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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Nov 02. 2023

몽골은 가을

사회주의에 대해 생각하다

제목을 지을 때는 한국은 여름, 그런데 몽골은 가을이다, 하고 바깥은 여름과 같은 (나 혼자만 느끼는) 임팩트가 있었는데 어느새 한국도 가을이다. 한 달 전인데도 지금 한국보다 훨씬 추운 가을.


몽골에서 자유여행을 하기로 하고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일상 살기를 하며 구경하자,라고 하기에 몽골의 초원에서 말타기를 해보지 않는 건 아쉬웠다. 그래서 당일투어로 근교 테를지에 갔다 오는 걸 생각했다. 한국인이 하는 여행사 말고 울란바토르에 가서 구글맵에 뜨는 여행사에 가서 내일 간다고 예약하고 여행을 하려 했다. 여행사에 구글맵의 채팅으로 몇 군데 컨택해 봤는데 테를지 당일투어 비용이 70달러 정도에 말타기는 추가 비용이 들었다. 대체로 가격이 10만 원 이쪽저쪽이다. 그러던 중 한 명만 신청해도 가격이 같은 한국 여행사를 발견하여 그냥 예약을 했다. 맘 편하게.


9시에 국영백화점 앞에 몽골인 가이드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왔다. 국영백화점 앞에 차도 사람이 많은데 가이드를 잘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아침엔 차도 사람도 적었고 가이드는 쉽게 우리를 발견하고 찾았다. 안녕하세요~ 하는데 발음이 너무 좋아서 한국인인 줄 알았다.  한 50분 정도 걸립니다~ 하고 차에 탄 우리에게 가이드가 말했다. 가이드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마른 몽골 남자이고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아내가 있다고 한다. 자기는 한국어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자기 아내는 훨씬 잘한다고 하는데 아내는 대체 얼마나 잘하는 거야. 웬만한 대화가 다 통했다.


“울란바토르는 왜 이리 도로가 좁고 길이 심하게 밀려요? “ 하고 물으면, ”그러니까요. 시장이 씨름선수만 했어가지고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요. “라고 말한다. 울란바토르 시장은 오랫동안 국민스포츠로 사랑받은 씨름 선수인데 투표로 뽑힌 사람이다. 몽골 사람들은 운전도 잘한다. 아무 데서나 끼어들고 유턴을 하고 무법지대 같은데 사고 없이 나름의 질서 속에 과격한 운전을 한다. 가이드는 지나가면서 “여기가 울란바토르에서 유명한 학교예요, 들어가기 힘들어요.” 하고 알려주기도 하고 “왜 어린 학생들이 이 시간에 집에 가요?” 하고 퇴근길에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물으면 같은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은 오전반, 더 어린 학생들은 오후에 학교를 간다고 말해준다. 진짜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보면 온갖 걸 다 알려준다. 현지인과 한국말이 이렇게 잘 통하면서 소통한 건 처음이다. 정말 신기하고 유익하다. 심지어 ”몽골에서 장애인들은 어떻게 일해요? 한국엔 지원제도가 잘 되어 있거든요,“ 하고 물어봐도 아, 몽골에서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회사가 있어요, 하고 말해준다.


사회주의가 더 나은, 옳은 방향성의 제도라고 믿는 사람들은 흔히 사회주의 제도 하에 있었던 나라에서 장애인 정책이 잘되어 있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공산주의였다던 몽골이어서 이런 얘기가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나라보다 제도가 발달했을 것 같지 않다. 대학 때 비교사회주의라는 과목을 들을 때 느낀 건 사회주의를 채택해서 잘 사는 나라는 없고 부패와 독재로 귀결된다는 것. 한 명씩 발제를 해야 하는데 난 ‘북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여러 논문을 읽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는데 교수가 크게 칭찬하며 이걸 준비하는데 대체 몇 시간이나 투자한 거냐고 너무 대단하고 잘했다고 바로 직후에 발표한 사람에게는 준비가 너무 소홀한 게 아니었냐고 혼내셔서 민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참고로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며 사회주의 지향에 반대한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창의적이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것이 탄생한다고 믿으며 그 효과는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분야 등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평등하게 만드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인간은 개개인이 개성적인 존재이며 인간의 욕심은 평균적이지 않고 그걸 강제로 억압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똑같이 18평 아파트에 사는 평등의 가치를 누리자는 건 공허한 외침이다. 자기 집도 없고 원룸에서 월세를 사는 사람은 반기겠지만 30평대에 사는 사람에게 아파트를 뺏고 앞으로 모두 동등하게 18평에서 살고 평생 월 300만 원만 벌고 살라고 하면 자기가 먼저 들고일어나지 않을까?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 오히려 사회주의가 아닌 사회에 살면서 누구보다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물려준 집, 재산, 사교육이나 해외유학을 통해 얻은 교육 기회, 이를 스펙 삼아 좋은 직장에 취업, 또 자식을 낳아 어떻게든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려 한다. 평등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자기가 그 평균 이상으로 살고 있어 자기들 것을 빼앗아 남에게 줘야 하는 건 공감하지 못한다. 나와 내 가족이 손해 봐도 괜찮다, 하는 것에 흔쾌히 그렇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주의 사회는 가능할 것 같다. 나는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고 이를 통제하면 사회가 더 혼란해질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평등은 이루기 어려운 가치이다. 나는 인간 사회가 홉스가 가정한 만만투,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고 본다.

다시 몽골의 가을로 돌아가서. 나는 몽골에서 만난 동그란 노란 잎이 리듬감 있게 반짝반짝, 하는 움직임이 너무 사랑스럽다. 초원에 도착해 게르에서 호쇼르를 먹었다. 튀김 만두 같은데 안에 양고기가 들었다. 전문 식당에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활쏘기 체험을 해보는데 재미있다. 의외로 잘 쏜다. 나는 활도 잘 쏘고 얼굴에 광대뼈도 발달했고 양고기도 잘 먹는 게 몽골하고 잘 맞는 것 같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잖아요.” 하면서 카자흐스탄 게르를 체험하는 중에 가이드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사진을 열심히 찍어준다. 카자흐스탄 게르는 화려한 색감과 문양으로 내부가 장식되어 있고 여러 옷과 모자, 소품을 가지고 사진을 찍도록 해 놓았다. 이리저리 옷도 입어보고 사진도 찍는 게 재밌다. 카자흐스탄 게르 때문은 아니지만 다음 여행지는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가 될 것 같다. 대자연이 아름답고 시장엔 신기한 게 많고 한국인을 좋아하며 러시아어가 통한다. 점심 시간에 틈틈히 러시아어를 공부중이다. 조지아, 터키까지해서 다녀오고 싶은데 기회가 될런지. 꿈을 꾸는 자에겐 언제나 기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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