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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31. 2023

자작나무 숲에서 야크 떼를 만났다

몽골 테를지

테를지에서는 한 시간에 15,000원 정도면 말을 탈 수 있다. 승마가 처음이어도 바로 배워서 할 수 있는데 몽골 사람이 끈을 같이 잡고 끌어줘서 안심이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타지? 하다가 올라타고 내리는 법을 배우고 옆에서 잡아주고 알려주니 재밌다. 금색 말에 올라타 말이 천천히 걸어주니 점차 적응이 되고 말과 교감이 된다. 나를 태우고 있는 말의 등을 손으로 만져주며 아이 귀엽다, 한다. 무거운 나를 태워주는 착한 아이. 말의 등을 쓰담쓰담해주니 따뜻한 체온이 확 느껴져 생명감을 느낀다. 가이드가 타기 전에 알려주기를 그냥 앉아있지만 말고 흐름에 따라 골반을 같이 밀어주면서 타야 말이 덜 힘들다고 해서 나도 열심히 해본다. 말이 달릴 때는 엉덩이가 통통 튀기면서 힘들다. 확실히 에너지 소모가 되는 활동이다.


말도 혼자 뛰어다니고 싶을 텐데 굳이 사람이나 짐을 실으면 무겁고 짜증 나지 않을까, 하고 말이 측은하게 느껴지면서 고맙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경주에 있는 거대한 능 같은 초원을 넘고 넘어 말을 타고 천천히 걷다가 진흙탕도 만나고 돌무더기도 만나고 나무뿌리도 만난다. 걸리적거리지 않을까 싶은데 말은 알아서 비켜가거나 밟고 지나간다. 말을 탈 때 왜 장화를 신는지 너무 알겠다. 운동화를 신었더니 말이 움직일 때마다 양말을 신은 발목 부분이 계속 닿으면서 아프다. 그리고 진흙이 튀겨서 신발이 금방 더러워진다.


몽골 사람들은 말을 정말 잘 탄다. 그리고 타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상을 갖추고 허리를 꼿꼿이 피고 커다란 흑갈색 말을 타고 승마장을 도는 모습이 아니다. 이들에게 말타기는 정말 일상 같다. 말을 너무 잘 다룬다. 말을 거의 누워서 탄다. 넘어질 것처럼 떨어지는 자세로 달리다가도 금방 일어나서 균형을 잡는다. 날쌘 몸으로 말과 한 몸이 되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야생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도심의 사람과 다르다. 야생의 생동감은 이질적이면서도 새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아이는 말이 뜻대로 안 움직이면 채찍 같은 거로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서 말을 훈련한다. 쪼꼬만 게 저렇게 말을 잘 타는 걸 보면 독립적인 어린이 같아 존중심이 생기며 대견하다. 성숙해 보인다. 11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한국 여성 관광객을 태운 말을 끌며 한 시간 동안 체험을 시켜준다. 이 어린이들도 평일엔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지내다가 주말에는 테를지 게르에 와서 일을 돕는다고 한다.


말을 타며 바라본 풍경

말을 타고 초원을 걷다가 자작나무 숲을 만났다. 자작나무 숲에 들어가니 야크 떼가 땡그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가만히 서있다. 풀을 뜯어먹는지 우리가 오든지 말든지 가까워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하던 일을 한다. 내 말을 끌어주며 옆에서 오트밀색 말을 타고 있던 몽골 청년이 휘이- 휘파람을 불며 야크 떼에게 신호를 보내자 야크 떼가 다 왼쪽 지대로 이동을 한다. 동물원도 아니고 이렇게 가까이 야생동물을 보다니, 신기하고 재밌다. 어느 정도 말 타는 게 익숙해져서 사진을 찍었다.


나무가 별로 없는 몽골의 초원이지만 이 근방에는 노릇노릇 단풍이 든 나무들이 있어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정말 아름답다. 공기가 시원하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뻥 뚫린 대자연 속에서 말을 타고 달린다. 촤-하고 말을 달리기 시작하면 속도감에 재미있으면서 굉장히 운동이 된다. 이렇게 계속 달리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말을 계속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몽골 3시간 밖에 안 걸리니까 다음엔 테를지에서 자면서 말을 오랫동안 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혼자서 탈 수 있을 것 같아.


같이 갔던 한국어를 잘하는 가이드 아저씨가 아가씨, 하고 부르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핸드폰을 가져갔다. 동영상을 찍어줬는데 말을 타는 내 모습을 간직하니 좋다. 한 시간 동안 초원을 달리고 나니 시간이 딱 적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말을 타고 달려 보니 몸에 긴장도 되고 힘들려고 하던 차에 시간이 되어 아쉬워서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와! 너무 재밌다. 다음에 또 하고 싶어! 하고 외치며 얼굴이 싱글벙글해진다. 말을 태워준 청년과 어린이와 소통을 더 하고 싶었는데 우리는 일정이 있어 돌아가는 차에 타야 했다. 다음엔 현지인과 같이 지내면서 얘기도 하고 친해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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