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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16. 2023

울란바토르 구석구석 찐쇼핑

몽골 울란바토르

가고 싶은 곳, 갔던 곳 저장해 놓은 구글맵

“난 울란바토르 시내 갈 생각은 아예 안 하고 바로 게르로 떠났는데 울란바토르 시내도 괜찮음?” 내가 메신저로 몽골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니 몽골에 몇 달 전에 갔다 왔다던 동료가 물었다.

“완전 좋음. 쇼핑도 여러 군데 다니면서 하고 현지인 속에서 생활하니 재밌던데!!“ 하고 내가 답장을 보냈다.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서 안면이 있는 사이였고 빠른으로 동갑이라 친근감을 느껴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반말하긴 좀 그래서 음슴체를 섞어 쓴다. 나는 친한 동료와도 존댓말을 쓰는 걸로 유명해서 이 사람에게 편하게 대하는 것은 나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도 같은 해 과장 승진했으니 23년 승진 동기지! 했더니 자극이 되었는지 약간 반발하더니 자기는 이제 빠른 생으로의 정체성을 버리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럼 앞으로 누나라 불러, 라고 말하는 나.


가죽 가방

내가 산 색깔

당일 투어 할 때 가이드가 데려다준 테를지 거북 바위 앞에는 기념품 샵이 있다. 꽤 커서 볼거리가 많다. 실내용 슬리퍼도 있고 낙타 인형도 많다. 그중에서 가죽 가방이 눈에 띄었는데 예쁜 게 많아 고르기 어려웠다. 카키색에 꽂혀 데일리로 멜 수 있는 작은 가방과 백팩을 샀는데 마음에 든다. 백팩은 몽골 문양이 느낌 있는 종류가 많은데 크림색이 멨을 때 한국에서 한국 옷 위에 조화로워 보이면서 외국에서 산 느낌이 스타일리시해 보여서 샀다. 모두 소가죽이다.


가죽코트

가죽 재킷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몽골로 떠나기 이틀 전인가 뉴스에 빨간색 긴 가죽 코트를 입은 여자 연예인이 떴는데 너무 예뻐 보였다. 짧은 재킷보다 긴 가죽 재킷이 멋스러워 보이는 거다. 나랑톨 시장을 둘러보는데 한 줄 정도가 가죽 재킷 파는 상인들이 있었다.


나중에 투어 가이드가 말해주기로는 나랑톨 시장은 부랑자들이 많아 위험해서 가기를 잘 권하지 않는 곳이라고 어떻게 가이드 없이 갈 생각을 했냐고 했다. 가이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말인가? 하기에는 이 사람이 이미 갔다 온 나에게 뭐 얻을 것도 없고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뭐 비가 온 날이어서 부랑자들이 안 왔는지, 상인들은 상냥했고, 아 물론 좀 깎아달라고 하면 엄격하고 떽떽거리는 아줌마들도 있긴 했다.


원단, 뭐 악기, 가죽 부츠, 양말, 짝퉁 옷, 짝퉁 가방 섹션으로 되게 넓고 큰데(짜뚜짝 시장만큼 무지막지하게 방대하지는 않다) 가죽 재킷 섹션을 찾아가니 호갱이 다가오는지 적극적으로 옷을 입혀주었다. 조금 작아 보이는 옷은 양가죽이라 잘 늘어난다고 괜찮다고 하고키 큰 내가 다가가자 멀리서부터 내가 다가올 때 입히려고 준비하던 아주 긴 가죽 롱코트를 꺼내 입혀주었다. 너무 잘록하고 꾸며 입은 것 같은 것보다 무심한 듯 푹 입기에 좋아 보여 마음에 들었다. 가격은 17만원 정도에 샀나. 그래도 몽골 양가죽에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스타일리시해서 싸다고 생각해서 입고 다녔다. 날씨가 쌀쌀해서 6천원인가 주고 몽골 문양 같은 모자도 사서 쓰고 다녔는데, 시내에서 쓰고 다니다가 인터뷰도 당했다.


더 몽골스러운 모자는 일상복하고 어울리지 않고 동동 뜨는데 몇만원씩 하는 걸 사진 찍을 용도로 사기엔 아까웠다. 내가 산 정도 가격이 방한 용도로도 적합하고 잘 산 것 같다. 나랑톨시장에 오기 전날 국영백화점에도 갔었는데 구석에 숨어있는 가죽 매장을 보지 못했다. 나랑톨시장 아니면 구하기 힘들 것 같아서 비교해 보지 않고 사버렸는데 다음날 시간이 많이 남아 국영백화점을 돌다가 양가죽 재킷을 파는 매장을 발견했다. 내가 산 것보다 훨씬 가볍고 만졌을 때 부드러운 정도가 달랐다. 엄청 고급 양가죽이다. 발목까지 오는 긴 재킷도 있다. 가격을 보니 역시나, 60만원대로 내가 산 것보다는 훨씬 비싸다. 확실히 비싼 게 질이 좋긴 하다. 그래도 내가 산 것도 한국에서 흔히 살 수 없는 것이어서 후회는 없다.


나랑톨 시장은 승마 부츠나 가죽 부츠도 여러 가지 많은데 울란바토르 백화점이나 샹그릴라 몰에도 예쁜 부츠가 많았다. 다음에 몽골에 말 타러 가면 나랑톨 시장에서 승마용 부츠를 싸게 사서 막 신을 것 같다. 숲을 달리다 보면 흙이 바지고 신발에 다 튀어서 금방 더러워진다.


식료품 등

징기스칸 보드카와 몽골잣
차가버섯 차
레이!!!!!!
탈모에 좋다는 할가이 샴푸

엄마는 잣을 사는 것만 해도 비행기 값 뽑았다고 잣 사러 몽골 또 갔다 오라고 말했다. 잣이 까기가 힘들고 귀해서 한국에서 사는 건 비싸서 못 사 먹는데 1/3 가격이니 300그람짜리 5 봉지 정도 사 왔다. 요즘 야채를 너무 안 먹는 것 같아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는데 평소 뿌려먹는 호두와 함께 으깨서 샐러드에 넣으면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엄마 말로는 잣은 콩국수 할 때도 같이 넣고 잣죽을 끓여 먹어도 돼서 너무 귀하고 좋은 식재료란다. 아, 잣꿀도 파는데 호밀빵같은 데에 올려먹기 좋다.


국영백화점에 있는 노민마트와 길 가다 만난 러시아 마트를 구경하는 데 정말 흥미롭다. 초코파이가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 사과 맛이 있어서 하나 사 먹어 보았다. 바닐라 두유도 사 먹어 본다. 러시아에 갔었을 때 먹었던 레이 크랍(꽃게맛)을 발견하고 환호하며 4개를 카트에 담았다. 두 개 정도 한국 가져가고 두 개는 여기서 먹어야지. 막상 뜯어먹어보니 추억의 맛보다 좀 짜고 그냥 그렇다. 물론 맛있긴 맛있다. 레이 김맛도 그렇고 한국에 안 파는 맛이다 보니 더 사고 싶게 만든다.


나랑톨 시장 단독 건물로 되어 있는 곳에 화장실 쓰러 들어갔다가 온 김에 구경해 보자, 하고 돌다가 발견한 식료품 점에 차가 차이가 있냐고 물어본다. 잘 못 알아듣자 чага цай라고 구글에 쳐서 사진과 함께 보여주면 아, 없다,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여기는 있었다! 가격도 하나에 2500원~3천원 정도였나. 몽골도 러시아처럼 북쪽 지방이 있어서 차가버섯이 난다고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약국에 가니 차가버섯차를 팔아서 여러 개 사 왔는데 여기는 쉽게 구할 수가 없다. 5팩 정도만 샀는데 더 샀을 걸 싶다.


티비에서 하도 몽골엔 대머리가 없다, 샴푸가 좋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할가이 샴푸를 사 왔다. 할가이가 쐐기풀인데 성분 그 자체로는 탈모방지 효과가 있다고 나오긴 한다. 마트에 파는데 халгай(할가이)라고 써있길래 이건가 보다! 하고 자세히 보았다. 샴푸 브랜즈 종류가 여러 개다. 뭘 살까 하다가 두 종류를 사봤는데 영어로도 hair growth라고 써있고 뭐 nature ingredients라고 써있었나 약간 못 미더운 것도 있었지만 샴푸와 컨디셔너를 샀다.


캐시미어

몽골리안 텍스타일 매장
몽골 옷을 현대적으로 만들어 파는 매장

몽골리안 캐시미어는 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고비 캐시미어 팩토리에서 8만 원 정도를 주고 셔츠 위에 겨울에 껴입을 수 있는 버건디색 얇은 스웨터를 샀고, 국영백화점 캐시미어 매장 중 한 군데서 세일을 해서 11만 원에 오트밀 색 캐시미어 후드 집업을 샀다. 환절기인 10월에 반팔 원피스 위에 입고 다니기 따뜻하고 좋다.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있는 EVSEG 입섹인가 하는 브랜드의 매장도 꽤 넓고 정류가 많았는데 카멜색 캐시미어 코트만 공략하며 쇼핑하다가 사지는 않았는데 여러 색깔의 기본템이 괜찮은 게 많다. 목도리도 하나 사려고 고비 매장을 보는데 5만 원 정도인가 싸긴 한데 너무 얇고 좁다. 디자인 종류도 별로 없다. 몽골리안 택스타일인가, 하는 수흐바타르 광장을 향해 걸어가던 중 만난 샵에서 도톰하고 넓은 목도리를 만났다. 예쁜 디자인이 많았는데 오트밀~베이지색이 가장 고급스러워서 샀다. 12만 원 정도에 샀는데 100퍼센트 캐시미어가 저렴해서 좋다. 너무 보드랍고 포근하고 가볍다.

CU에 가보는 것도 재밌다. 길을 잃어서 황무지 같은 곳에 갔는데 이런데까지 씨유가 있어? 싶었다. 씨유가 고풍스러운 외국 건물 같은 곳에 있으니 신기하다. 뭐 뻔하겠지, 싶지만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창문 너머로 소떡소떡을 먹고 있는 몽골 사람을 발견하고 신기해서 들어갔는데 몽골 청소년들이 김치찌개 컵라면을 먹고있다. 몽골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니 우리 빼고 다 몽골 사람이다. 삼각김밥은 천 원 정도 한다. 비가 와서 몸을 녹일 겸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샀는데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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