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Oct 05. 2023

뚜벅이로 울란바토르 도심 여행

몽골 울란바토르

낮 두시 반쯤 칭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유리창 너머로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느끼는 흥분감, 러시아어 알파벳을 읽을 수 있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 그런데 이국적이면서도 반가워서 기분 좋은 감정이 첫인상이다. 대여섯 시간 좁은 저가항공에 갇혀 시계만 보며 언제 도착하나, 하고 심신이 쩔어있던 동남아행과 달리 3시간 비행은 산뜻했다. 익숙한 동남아 풍경보다 이국적이다. 몽골에 간다 하니 동료들이 거기 몽탄신도시 아니냐, 한국 같다는데 괜찮냐고 했다. 직접 와보면 몽골은 완전히 외국 같다. 오히려 좀 블라디보스톡 같고 매체에서 보던 평양의 모습 같다.

에어비앤비에서 연결해 준 택시기사 아저씨가 내 이름을 에이포용지에 적어 들고 있다. 이름과 여행사 이름을 써놓고 무표정하게 서있는 아저씨들 틈에서 내 이름을 금방 찾았다. 반가워서 인사했다. 센베노. 바야를라. 하고 알고 있는 유일한 몽골어를 쏟아냈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을까 걱정돼서 얼마나 기다렸어요? 하고 영어로 물었더니, 얼마나 걸리냐는 말로 들었는지 내비를 쳐서 보여주며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아저씨의 도요타 승용차는 오른쪽에서 운전한다. 사실 길거리 차의 90% 정도가 도요타다. 그런데 차선은 우리나라와 같이 왼쪽 운전석 기준이다. 헷갈리지 않으려나, 싶은데 적응이 되었는지 다들 운전을 잘한다.


공항에서 시내 방향으로 차로 계속 달리면 초원과 곳곳에 게르, 말 떼와 소떼가 중간중간 나타난다. 끝도 없이 초원이 펼쳐지고, 구름이 땅과 가까이 느껴진다. 구름 떼가 웅장해서 구름이 초원 구릉에 만드는 그림자도 명확히 보인다. 어릴 때부터 이런 풍경을 본다면 시력이 좋긴 할 것 같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대초원 풍경에 눈이 돌아간다. 어느 정도 시내에 접어들면 차가 미친 듯이 막히기 시작한다. 걷는 게 빠르다. 아예 움직이질 않는다. 운전 체계는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아무 때나 위험하게 끼어들고 아무 데서나 유턴을 해버린다. 몽골에서는 아무나 운전하기 어렵겠다.


차가 꽉꽉 막힌 도심 속에서 옆에 지나가는 차를 구경한다. 가끔 한국어로 써있는 차들이 있어 반갑다. 사회주의식 아파트 같은 아파트촌도 지나간다. 9월 마지막주인데 몽골은 벌써 가을이다. 초원에는 나무가 없는데 도심에는 그래도 나무가 심어져 있다. 멈춰 선 차 안에서 노오랗게 단풍 진 나무를 가만히 구경한다. 노란 잎들이 동그란 모양인데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햇빛이 비쳐 빤짝빤짝하고 금색으로 흔들린다. 기분이 맑아진다.

국영백화점 근처인 우리 숙소는 위치가 정말 좋다. 구글지도를 보면 국영백화점에서 칭기스칸 광장까지는 쭉 따라 걸으면 돼서 길이 간단하다. 국영백화점에서 수흐마타르 광장까지 걷는 길에는 구경할 만한 상점이 많다. 가죽 가방집, 몽골 식당, 보세 의류, 금은방, 몽골 캐시미어집 등 구경하고 싶은 곳이 많다. 오후 되니 쌀쌀해져 챙겨 온 가벼운 외투를 입으니 딱 좋다. 아주 약간 바람이 부는데 추울 정도는 아니다. 몽골어로 써있는 러시아어 알파벳의 길거리를 걸으며 외국에 온 느낌을 한껏 받는다. 사진도 찍는다. 식당에 도착하자 신나서 카톡 사진을 바꿨는데 러시아 사람 같다고 힙하다고 연락이 온다.


길에는 몽골 사람들이 엄청 많다. 한국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겼다지만 확실히 다르긴 하다. 대체로 여자들은 얼굴에 볼살이 많고 광대뼈가 발달했으며 쌍꺼풀 없이 눈이 길다. 그리고 코 뼈가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코가 낮다. 키가 크지 않은데 그렇다고 작고 왜소하진 않다. 서양인들이 눈 찢어진 동양인을 그리는 그 그림 속 눈이다. 나도 광대뼈가 크고 볼살이 많고 쌍꺼풀이 없어서 몽골계통인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쌍꺼풀 있는 사람들이 많을까. 몽골 사람들은 우리가 1900년대 초반 흑백사진 속 사람들 같이 생겼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 패키지여행 또는 러브몽골 같은 카페에서 일행을 구해서 투어를 다니기 때문에 길거리에 한국 사람들은 별로 없다. 현지인 속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구경하는 게 재밌다. 구글 지도를 보며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을 못 봤다. 현지인들은 내가 신기한지 버스 정류장에서건 버스에서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최소 4-5시간 덜커덩거리며 이동을 해서 사막을 가고 같이 자고 생활하는 여행이 싫어서 울란바토르 자유 여행을 택했고한 시간 정도 떨어진 테를지 초원에서 말을 타는 당일 투어를 신청했는데 너무 만족한 여행이었다. 여러 쇼핑몰을 다니며 구경하고, 캐시미어도 사고 가죽 코트도 사고 몽골 사람 구경도 하고 시장도 가고 마사지도 받고 정말 즐거웠다. 신기함이 크다. 몽골은 새로운 곳이고 가까워서 자주 갈 수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콕에서 현지느낌 받고 싶다면, 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