 반가운 미소를 지어준다. 사실 까무잡잡한데 주름이 있고 왜소해서 그렇지 의외로 더 젊을 수도 있다. 어느 날은 지나가다 창이 쳐져 있는 곳 안을 들여다봤는데 좁은 공간에서 할아버지 혼자 밥을 드시고 있었다. 저 할아버지의 삶은 매일매일 일어나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겠지.


방 안은 넓었다. 모든 가구가 빈티지한 목조로 되어있고 침대는 아주 크다. 침대는 하얀 베일이 우아한 각도로 쳐져 있어 공주 침대 같다. 층고가 높고 창문도 길쭉해서 분위기 있다. 비 오는 날엔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침대가 큰 4성급 호텔이 하루에 5만 5천원 정도밖에 안 한다. 근데 어메니티는 별로다. 칫솔로 양치를 하는데 솔이 우두두둑 떨어지고 이에 끼고 난리도 아니어서 결국 새로 칫솔을 샀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지만 덥지 않았다. 다만, 창문이 안 열려 환기가 어렵다.

색다른 감성의 나무 키, 꽂으면 전기가 작동한다.
100년 이상된 유럽의 나무 엘리베이터 같은
지하에 있는 식당의 조명

엘리베이터는 바르셀로나에서 100년 넘은 엘리베이터와 비슷하다. 옛날 유럽 방식 같은 나무 엘리베이터인데 감성이 좋다. 갈 층을 누르는데 동그란 버튼이 눌리는 촉감이라 해야 되나, 현대 엘리베이터와 달라 이국적이다. 눌리는 감이 너무 재미있다.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우리 기숙사 엘리베이터 버튼이 움푹, 하고 눌리는 느낌하고 비슷하다. 나무는 아니었지만.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원래 잠이 많아 조식을 잘 안 먹는데 이번엔 매일 먹었다. 조식을 먹는 장소도 널찍하다. 벽난로가 있고 식탁과 의자가 다 나무로 되어있어 산장에 온 것 같다. 한국인은 우리 밖에 없고 거의 다 베트남 관광객이었다. 조식에 나오는 쌀국수 국물은 뜨끈하니 맛있고, 바게트 빵도 맛있다. 직원이 계란 후라이도 직접 만들어주는데 자연 속에 있으니 왠지 계란도 건강한 계란일 것 같다. 여행자는 수박을 사 먹기가 어려운데 수박이 나오니 좋다. 수박이 정말 달고 맛있다. 바나나는 아는 맛이라 굳이 안 사 먹는데, 먹어보니 바나나도 맛있다.

밤에는 이렇게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트는게 어렵지만 감성있었던 샤워기
화장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수건과 벽 인테리어 빈티지한 느낌

호텔도 예쁘고 기분 좋고, 자 이제 여행하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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