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부터 나는 10개 도시를 여행했다.
괌, 도쿄, 달랏, 방콕, 울란바토르, 아부다비, 이스탄불, 에스키셰히르, 퀴타히야, 부다페스트.
나는 이스탄불 이집션 바자르에서 사 온 4천 원짜리 핑크색 파자마 바지를 입고 있다. 온통 바비라고 쓰여있다. 아침에 일어나 부다페스트에서 산 Lakalut라는 독일 치약으로 양치를 한다. 유럽에서 사기에도 싸진 않지만 독일 치약이 좋다고 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사면 비싸니 몇 개 사 왔다. 씻고 나와 화장대에 앉아 영국 브랜드 알부민 세럼과 bade natural이라는 터키 브랜드 안티에이징 세럼을 바른다. 그리고 Sinoz라는 네덜란드 브랜드의, 카페인과 나이아신마이드가 든 아이크림을 눈가에 바른다. 이스탄불 왓슨스와 로스만에서 추천받은 제품들이다. 일주일에 두어 번 로스만에서 산 헤어팩을 듬뿍 바르고 헹군 뒤 dm에서 산 알베르데 헤어세럼을 머리 전반에 역시 듬뿍 바르고 머리를 말린다.
공복에 실온의 물을 한 컵 따라 마시고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베트남에서 많이 사온 아티초크차 티백을 꺼내 우린다. 냉동실에 얼린 모닝빵을 꺼내 오븐에 넣는다. 냉장고에서 이스탄불에서 산 무화과호두잼과 베트남에서 산 코코넛잼, 그리고 선반에 실온 보관되어 있는 땅콩잼을 꺼내 식탁에 놓는다. 터키 에스키셰히르라는 도시의 올드타운의 한 상점에서 시식해 보고 산 씹히는 땅콩잼이다. 뜨거운 물을 푸른색 퀴타히야 도자기컵에 따르고 오븐에서 빵을 꺼내 태국에서 산 핑크진주빛 벤자롱 접시에 담는다. 퀴타히야는 도자기로 유명한 터키의 도시다.
요거트에 시리얼을 먹을 때는 꼭 몽골에서 사 온 잣의 지퍼백을 열어 우두두두 가득 뿌려먹는다. 잣을 같이 뿌려 먹으니 너무너무 고소하고 맛있어서 시리얼을 먹을 때는 항상 잣을 잔뜩 넣어 먹는다. 그저께는 학교 갔다 오니 엄마가 오징어김치전을 해놨다. 엄마는 베트남에서 사 온 반세오 가루만을 이용해 전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식감이 쫀쫀하고 바삭하고 고소하다. 베트남에서 넴느엉을 먹을 때 우리나라와 달리 물에 적시지 않고 바로 먹는 라이스페이퍼가 맛있어서 사 왔는데, 우리 집은 종종 불고기감의 얇은 고기를 사다 숙주와 배추, 버섯을 큰 찜기에 삶은 뒤 땅콩소스/느엄막 소스를 듬뿍 찍어 사온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다. 나는 떡볶이를 집에서 종종 만들어 먹는데, 헝가리에서 사 온 파프리카 가루를 잔뜩 넣어 먹는다.
외출 전 화장을 마무리 한 뒤에는 머리와 목에 아부다비에서 산 짙은 우디향수를 착착 뿌린다. 짙은 페르시아향이 좋다. 요즘엔 청바지 맛집 이스탄불에서 사 온 바닥에 끌리는 와이드 청바지를 입고 괌에서 사 온 에르메스 벨트를 자주 맨다. 허리는 짤록하고 밑으로 품은 넓게 떨어지니 스타일리쉬 하다. 171 키에도 길다니길게 나온 옷인가 너무 길어서 예쁘게 입기 위해 인생 처음으로 바지를 줄여봤다. 늘리는 수선은 해봤는데 줄인 건 처음이다. 후루루루 쉬크하게 흐르는 검은 셔츠를 입고 터키에서 산 화이트스톤 목걸이를 한다. 에스키셰히르는 자연에서 난 화이트스톤을 세공해서 악세사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한데 키치한 예쁜 것이 많아 여러 개 사 오고 싶었는데 욕심내지 않고 하나만 샀다. 가방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로 가지고 다니기 좋은 발레아 핸드크림을 수업중에도 자주 꺼내 바른다.
요즘엔 아직까지 추워서 몽골에서 산, 내 키에도 거의 발목까지 오는 긴 양가죽 코트나 카멜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다닌다.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도쿄에서 산 짧은 자켓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검은색에 자잘한 흰 꽃으로 가득한 디자인인데 단추가 지인짜 이쁘다. 금색 꽃 받침에 두툼한 진주알 장식인데 키치하다. 얼마 전엔 부다페스트에서 찾은 카키색 스타킹을 신었는데 요즘 신기 좋은 두께에 평소에 찾던 색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다. 특히 사이즈가 라지라 내 키와 체형에도 잘 맞아 편해서 더욱!