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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ul 29. 2023

방콕에서 사원 안 가고 쇼핑

짜뚜짝시장, 아이콘시암

나는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한다. 딱복. 말랑한데 단맛이 빠진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말랑한 복숭아는 식감도 물렁하면서 씹기가 아까운 느낌마저 든다. 프렌치토스트에 베트남에서 사 온 고소 달달한 초콜릿향의 커피를 마신다. 머그컵에 얼음 가득 넣고 컵을 좌우로 찰랑찰랑 흔들면 연한 아이스커피가 된다. 컵에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가루 커피를 쇠필터에 내려 마시는데 굉장히 오래 걸린다. 원래 커피 마시면 잠을 못 자서 괴로움을 크게 느껴서 커피를 안 마시는데 베트남 커피는 그걸 이길 만큼 맛있기도 하고 아침 커피는 잠에 지장을 안 주기 시작했다. 화장실 가기도 좋아서 아침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 아침엔 항상 마신다.


오늘 8시 반 조조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에메랄드색인지 하늘색인지 하는 욕실 벽을 배경으로 새하얀 욕조에 들어가 있는 장면이 지금 넷플릭스로 보는 미국의 욕조신과 화면이 비슷해서 생각이 난다. 애쉬튼 커쳐는 나이 들어서 그런지 얼굴이 너무 달라지고 나이 들었다. 몇 살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40대 같다. 방콕에서 사 온 바나나칩을 먹으며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본다. 아이콘 시암이라는 쇼핑몰의 쑥시암에서 50바트주고 산 바나나칩인데 굉장히 얇고 바삭하다. 내가 먹고 싶었던 바나나칩의 맛에 가깝다.

짜뚜짝시장에서 산 접시이다. 색깔이 너무 영롱하고 예쁜데 꽃문양도 우아하고 예쁘다. 직원이 어디선가 가지고 나온 뚜껑이 있는 머그컵까지 세트로 샀다. 다해서 800바트, 3만원 정도. 어떤 접시는 금박으로 되어있는데 베르사체 접시마냥 화려하다. 그런데 조금 무거워서 갸웃거리니 주인이 가지고 나온 이 접시는 정말 마음에 든다. 다음에는 접시만 사러 방콕에 가고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탄 지하철

짜뚜짝 시장을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아침에 위장이 너무 쓰려 어지러워 걸을 수가 없었다. 코끼리 바지도 안 예쁜 걸로 대충 샀는데 그래도 색감은 마음에 든다. 약간 톤다운된 회색빛이 도는 파란 계열. 추운 돈므앙 공항에서 큰 역할해 준 긴바지. 그래도 추웠지만.


짜뚜짝 시장은 엄청 크다. 너무 커서 다 볼 수가 없고 아침에 갔는데도 너무 햇빛이 뜨겁다. 옷은 싸긴 되게 싼데 품질은 싸구려이다. 그냥 예쁜걸 사서 사진용으로 한 끼 때우는 용으로는 살만할 텐데 배도 아프고 고를 생각이 잘 안 들었다. 접시와 머그컵과 티팟세트 등 눈 돌아가게 화려하고 사고 싶은 코너를 만났다. 접시도 뾱뾱이에 충분히 둘러서 싸준다. 옷가게, 불교 용품, 코끼리 바지, 화려한 원피스, 신발, 각종 단추들, 차, 망고 젤리 등을 판다. 팔뚝살만 없으면 사고 싶은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들이 많다.


중간중간 너무 더워 60바트에 시원한 코코넛을 즉석에서 잘라주는 것을 사서 후루루룩 마신다. 배가 아파 자꾸 등이 굽는다. 아 몰라, 코코넛집 옆에 아직 열지 않은 가게 앞에 놓인 멀쩡하지 않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코코넛을 흡입한다. 양이 많아서 충분히 마셔도 아직 한참 남았다. 달달하고 시원하다.

귀여운 무민 느낌의 슬리퍼를 샀다
짜뚜짝 시장

아이콘시암이라는 곳은 짜오프라야 강변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이다. 한국에 있는 웬만한 백화점보다 앞선 느낌이다. 특히 짜오프라야 강에 수없이 오가는 많은 크루즈들을 타러 가는 거점으로 역할해 크루즈를 타는 어마어마한 수의 관광객들은 아이콘 시암을 다 거쳐간다. 일본 자본이 들어온 것인지 Japanese, 하고 쓰여있는 게 많다. 아이콘 시암이 더현대라면 시암파라곤은 볼 게 없는 분당 롯데백화점 같다. 서울엔 있는 여느 백화점에 댈게 아니다. 아이콘시암은 구찌,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매장도 굉장히 크고 옷도 종류가 많다. 명품도 거대하게 유치되어 있고 관광과 연계한 성공한 백화점 모델 같다.


관광객들에게 크루즈와 연결되는 층에 있는 쑥시암이라는 대규모 실내 야시장은 태국의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기념품을 사갈 수 있는 곳이다. 값도 비싸지 않다. 너무 넓고 커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시원해서 짜증이 나지 않고 다양한 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나도 이것저것 샀는데 시식한 오징어를 사봤다. 한 세 부스 정도를 돌면서 시식해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오징어 맛으로 샀다. 약간 매콤한 맛이 나는데 부드럽다. 시암파라곤에서 부서원들에게 주려고 산 코코넛젤리를 여기서도 판다. 부서에 방학 때 근로장학생도 추가되었고 기간제 근로자도 세명이나 돼서 코코넛젤리를 사서 회의탁자 쟁반에 쏟아 놓았는데 인기가 좋아 금방 사라졌다. 떡처럼 쫀득한데 달달 고소하다. 코코넛이 호불호가 있는데 대체로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먹으려고 산건데
엄마가 반찬으로 다 볶아버렸다. 근데 엄청 맛있다.
예쁜옷이 많은데 비싸다
살빼면 저런 옷을 입을 수 있을텐데..
5개 사면 10% 할잌

방콕 가면 사려고 했던 것 중에 와코루 브라가 있다. 2017년도에 라오스에서 태국 우돈타니에 당일치기로 쇼핑을 갔을 때 2만원 초반 정도 하던 게 지금은 물가가 많이 올랐는지, 백화점에서 사서 그런 건지 하나에 3만 5천원 정도 한다. 사실 한국에서 다른 브라를 사도 이것보다 싸게 살 텐데, 노 와이어 노패드 와코루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고 편해서 오래 입어서 살 가치가 있다. 백화점이라 카드 결제도 되니 환전해 온 돈을 헐지 않아도 된다. 택스 리펀도 만원 정도 받을 수 있었는데 제대로 챙기지 않아 받지 못했다.


친한 동료가 방콕 어땠냐고 물어 왕궁을 가려 했는데 한 사람당 2만원이라 비싸서 안갔다고 했더니 파타야도 안갔다면서 방콕 가서 사원 안가면 대체 뭐했냐고 물었다. 글쎄, 쇼핑만 했네. 막상 산 건 많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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