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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ug 25. 2023

방콕에서 현지느낌 받고 싶다면, 여기

방루앙, 방콕

나를 방콕으로 이끄는 건 딱히 없었다. 막연하게 태국의 수도를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방콕이 좋아서 여러 번 갔다는 사람이 주위에 많았다. 여름에 가려고 했던 터키 항공권 가격이 갑자기 확 오르는 바람에 대안으로 갈 곳을 찾다가 방콕치고 싸네, 하며 30만 원 초반에 다녀왔다.


여행을 가기 전 와, 여기 가고 싶다, 하면서 이끄는 것들이 있다. 올해 여행지 중에 도쿄는 쇼핑, 음식, 그리고 수도인데 안 가봤다는 점, 설연휴인데 항공권이 막 비싸지 않았다는 점에 가게 되었고, 베트남 달랏은 나 혼자 산다를 보다가 시원한 동남아라는 데서 가게 되었고, 또 넴느엉의 본고장으로 꼭 베트남을 가보고 싶었다. 9월에 가려고 예매한 몽골 역시 나 혼자 산다에서 나온 나랑톨시장에 가보고 싶어서이다. 몽골은 대자연을 즐기고 싶고 게르에서 자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고 질 좋은 캐시미어 코트를 싸게 사고 가죽재킷이나 부츠 예쁜 걸 사고 러시아 알파벳이 있는 곳에 가서 양고기를 많이 먹고 싶어서 끌렸다. 거의 투어로 여행사를 껴서 여행을 하던데 나는 그냥 울란바토르에 에어비앤비를 잡아서 짧게나마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를 하며 추석연휴를 보낼 생각이다.


방콕은 수도답게 고층빌딩이 으리으리하다. 싱가폴 같기도 하다. 고층 건물 한가운데 있으면 내가 태국을 온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완전 도심을 벗어나면 왕궁 같은 이국적인 건물도 있고 서민들이 사는 주택가도 나온다. 너무 발전된 곳에만 있기에는 좀 동남아 온 느낌을 내고 싶어 방루앙이라는 곳을 갔다. 유튜브를 보다가 나온 곳인데, 다행히 호텔에서 차로 10분 내외에 있다.

방루앙이라는 곳은 수상가옥들이 있는 곳이다. 물 색깔이 맑지 않아 사진을 찍기에 예쁘지 않지만 확실히 도심과 다른 색다른 풍경에 기분 전환이 된다.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면 잘 안 나오는 것과 달리 상점가도 많고 음료 파는 곳, 식당도 곳곳에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밑에 물이 보여 물 위에 있는 게 실감이 난다. 밟으면 약간 삐그덕 거리는 소리도 난다. 방루앙을 찾아갈 때는 유튜버가 알려준 대로 방루앙 아티스트 하우스라는 곳을 지도에 찍어서 찾아갔다.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인데 막상 가니 사람이 너무 많고 비도 오고 후덥지근해서 겉에서만 보았다. 10-20대 현지인 여자들이 많은데 다들 색색의 구슬로 뭐를 엮는지 예술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배도 고픈데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본 식당을 저장해 두긴 했지만 지나가다 만난 큰 식당이 있었다. 서양인 투어 관광객들이 예약석에 다 차있고, 선풍기 근처 다른 자리에 앉았다. 여기까지 찾아서 걸어오는데도 습하고 덥고 땀에 옷이 흠뻑 젖었다. 휴 드디어 앉는다. 에어컨이 없어 여전히 덥다.

모닝글로리 덮밥
양배추와 당근이 든, 너무 맛있었던 스프링롤
꺄 너무 맛있어.

베트남에서 먹으려 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스프링롤을 드디어 먹어보고 가는구나. 메뉴판에 영어와 그림이 잘 되어 있어 신나게 시킨다. 첫 요리로 스프링롤이 나와 박수를 친다. 반 입 베어 무는데 뜨거워 입을 용가리처럼 후후 분다. 고기가 안 들어도 야채의 상큼한 맛이 정말 좋다. 적당히 바삭한 껍질도. 오히려 고기가 들어있다면 맛이 더 지저분할 것 같다. 태국에 갔다면 당연히 커리에 볶음밥을 먹어야 한다. 인도, 일본 커리와 확실히 다른 맛. 게살이 잔뜩 들어있다. 양이 많다.

방루앙까지 찾아가는 길도 현지 느낌 물씬 난다. 좀 허름한 낮은 건물들 사이로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 택시도 지나간다. 입술에 바르면 애매한 펄든 핫핑크이다. 아보카도 주스를 하나 사서 마시면서 걷는다. 아보카도에 물을 많이 넣어 부드럽긴 한데 약간 밍밍하다. 양은 또 너무 많아서 나중엔 거의 억지로 마시다 시피 했다. 꿉꿉한 땀이 뒷목에 송글송글 맺혀있다. 미용실이 보여 색다른 분위기와 글씨에 사진을 찍는다.


태국에 갔다온 지인들의 피드엔 고급 호텔 식당과 바에서 고급스럽게 차려입고 찍은 사진이 많은데 내 사진은 거의 코끼리 바지다. 나도 다음엔 괜찮은 옷 한벌 챙겨가서 호텔 카페 같은데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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