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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Sep 24. 2023

친절한데 일 못하는 vs 일 잘하는 데 예의 없는

‘그 직원은 예전부터 너무 싸가지가 없다, 예의가 0이다,‘ 하고 아는 동료를 저격한 댓글이 블라인드에 달리기 시작했다. 누구인지 반드시 특정할 수 있는 저격글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공개적으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망신을 주는 것이어서 저열하게 느껴진다. 그 직원하고 개인적으로 얘기를 자주 주고받던 나로서는 그 사람이??? 무례하다고??? 왜??? 그 사람 맞아? 하고 댓글들의 맥락을 살펴보는데, 다수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대상이 그 사람이 맞다. 그 직원은 좀 말이 무뚝뚝하고 원칙주의자여서 업무적으로는 좀 쌀쌀맞고 깍쟁이 같을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알고 보면 안 그런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커리어 욕구가 있어서 평판도 신경 쓰일 것 같다.


그러면서 그 부서의 누구는 굉장히 착하다며 대조대는 댓글도 추가되었다. 그런데 착하다고 회자된 그 사람은 사실 업무를 못해서 부서에서 애물단지라면? 업무 소화가 안돼서 매사에 허둥지둥하고 애처롭고 불쌍한 이미지가 있는데 말투는 예의 바르고 상냥하다. 오히려 자기가 업무가 잘 안 되니 사람을 대할 때 저자세에 예의 바른 걸 이미지로 가져가려고 하며, 업무가 안돼서 피해를 주면서도 승진할 때까지는 부서에서 나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린다. 오히려 앞에서는 네! 하고는 움직이지 않고 기한을 넘기거나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다수에게는 이미지가 좋지만 뒤처리를 해주는 소수의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업무를 잘하지만 무례하다고 평가되는 사람과 업무가 안되는데 예의 있는 사람 중 누구와 더 일하고 싶을까?

나는 같은 부서 동료라면 전자이다. 우리 부서 외에 다수 직원에게 무례하다는 이미지에 따른 악영향이랄지 하는 것들은 자기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거지, 내 이미지랑은 상관이 없다. 나에게 무례하게 굴면 그냥 대화는 적게, 사무적으로 지내면 된다. 그런데 후자는 업무가 안돼서 그 업무가 나에게, 부서원에게 넘어온다. 각자가 맡은 업무가 이미 과다한데 업무 안 되는 사람 업무까지 나에게 넘어오면 그만큼 업무 시간이 늘어나며 안 써도 되는 에너지와 짜증이 추가된다. 내가 왜 해야 해?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부서장으로서는 또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못해 다른 사람이 좀 해줬으면 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어서 스트레스만 계속 쌓인다. 얼핏 보는 타 부서 사람들은 매일 허둥지둥해서 바빠 보이는 그 사람이 안쓰러워 보이고 업무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은데 부서원으로서 도와주는 게 어렵냐, 라는 말을 한다. 자기가 일 못해서 난이도 낮은 일도 오래 걸려서 바빠 보이는 게 왜 고생스러워 보여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되지? 왜 이렇게 단순한 것도 안돼서 내가 해야 하는 거야? 하고 계속 불만이 생긴다. 업무가 안되면 스스로 인정을 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 자리를 능력 있는 후배가 되었든 누가 되었든 넘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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