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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04. 2024

휴직했는데 퇴사한 느낌이 들어

휴직 전 실 근무일로 마지막 날. 우리 부서도 바쁜 시기를 어느 정도 지나가 다행이다. 좋아하는 동료들에게 메신저로 마지막 날임을 전하고 다음 주에 만나자고 약속도 잡고. 이제 아이패드도 사고 여행도 간다고 하니 신나 보인다고.  2년간 회사를 떠난다 하니 뭔가 싱숭생숭한 감정도 잠깐 들면서도 후련하고 탈출의 기분이 좋았다. 번아웃과 건강 문제는 22년도에 심했는데 묵혔던 번아웃을 털고 휴식과 새 출발이 될 것이다. 동료들에게 립스틱 선물도 받고 여행 간다 하니 튜브형 볶음 고추장도 받고 밥도 커피도 대접받고 황송한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 달 정도 같이 근무했는데 배웅해 주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쉬운 눈물을 흘리는 동료를 안아주었다. 나와의 헤어짐에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말과 마음은 초T인 나의 마음을 적신다.


휴직인데 퇴사하는 마음이 든다. 퇴사하면 더 많이 아쉽고 먹먹해질 것 같지만.


입학 전까지 한 달은 길지만 짧다. 입학 등록금을 냈다. 등록금을 넉넉하게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에 넣어두었지만 카드 납부가 되길래 일단 신용카드로 냈다. 이제 수강신청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고민 중이다. 센스 있고 재미있는 아이디로 만들고 싶은데 딱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성향을 나타내는 영단어 몇 개를 쳐봤는데 다들 무난한 것만 하는지 웬만한 건 다 된다. vanilla, coconut, unique, visionary 정도 생각하다 바닐라로 해야지! 하고 쳤는데 이미 바닐라가 있다.


설날이 지나고 이스탄불로 여행을 간다. 터키인 친구가 이스탄불에서 4시간 거리 도시에 살고 있기도 하고 터키를 평소에 가보고 싶어서 2주 왕복 비행기를 예약했다. 대학원 합격 발표가 난 즈음에 에티하드 항공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했는데, 아부다비 경유에 갈 때는 2박 스탑오버 무료 숙박까지 해서 82만 원인가에 예매했다. 내가 여름 성수기에 2시간 거리 블라디보스톡을 간 항공료보다 싸다. 백수의 장점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싸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이스탄불 반달살기를 하며 휴식하려 했는데 아부다비도 하루 여행하고 부다페스트도 3박 하게 되었다. 부다페스트는 대학생 때 갔다가 너무 좋았던 곳이어서 다시 가고 싶었는데 마침 이스탄불에서 가깝고 항공료도 십만 원 정도로 무지 싸다. 그렇게 아부다비-이스탄불-부다페스트 항공과 숙박을 예약하고 구글지도에 가고 싶은 곳들에 깃발을 꽂는 중.


퇴근하는데 G버스 광고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다는 자막이 흐르는데 반가워 네이버에 검색을 했다. 3선에 도전하신다는 기사가 떴다. 문자를 보냈다. 꼭 이기시면 좋겠다고 응원한다고. 자주 연락을 못 드려 근황을 함께 전했다. 나는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연락을 잘 안 하는 성격이어서 항상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이 많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네 의원님~~” 하고 반가워 전화를 받았다. 어제 답장하려 했는데 시간을 놓쳐 오늘 전화했다 하셨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거기는 월급이 짜지? 거기 평생직장으로 다니게?” 하더니 국회로 돌아올 생각은 없냐고 물으셨다. ”음.. 뭐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른 길도 생각이 있긴 한데 여자 직장으론 딱 좋은 거 같아요. 워라밸이 있어서요. “ 했더니 그래도 국회에서 짧게 일해본 게 아쉽지 않냐고 앞으로 자주 연락하자고 하셨다. 나도 정부 사무관 주무관들한테 갑질당하는 게 짜증 나긴 한다고 말했다. 나를 좋게봐주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국회의원 홍보 목적 말고 국회의원실 보좌진의 일상으로 유튜브를 해보고 싶긴 하다. 인사부서에 파견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전례가 있고 가능할 것 같다며 고용휴직 처리가 가능할지 검토해 보고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냥 궁금해서 알아보기만 하는 것이다. 일과 대학원을 병행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당장은 생각은 없지만 내 인생의 흐름에 가능한 선택지를 챙겨두어서 나쁠 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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